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일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부원장 
본지 칼럼니스트

 

지난 연말 경북 상주시 화동면 신촌마을에서 도농교류활성화전략에 대한 현장교육이 있었다. 농촌마을이 상품화되어 가는 시대에 체험마을로 가꾸어 보겠다고 부녀회원들이 앞장서서 이루어진 교육이었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마을주민 100여명으로 교육장이 가득 메워졌다. 교육내용은 도시민과 함께하는 농촌체험마을의 운영전략, 선진마을의 우수사례 등이었다. 변화하는 시대흐름에 공감대를 형성한 듯 주민들의 교육태도는 매우 진지했다.
특히, 부녀회원들의 의지와 단결력이 돋보였는데, 도농교류활성화를 위해서는 여성들의 지혜로움과 부드러움이 필요함을 많이 느끼게 해주었다. 

마을 활성화 앞장서는 부녀회
교육 후 점심식사 때 부녀회원들이 마을 어르신네들을 위해 손수 만든 전통음식들을 맛보여 주었다. 손두부, 산나물무침, 감요리, 장아찌, 떡 등의 요리들은 모두가 일품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막걸리가 어우러지면서 마을잔치가 돼 버렸다.
요즘은 교통이 좋아서 서울에서도 2시간이면 이 마을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마을의 얼음골동산 빙벽은 그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유명한 사진촬영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부녀회장과 회원들은 민박준비를 해서 도시민들을 맞이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서 사회가 온통 침체분위기인데도 이 마을만큼은 부녀회를 중심으로 그 열기가 남달랐다. 남들이 한탄한다고 해서 따라서 걱정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불황의 시기일수록 온유함과 끈기를 바탕으로 하는 여성의 힘은 더욱 빛난다. 역사적으로도 국난의 극복에는 항상 여성들의 힘이 중심이 되어왔다. 임진왜란 때 여성들이 행주치마에 돌덩이를 담아 왜적을 물리 쳤으며, 일제 치하에서도 유관순 열사가 앞장서서 독립만세를 외치지 않았는가. IMF 때는 ‘금모으기운동’에 주부들이 먼저 나섰다. 이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여성들의 힘은 빛이 났다.
경기 침체기에는 농산물소비도 줄어든다. 각종 행사나 모임, 관광 여행 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감성과 창의력이 풍부한 여성들의 기지가 돋보인다. 강원도 원주시 광천마을 부녀회에서는 몇 년 전부터 메주사업을 실시했다. 작년에 마을황토방 체험관에서 메주를 떠서 ‘황토메주’라는 브랜드로 새로운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일반메주와 달리 맛과 향이 뛰어나 단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에 자신감이 붙은 부녀회원들은 아이디어를 하나 더 보탰다. 마을 뒷산에서 채취한 고로쇠 물로 메주를 담갔다. 그래서 메주브랜드가 ‘황토고로쇠메주’가 되었다. 더하기(+)의 창의력을 발휘한 셈이다. 더욱이 KBS ‘6시 내고향’이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되자 메주 주문 신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이런 사례는 여성들의 지혜로움이자 불황을 뚫는 아이디어다. 콩 농사를 지어서 그냥 팔면 1차 산업에 머물고 만다. 하지만 그 콩을 가지고 메주를 담가서 팔면 3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진화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마을에서 직접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판매사업을 하면 3차 산업으로 발전한다. 도시민들이 마을을 방문하면 마을농특산물도 구매하고, 음식도 사먹고 숙박도 하게 된다. 이러면서 자연적으로 농외소득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여성적 감성이 농촌에 활력 줘
새가 비를 피하는 법은 두 가지라고 한다. 독수리처럼 구름을 뚫고 더 높은 창공으로 올라가거나 참새처럼 처마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당장은 처마 밑이 편할지 몰라도, 참새는 끝내 구름 위 눈부신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위기일수록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은 ‘사람’으로 기적을 이룬 나라이다. 거기에는 항상 우리 여성들의 온유함, 그리고 지혜와 끈기가 자리 잡고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농촌여성들이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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