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94)

"주변에 폐 끼치지 않는
선한 자연스러움이
신데렐라 탄생의 비결"

21세기에 신데렐라가 출현했다고 패션계가 떠들썩하다. 바로 러시아 출신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38) 이야기다.

그녀가 지난 9월22일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LVMH) 회장의 첫째 며느리로 공식 ‘등극’하면서 그랬다. 그날 그녀는 루이비통 회장의 장남 앙투완 아르노와 결혼을 했다. 루이비통은 세리느, 디올, 지방시 등 패션계의 거물들을 인수한데 이어,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주류, 시계 브랜드 등 76개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며, 세계 5대 부자 대열에 올라있는 거대 기업이다. 특히 루이비통 핸드백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길거리에서 3초마다 한 번씩 보인다 해 ‘3초 가방’ 또는 흔한 여자 이름을 빗댄 ‘지영이 백’이라는 별명이 붙어있을 정도다. 물론 워낙 고가품이다 보니 값싼 모조품들도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는 가난하고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일찍 집을 떠났고, 뇌성마비에 자폐증을 앓는 여동생과 행상을 하는 어머니를 도와 거리에서 과일을 팔았다. 15살 때 남은 과일을 팔기 위해 밤늦게 돌아다니다 ‘길거리 캐스팅’ 되면서 그녀의 인생이 바뀌었다. 청순하면서도 매혹적인 눈매에 가녀린 몸매로 모성애를 자극하는 묘한 매력을 내뿜으며 그녀는 금세 패션계를 사로잡았다.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 전속 모델을 비롯해 루이비통, 겔랑, 지방시, 샤넬, 구찌 등 톱 브랜드의 모델과 쇼를 장악했다. 2012년엔 연간 860만 달러(약 100억 원) 수입을 기록하며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모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19살의 어린나이에 영국 귀족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 셋을 낳았지만 10년 만에 이혼했다.

이혼 후 나탈리아는 아이 셋과 자선사업을 중심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으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루이비통의 장남 앙투완 아르노였다. 앙투완 아르노는 돈만 많은 게 아니라 190㎝가 넘는 훤칠한 키에 성격 좋기로 유명해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남자였다. 사람들은 ‘설마 진지하게 만나는 걸까’ 의심을 하며, 곧 헤어질 거라고 쑥덕거렸다. 그러나 둘은 파리에서 동거를 시작하면서 두 아이까지 낳고, 그녀는 금세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됐다. 뒤이어 나탈리아는 앙투완의 프러포즈를 받고 정통 루이비통가의 큰며느리가 됐다. 꿈같은 이야기다. 아무리 개방적인 프랑스라 하더라도 세 아이의 이혼녀를 재벌가에서 정식 아내로 맞는다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부모를 잘 못 만나 고생할 때는 열심히 일해 가족을 도왔고, 모델로 성공하자 자신이 획득한 부를 러시아 전역에 어린이 놀이터를 짓는 일을 비롯해, 각종 사회사업 캠페인 등에 보태는 모범을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산고도, 모델로서의 몸매도 아랑곳 않고 자연스레 사랑의 결실을 맺어냈다. 물론 주변에서 그녀는 이미 착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으며, 그 어마어마한 시댁에서조차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했다. ‘21세기의 신데렐라’가 단지 행운의 여신 덕분만일까. 작은 이익에 몸을 사리지 않고, 자신과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는 그 선한 자연스러움이 오늘의 신데렐라 탄생의 비결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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