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색 소믈리에의 세계- 전통주 소믈리에 천수현씨

중세 유럽에서 식품보관을 담당하는 솜(Somme)에서 유래한 소믈리에. 흔히 와인을 감별하는 와인 소믈리에를 떠올리지만 영주가 식사하기 전 식품의 안전성을 알려 주었던 소믈리에의 역할은 웰빙이 대세인 현재에도 유효하다. 더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소믈리에들을 만나본다. 전통주 소믈리에 천수현씨를 만나봤다.

▲ 천수현 소믈리에는 매장의 주류 섹션에 전통주를 엄선해 전시해 주기도 한다. 각각의 전통주와 어울리는 페어링 팁도 제공해 주고 있어 인기가 많다고.

-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지난해 11월 참가한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에는 전통주를 사랑하는 61명의 경연자가 참가했다. 필기시험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거쳐 결선 진출자를 가려냈다. 결선에서는 ‘음식과 전통주의 조화’, ‘전통주 스토리텔링’, ‘전통주와 칵테일 서비스’, ‘블라인드 테이스팅’, ‘전통주 서비스 스킬’, ‘전통주 돌발 퀴즈’ 등의 종목이 진행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과 함께 15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포천의 ‘산사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전통주의 역사와 문화강의를 듣고, 직접 술을 빚어보고 산사원을 한 바퀴 돌며 전통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마침 대기업에서 인사담당자로 오랜시간 근무하며 막연히 창업을 꿈꾸고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통주를 살리고 알리려 노력하는 분들을 만나면서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가 ‘소비자들에게 우리 술이 얼마나 좋은지 홍보하는 일을하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됐다.

- 요즘 20~30대에게서 전통주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고 들었다.
기성세대는 와인소믈리에나 사케소믈리에라고 하면 인정해 주지만 전통주소믈리에라고 하면 의아해 한다. 전통주는 곧 막걸리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특별한 술을 찾는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여성의 전통주 구매비중은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다. 전통주는 멥쌀이나 찹쌀, 보리, 조, 기장, 수수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지고 같은 재료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다양성’면에서 훨씬 매력적이다.

최근 전국의 양조장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전통주가 생산되고 또 인터넷을 통한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전통주 시장은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 전국의 양조장을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술이 이렇게도 다양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사명감을 가지고 술을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뚝심과 저력에 놀랄 때가 많다.

- 전통주의 매력이라면?
개인적으로는 ‘복순도가 손막걸리’를 처음 맛보고 이 술맛은 뭔가 다르다고 느꼈었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한 아로마가 기존의 막걸리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줬다. 와인 못지 않은 다양성이 우리 전통주엔 있다. 우리나라에만 무려 1224개 전통주 양조장이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쌀과 곡물, 누룩을 이용해 만드는 전통주는 우리가 쌀을 계속 먹어왔기 때문에 우리의 정서와 자연스레 잘 맞아 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통주는 한식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에 음식에 술을 더한다면 더 높은 수준의 한식문화를 추구할 수도 있다.

- 전통주 소믈리에가 되려면?
전통주에 대한 ‘지식’보다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접 마셔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전통주 시장이 작아보이지만 분야는 꽤 넓다. 전통주를 사랑한다면 소믈리에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공장에서 상업양조를 할 수도 있고 가양주를 빚을 수도 있고 또 발효와 미생물에 대해 연구할 수도 있다.

           《 천수현이 엄선한 전통주 list 》

▶ ‘천비향 약주’(좋은술)= 약주. 2020년 우리술 품평회 약주·청주부문 대상 수상. 쌀로 유명한 평택 지역에서 오양주 기법으로 빚은 술이다. 100일간의 오랜 발효와 숙성 시간을 두어 은은한 쌀, 누룩과 달콤한 과일 향, 달콤하면서 깊은 맛이 특징이다.

▶ ‘나루 생막걸리’(한강주조)= 탁주. 서울 강서구에서 재배한 ‘경복궁쌀’로 빚은 서울 막걸리로 서울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았다. ‘나루 생막걸리 6도’는 달콤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맛으로 다양한 음식과 궁합이 좋으며, ‘나루 생막걸리 11.5도’는 좀 더 진한 풍미와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 ‘추사 40’(예산사과와인)= 증류주. 2019년 우리술품평회 증류주부문 ‘대상’ 수상. 사과로 유명한 충남 예산에서 빚어진 술로 ‘한국판 칼바도스’라 불린다. 오크 숙성으로 생긴 훈연된 향과 달콤한 사과향,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목 넘김이 매력적이다.

▶ ‘샤토미소 웨딩’(도란원 샤토미소)= 한국와인. 자두로 만든 과실주로 딸 결혼의 새로운 인생이 행복하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담아 결혼 기념으로 출시한 와인이다. 연한 분홍빛 색상과 자두의 상큼한 향이 매력적으로, 살짝 단맛을 지니고 있어 디저트 술로 추천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