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경자년도 저문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중삼중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면초가다.

농가 경영안정에 중점을 두고
농업의 지속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스마트 농업을 확대하고
기후 안전 인프라를 구축해
농업생산기반을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옷깃을 파고드는 동지(冬至)바람이 유독 차갑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감염증이 1년 내내 장기화되면서 농업·농촌·농업인도 힘든 고개를 넘어왔다. 모두 힘든 세상이다. 하지만 감염병 대유행에 여전히 농촌은 사각지대다. 농업인은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져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걱정이다. 농촌지역에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기관까지 소요시간이 평균 23.9분으로 도시의 15분보다 길다. 도·농간의 건강불평등이 심하다. 기대수명도 최대 격차가 7.4년이 된다는 보고다. 백신접종이 이뤄지기 전에 농촌 의료 공백해소를 위한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코로나19는 다방면으로 농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농촌은 농업 생산기지라는 단순한 기능적 수단을 넘어선다. 고유의 문화와 보존가치를 지녔다. 도시와 상호보완하며 지켜나가야 할 삶의 터전이다. 그 농촌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에 이어 잇단 자연재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류인플루엔자(AI), 과수화상병 등으로 피해가 컸다. 농가 주소득원인 쌀 수확마저 기상악화로 생산량이 350만7000톤으로 전년도에 비교해 6.4%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농업인은 이를 쫓아가기에 버겁다. 온라인 기기(器機)도 미비하고 조작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농업생산유통 분야의 디지털화가 빨라져야 한다. 또한 스마트팜이 활성화돼야 한다. 농업분야도 비대면 거래 활성화를 위한 웹과 애플리케이션(앱)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농촌노령화로 인해 앱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인력 부족심화에 따른 농업생산 기계화도 촉진돼야 한다.

코로나19로 국경 봉쇄령이 발동되면서 식량안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공감대를 이루게 하는 데는 농정당국의 노력이 부족했다. 앞으로 안정적인 수급관리와 국내 농축산물 생산기반 강화정책이 불가피해 졌다. 사상 유례가 없는 57일간의 긴 장마에 이은 집중호우와 잇단 태풍으로 피해가 유독 컸던 한 해다. 과수화상병이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곤충과 감염 묘목 등을 통해 크게 확산돼 피해를 키웠다. 내년도 안심할 수 없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희망을 걸었던 21대 첫 정기국회마저 농업관련 법안에 무심했다.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위한 국가예산 지원 근거를 담은 농산물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비롯한 농업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여야갈등에 막혀 무산됐다. 여전히 농업법안은 뒷전이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대유행 공포가 지역 경계를 넘나들며 전국을 휩쓸고 있다. 바이러스가 이미 농장 주변까지 와 있는 상태다. 가금업계는 대규모 살처분과 축산물 수급 파동으로 이어졌던 4년 전 악몽이 재현되는 듯하다. 철새로 인한 전파 차단과 함께 농장 간 수평 전파방지에 방역의 무게를 둬야 한다. 가금농가들은 고병원성 AI가 전방위로 확산되지 않게 방역수칙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농업재난·재해 대응력을 높일 수 있게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 자연재해가 빈발하면서 20년 된 농작물재해보험 요율 산정방식에서부터 정부 지원체계까지 근본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경자년도 저문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면초가다. 농가의 경영안정에 중점을 두고 농업의 지속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스마트 농업을 확대하고 기후 안전 인프라를 구축해 농업생산기반을 탄탄하게 다져 농가소득을 늘릴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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