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 농촌여성들이여,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하자 ​ : 강원 원주 귀래농장 박귀녀 대표

▲ 박귀녀 대표는 증기를 이용한 탈각법과 방부제 없이 장조림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 양계업계에 새바람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 주포리 ‘귀래농장’에선 산란계 15만 마리가 하루 평균 12만∼13만 5000개의 무항생제 인증 달걀을 생산하고 있다. 지금은 안정적인 고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건 아니다. 힘든 어린시절을 겪고 일찍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든 박귀녀 대표는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고향인 원주에서 산란계농원을 하게 됐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농장일에 시행착오와 고비가 많았었다. 그래도 특유의 부지런함과 뚝심으로 자체생산라인을 구축해 건강한 계란을 생산하고 동시에 부산물인 계분을 이용해 퇴비를 자체적으로 생산·판매하면서 부가수익도 올리고 있다.

“사실 농장일이 무척 고됩니다. 닭이 알을 낳지 않는 날이 없기 때문에 휴일 없이 일해야 하는 고단함이 있거든요”라고 말하는 박 대표는 그래도 최고의 1등급 계란을 생산해 강원도 전 지역 학교급식에 납품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최근 거액을 들여 완공한 현대식 무창(無窓)계사와 자동화·전산화시설로 사료 급여부터 생산된 달걀의 선별과 포장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 온·습도 등 계사 내 각종 사육환경을 최적의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양계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귀래농장의 현대식 계사에서는 하루 13만 여개의 달걀이 공장 자동화 시스템으로 생산된다.

# 기본에 충실하자
여성CEO 대상 교육장에서 박대표는 ‘사업체를 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란 다소 황당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박 대표는 “종업원을 함부로 부리면 틀림없이 망합니다. 그리고 품질이 아닌 가격으로 장난을 치면 더 확실하고요”라고 서슴없이 대답했었다. 단순히 달걀 생산에만 집중하지 않고 친환경달걀 생산·가공·판매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귀래농장의 직원들의 평균 복무기간은 그래서 다들 20년이 훌쩍 넘는다.

또한 귀래농장에선 자체적으로 병아리를 키워서 달걀을 생산하고 있다. 병아리를 외부에서 들여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병아리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해 더욱 믿을 수 있는 달걀을 생산할 수 있다고. 사료 급여 때 항생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병아리 때부터 생균제와 배합사료 등을 먹여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만듭니다. 다른 농장과 달리 닭이 건강하게 자라난 덕에 AI 파동 때 우리 농장은 끄떡없었고 오히려 매출이 더 증가했습니다”고 말하며 농장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줬다.

# 두 딸이 든든한 지원군
이곳에서 생산된 친환경달걀은 구운달걀·달걀장조림 등으로 가공·판매된다. 박 대표가 달걀 가공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0년. 당시엔 달걀가격 등락폭이 커 수입이 일정치 않았다. 그래서 증기를 이용해 달걀껍데기를 깨끗하게 까는 탈각법과 방부제 없이 장조림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기술특허도 냈다. 현재 구운달걀은 ‘싱싱구이란’으로, 달걀장조림은 ‘꼬꼬댁 장조림’으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신선한 달걀을 농장에서 바로 가져와 만든 두 제품은 온라인마켓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무래도 온라인을 통한 영업엔 익숙하지 않은데 든든한 지원군인 두 딸의 도움을 많이 받아 농장을 운영하는 게 조금은 수월해 졌어요. 지금은 두 딸이 사업적으로 많은 부분 도움을 주고 있어서 앞으로 사업은 딸들에게 맡기고 나는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관광농원을 본격 추진할 계획입니다.” 평생의 땀이 녹아있는 이곳 ‘귀래농장’을 최고의 먹거리와 풍광이 있는 아름다운 농장으로 만들고 싶다며 미래를 향해 나가는 박 대표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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