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밥상 –‘자연스럽게 먹습니다’저자 이정란이 전하는 11월의 텃밭& 요리 이야기

가장 늦게까지 텃밭에 남아있는 우리 토종작물

11월이 되면 낮과 밤의 기온차로 인해 무와 배추는 맛이 응축돼  더욱 단맛을 낸다. 서리라도 내리면 계절은 음성중에서도 강한 음성의 성질을 띄게 되는데 이때 채소들은 스스로 추위를 이기기 위해 따뜻한 양성의 힘을 만들어 나간다.
눈이 오기 전에 무는 중간중간 채 썰어 햇볕에 말리고 텃밭에 아직 남아 있는 시금치, 루꼴라, 쑥갓, 근대, 당근 등은 부지런히 거둬 먹는다.

토마토, 가지, 고추를 지지해 뒀던 지지대나 끈, 비닐멀칭 등도 정리하며 텃밭정리에 들어간다. 겨울준비에 분주해지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동물들은 겨울잠을 잘 준비를 하고 나무들도 겨우내 얼어 죽지 않기 위해 잎을 떨구며 불필요한 수분을 줄여 나간다.
입동(立冬)은 11월7일 전후이며 겨울에 들어선다는 뜻이다. 소설(小雪)은 11월22일 전후이며, 작은 눈, 즉 첫눈이 내린다는 뜻이다. 이 시기엔 빚을 내서라도  반드시 춥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겨울이 깊어지는 시기다.

가장 늦게까지 텃밭에 남아있는 가을근대는 된장국을 끓이면 달고 깊은 맛을 낸다. 근대와 함께 김장밭을 정리하며 한 해 텃밭농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올해는 봄에 모종으로 심은 동과(冬瓜)가 가장 늦게까지 텃밭을 지키게 될 것 같다. ‘동과(冬瓜)’는 ‘동아’라고도 하는데 밭에 심어 기르는 한해살이 덩굴열매로 겨울 수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는 겨울에 수확하는 호박이다.

여름철인 7~8월에 노란색 꽃이 피고 그 후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는데 연한 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열매가 서리를 맞은 뒤에 익는다고 해 한자로 ‘동과’, 서리를 맞으면 껍질이 하얗게 바뀐다고 해 백동과(白冬瓜)’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 선생의 ‘정조지’에 의하면 “동아의 성질은 약간 차며 독은 없고 기운을 북돋아 늙지 않게 하고 가슴이 그득한 증상을 제거한다.”고 기록돼 있다. 열이 있는 사람은 좋지만 속이 냉한 사람이 먹으면 여위게 된다. 또한 동과씨로 기름을 짜고 반찬을 만들어 상에 올릴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는 동아선, 동아돈채, 동아적(炙)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기록돼 있다.
원래는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이나 중국을 통해서 조선 초기에 전파돼 요리에 많이 이용됐지만 요즈음 동과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채소 중 하나가 됐다. 오랫동안 우리 땅에 자라 이 땅의 기운과 기후에 맞게 토착화돼 3대 이상을 걸친 작물을 ‘토종작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동과’야 말로 잊혀가는 토종작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11월의 제철요리 ‘동과(冬瓜)전’

▲재료 : 동과 1/2개 (1kg)
▲부재료 : 통밀가루 4큰술, 물 4큰술, 조선간장 1/2큰술, 참기름 1큰술, 현미유 3큰술, 홍고추 1/3개, 소금 3꼬집
▲초간장 : 조선간장 2큰술, 현미식초 1큰술

▲만드는 방법
     1. 동과는 껍질을 벗기고 씨앗을 긁어낸 후 과육만 굵게 채 썰어 준비한다.(채칼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2. 채 썬 동과는 소금을 넣어 살짝 절인다.
     3. 숨이 죽은 동과에 통밀가루와 물, 조선간장과 참기름을 넣어 버무린다.
     4. 달구어진 팬에 현미유를 두르고 동그랗게 부쳐낸다.
     5. 접시에 담고 홍고추를 굵게 다져 올린다.
     6. 초간장을 곁들인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