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농촌진흥청 발효가공식품과 김소영 연구사

▲ 농촌진흥청 발효가공식품과 김소영 연구사

환절기 건강과 면역력 증진
농산물의 부가가치 향상으로
농가소득 증대에 좋은 영향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면역력이 떨어져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할 환절기가 다시 찾아왔다. 큰 일교차, 갑작스러운 찬바람에 따뜻한 옷 다음으로 찾아야 할 것이 바로 좋은 음식일 것이다. 그 중에서 도라지는 배, 더덕과 함께 환절기 건강관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기 농산물 중 하나다. 도라지는 플라티코딘 A, C, D와 폴리갈라신 D 등의 사포닌과 스피나스테롤, 스피나스테롤 글루코사이드, 이눌린 등을 함유해 항암과 면역 활성, 간 손상 억제, 항비만, 혈당강하 등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식용뿐만 아니라 약용으로도 이용된다.

이러한 도라지는 최근 차, 쿠키, 양갱 등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는데, 식초로서도 이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임원십육지> 등의 고문헌에 ‘길경초’ 또는 ‘길경초방’이라는 이름으로 도라지를 이용해 만든 식초가 실려 있어 19세기 이전부터 도라지 식초가 고급 식재료와 민간약으로 이용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서구화된 식생활,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 환경오염 등에서 비롯된 각종 생활습관병, 환경성 질환 등을 우려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식초의 기능성이 보고되면서 이제 식초는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 음료와 건강식품으로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조미용 식초가 주를 이루고 있어 식초 제조의 다양성과 고급화가 필요하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소비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프리미엄급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도라지를 이용해 식초를 제조하고, 식초의 이화학적 특성을 조사하였다.

농진청은 고문헌에 실린 도라지식초 제조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복원한 뒤, 토착 초산균인 아세토박터 파스퇴리아누스 A11-2균주(KACC 92203P)를 이용해 건도라지를 10일 간 발효시켜 도라지식초를 만들었다. 이후, 개발된 도라지식초의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무처리군과 도라지식초 처리군의 품질 특성과 면역증강 효과를 조사, 비교했다.

조사 결과, 도라지식초에서 도라지에 함유된 플라티코딘 D의 함량이 발효 5일차부터 높게 검출됐고, 면역세포 수를 늘리고 활성화하는 신호전달물질인 사이토카인과 케모카인의 생성량이 증가된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산 생성능력이 우수한 KACC 92203P 균주를 이용하면 발효기간은 10일 정도로 줄이고 품질과 면역증강 효과가 개선된 도라지 발효식초를 제조할 수 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8월 국외전문학술지 ‘FOODS’에 게재됐고, 도라지식초와 이를 활용한 젤리 제조법 등에 관한 산업재산권도 확보했다.

앞으로 도라지 원료와 함께 우리 토착 종균으로 만든 도라지식초가 국민들의 환절기 건강과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주길 바라며, 이를 통해 우리 농산물의 부가가치 향상은 물론, 농가소득 증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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