■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 ⑥

온라인상점이 동네마트보다
큰 시장이라는 걸 깨닫고
남편과 전업농의 길 선택...

2006년부터 내가 생산한 귤을 팔아야 하는 고민, 유기농 귤을 생산해 놓았지만 판로가 막막한 현실과 마주했다. 상인들은 비상품이라고 헐값에 사려고 했고, 나는 농사도 처음이지만 판매도 해 본적도 없는, 대책 없이 막막한 상황에 직면했다. 앞이 안 보이는 판로의 고민은 생산하는 어려움과는 비교가 안 됐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지었어도 팔지 못하면 말짱 허사였다.
내가 뭣도 모르고 귤밭을 사서 농사짓겠다고 하자 제주도에 먼저 입도한 주변 사람들이 “귤이 안 팔려서 버리는 게 허다한데 왜 귤밭을 샀느냐”고 걱정했다. 귤을 못 팔아서 곳곳에 버려진 귤을 보게 되니, 생산보다도 판매를 잘 해야 한다는 지상과제가 절절했다.

“어떻게 지은 농사인데 버린단 말인가?”
학연, 지연, 경력이 다 단절되고 육아에 매달려 주부로만 산 세월.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홍보하는 방법은 오직 블로그에 나를 알리고 상황을 알리는 것이었다. 아직도 파는 일에는 부끄럽고 소심한 마음인데 그때는 더욱더 “제 귤을 팔아 주세요~”란 말은 입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TV에서 홈쇼핑으로 물건을 소개해도 “직접 보지도 않고, 어떻게 믿고 물건을 사지?” 하는 의구심이 들 때였고, 온라인 판매는 생소한 영역이었다. 나도 블로그를 쓰는 것이 판매로 이어지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내 일상 이야기를 올리는 것이 재미가 있어서 계속 하고 있었다. 농부가 돼서 내 농산물을 팔아야 하는 운명에 놓였으니, 누가 보는지 모르지만, 내 귤을 블로그에 홍보해 보자고 결심했다.

건강에 좋은 유기농 귤을 생산해 놓고, 못 생겼다는 이유로 비상품 취급 받고, 상인도 사주지 않는 귤이었지만, 나는 내 귤의 가치를 알기에 그동안의 농사 과정, 유기농 귤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성심껏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판로가 막막해져 귤을 팔기 위해 내 나름의 방식으로 홍보를 했다. 온라인 세계, 그곳이 얼마나 큰 바다인지도 모르고 그 가상의 세계에 무작정 작은 귤 상점을 냈던 것이다.

지금은 보편적인 판매수단이 된 온라인마켓이지만 그때 만해도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보지도 않고 사는 물건에 대한 의구심이 큰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어디서 보는지도 모르는 온라인 세상. 그곳에 무작정 좌판을 펼친 유기농 귤농부는 귤을 홍보하기 위해 보지 않고도 믿음이 갈 수 있도록 상세하게 생산 과정을 쓰고, 농부의 소신을 피력하고, 때로는 고충도 올리고, 때로는 살아가는 모습도 올렸다.

그런 전달 과정을 누군가가 보고, 진정성이 전달되기 시작했다. 컴퓨터 저 편에 있는 누군가가 소통해 주고, 믿음을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곳에서 신세계를 발견했다. 온라인 상점은 동네마트보다 큰 시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의 쿠팡이나 아마존은 전국구나 세계가 시장이지만 나는 소박하게 내가 생산한 유기농귤만 다 파는 게 소원이었다. 남편이 직장 다닐 때 받는 월급 정도의 소득만 내면 세 아이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 같았다. 2007년에 남편이 명퇴 당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온라인 상점의 가능성을 깨닫게 됐기에 남편과 함께 전업농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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