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한국꽃차협회 박석근 회장

최근에는 보고 즐기는 관상용 꽃 재배보다 꽃이 지닌 기능성과 향미를 즐기는 꽃차용 꽃을 재배하는 농업인이 증가하고 있다.
지치고 번거로운 삶에서 꽃차를 마시며 휴식과 명상을 하면서 다담(茶談)을 나누는 친목모임도 늘고 있다. 이에 꽃차소믈리에와 강사 등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한국꽃차협회장인 박석근 박사를 만나 꽃차에 대한 이야기와 꽃차산업 동향을 알아봤다.

귀농초기 500~600평으로 시작해
가급적 완판하는 방향으로 가다가
소비자 늘면 영농규모 확장해야...

6년간 꽃차 연구하며 꽃차협회 산파역
“농촌과 농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 농대교수가 되려고 서울대 농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에 석사과정, 1987년 박사과정을 밟았습니다. 신구대학 강사로 시작해 1995년에 전임교수가 돼 원예약초와 자원식물 등을 가르쳤어요.
2000년 국비장학금을 받아 일본 동경농업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으로 1년간 공부하고 귀국해 2001년 삼육대 겸임교수를 했습니다. 그 후에는 건국대에서만 15년 근무했습니다. 2003년 CEO과정으로 테마식물 최고경영자과정을 개설해 강의하면서 상품으로서의 꽃차 개발을 연구하게 됐습니다. 6여 년 간 꽃차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끝에 2009년 한국꽃차협회 창립을 주도했고, 꽃 재배 농업인을 초대회장으로 추대하고 전 자문역을 맡았지요. 초대회장이 1년 만에 별세하는 바람에 제가 2대 회장을 맡게 됐고 지금까지 회장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현재 꽃차협회 회원은 전국적으로 5천여 명에 이릅니다.”

재배되는 꽃차용 꽃은 20여 종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꽃차 재료로 쓰이는 꽃은 176종에 달한다고 박 회장은 소개했다. 그러나 농업인들이 실제 꽃차용으로 재배하는 꽃은 20여 종인데, 나무 꽃으로 제일 인기 있는 꽃은 백목련이고, 그 다음으로는 해당화, 매화, 동백, 금옥서 등이라고 설명했다.
초본류 중에서 인기 있는 꽃차용 꽃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는 캐모마일인데, 이 꽃은 사과향이 나며 카페나 커피숍에서 꽃차로 판매되고 있다고.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꽃차는 국화꽃차다. 그러나 소믈리에들은 국화차보다 연꽃차를 더 선호해 꽃차용으로는 연꽃을 가장 좋은 꽃으로 여긴다고 한다.

“5천여 한국꽃차협회 회원들의 가입 유형을 보면, 꽃차를 매개로 한 사교, 친목 도모, 다담(茶談)과 다도(茶道) 등을 즐기기 위해 회원이 된 사람이 60%를 차지합니다. 그 다음은 카페나 커피숍에서 꽃차를 상품화하기 위한 사람이 20%, 나머지는 소믈리에나 강사가 되려고 협회에 가입합니다.”
박석근 회장의 말에 따르면 회원 중 꽃차의 원재료인 꽃을 전업으로 재배하는 농업인이 30명이라고 한다. 꽃차용 꽃 재배는 품이 많이 들지 않는 농사여서 여타 밭작물 재배보다 소득이 3배나 높다고 한다. 이중 소득이 많은 농가는 연간 3천만 원, 귀농 여성농업인도 500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고.

물만 주면 되므로 밭농사보다 고소득
박석근 회장은 꽃차용 꽃 재배는 노동력이 취약한 귀농 여성이 참여하기 좋은 농사라며 이 농사의 이점과 비전을 다음처럼 밝혔다.
“로터리 후 멀칭을 한 다음 묘만 심어 놓으면 됩니다. 꽃만 따서 쓸 거니까 농약이나 비료를 주지 않고도 키울 수 있죠. 가물 때 물만 주면 되고요. 농약으로 제초를 하지 않고 멀칭비닐 밖으로 삐져나온 풀을 눕혀 밟아놓으면 되므로 힘이 세지 않은 여성들도 할 수 있는 쉬운 농사입니다. 생화를 꺾어 한 다발씩 팔아도 평당 소득이 2만~3만 원에다가 꽃차로 가공하면 소득이 더 늘지요. 밭작물로는 평당 2만 원의 소득이 나오는 게 별로 없어요.

한편, 도시근교 차량 접근이 30분에서 1시간 이내인 곳에 농지를 가진 농업인은 앞서 소개한 백목련, 해당화, 매화, 동백 등을 심어놓고, 다른 한 편엔 밭고랑별로 색을 달리하는 형형색색의 꽃을 심어 예쁜 경관을 지닌 화원을 조성하면 체험견학이나 관광객을 모을 수 있을 겁니다. 카페나 커피숍까지 두고 커피와 꽃차를 팔면 일반 밭농사보다 월등히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조제한 꽃차와 커피, 화원에서 직접 재배한 생화까지 팔게 된다면 3~5종의 상품을 현장에서 판매해 고소득을 창출할 수 있을 겁니다.”

벼농사보다 소득 월등한 연 농사
연(蓮)꽃차는 꽃차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라고 박 회장은 거듭 말한다. 그래서 여유가 있다면 꽃밭 한 귀퉁이네 조그만 연못을 만들어 연을 키우는 것을 적극 권한다고.
“연은 뿌리, 잎, 꽃, 열매 모두를 소득으로 연결할 수가 있습니다. 이에 요즘 벼농사를 짓던 농업인들이 논을 연못으로 바꾸고 연을 키우며 관광객을 모아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연꽃 한 송이는 2500~3000원, 연잎도 800~1000원에 팔 수 있기에 연밭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연근보다 꽃과 연잎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꽃과 연잎만을 팔아도 평당 1만 원을 벌 수 있으니, 벼농사 소득이 평당 3천 원인 것에 비하면 연 키우는 게 실속이지요.”

한편, 박 회장은 이 같은 꽃농사가 무, 배추, 과수농사와 비교해 비교적 농사가 쉽고 꽃을 생화로 팔고, 말려서도 팔고, 차로도 가공해 팔고, 게다가 주변사람과 나눠먹다 보니 이 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이 농사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한다.
그래서 갓 귀농한 사람들은 영농규모를 크게 하지 말고 500~600평에서 농사를 시작해 완판하는 방향으로 가다가, 소비자가 늘어나게 되면 영농규모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농사를 할 것을 조언했다.
지난해 한국꽃차협회는 발족 10주년 기념식과 함께 미래비전선포식을 가졌다고 한다.

“비전선포식에서 현재 5천 명인 회원을 10년 후에는 10만 명으로 늘리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한 지금 꽃차시장 규모가 너무 미미하고 시장규모도 제대로 파악돼 있지 않아 회원 수를 늘려가면서 시장규모 조사사업에도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10년 후에 꽃차시장을 1조 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제 목표이고 우리 5천 여 회원들의 염원입니다. 이 같은 사업을 보다 원활하고 힘차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힘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래서 25명의 여성부회장을 발탁했죠. 이상의 비전을 기필코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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