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기획 - 농촌여성들이여,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자~ : 경기 남양주‘하늘농가’고화순 대표

교육은 교육으로 끝난다면 그건 살아있는 교육이 아니다. 특히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있어 교육은 핵심적인 발판임이 분명하다. 교육을 통해 어제보다 나은 나를 지향하는 자기계발형 인간 ‘업글인간’이 2020년 핵심 키워드로 부상함에 따라 본지는 배움으로써 한 단계 성장한 업글회원을 소개한다.

나물에 브랜드를 입히다

▲ 고화순 대표는 '지금은 연 매출 128억 원의 탄탄한 회사지만 하늘농가의 시작은 고향(울진)이 도라지였다.

친정부모님이 생산한 도라지를 팔아드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 20년이 지나면서 연매출 128억이 됐다, 국산나물 가공업체 ‘하늘농가’의 이야기다. 직접 다듬은 도라지를 들고 학교 급식실을 찾아 납품하던 업체가 지금은 학교급식 시장에서는 나물하면 하늘농가를 떠올릴만큼 대표적인 가공업체로 성장했다.

하늘농가 고화순 대표는 “지금 돌아보면 몰라서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많이 했다. 미리 준비하고 교육을 받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먼 길을 돌아온 느낌이다”라며 사업초창기를 회상한다. 고생을 많이 하긴 했지만 어려운 와중에도 아이디어는 빛났다. 20년 전만 해도 커다란 파란색 봉투에 주문받은 식자재를 담아 보내는 식이었다. 영세업체들이 대부분이었으니 그럴 법도 했으련만 고 대표는 채소를 종이상자와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윗부분을 비닐로 덮어 포장 한 후 주문물량에 맞춰 상품을 딱 맞게 담아 보냈다.

“그 때만 해도 이천 등지에서 생산되는 잔가지가 없는 ‘찹찹이’라고 불리는 도라지가 인기였고, 잔가지가 많고 채가 짧은 고향 울진의 도라지는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었어요”  고 대표는 여기서 고정관념을 탈피해 히트를 친다. “학교급식에서 일주일에 한번 비빔밥을 먹는 날엔 꼭 도라지가 들어가거든요. 어린아이들 입맛에 채가 긴 도라지보다는 아무래도 채가 짧은 도라지가 더 맞을 것같더라구요. 그 점을 급식 담당자들에게 어필하면서 영업망을 넓혀 나갔어요.”

수요자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
고향집에서 올려보낸 도라지가 맛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늘농가가 지금이 자리에 있기 까지는 불철주야 수면을 반납하면서 산지로, 가락시장으로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다닌 고 대표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대형 식품회사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 갑작스러운 메뉴변경이나 식자재 추가주문 등 대형회사들이 할 수 없는 주문들에 흔쾌히 응해주며 고객층을 넓혀 나갔다. 퇴근한 이후에 들어온 주문에도 어떻게든 산지나 거래처를 수소문해 주문에 응해줬다.

나물 품목과 공급되는 채소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도 하늘농가의 자랑이다. “바삐 돌아가는 급식실에선 세심한 전처리가 무엇보다 시간을 줄여주거든요. 같은 우엉이라도 어슷썰기, 스틱썰기로 달리 썰어주고 우엉밥용에 들어가는 우엉은 작은 깍뚝썰기로 우엉 콩조림용은 조금 큰 깍뚝썰기로 튀김용은 얇은 칩으로 다르게 썰어 납품했어요.” 이러다 보니 입소문을 타고 급식시장을 석권하게 됐다.

▲ 전자렌지에 그대로 데워먹는 하늘농가의 간편 나물제품들.

다양한 나물 가공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다른 학교급식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하늘농가 역시 그 피해가 컸다. 50여명의 직원들 월급을 걱정할 정도였는데 고 대표는 홈쇼핑과 온라인몰의 확장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집에서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나물·채소 가공식품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처음엔 전처리한 나물에 양념소스를 첨부했는데 나물을 먹고싶긴 하지만 이것 조차도 번거로워하는 소비자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전자렌지에 그대로 데워먹는 가정간편식(HMR)으로 방향을 틀었죠”라고 고 대표는 말한다.

“신선농산물들이 판로를 찾지 못하는 걸 보면 안타까워요. 우리 여성농업인들도 기존의 방식의 틀을 깨고 농업대학이나 기술센터의 교육을 적극적으로 받아 새로운 판매방식을 끝없이 고민하고 성공했으면 해요”라며 “저 또한 그랬듯이 스스로 열심히 하면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이 고비마다 나타나 도와주더라고요.”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지농가들을 직접 찾아가는 일이 많은 고 대표는 여성농업인을바라보는 시선에도 애정이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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