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철
농학박사
본지 칼럼니스트

 

일찍이 세종대왕은 ‘농업은 의식(衣食)의 근본이므로 나라에서 우선 다스려야 한다’고 권농문에서 밝히고 있다. 녹색혁명의 아버지 노먼 볼락(Norman Borlaug)박사는 1970년 노벨평화상 수상식에서 “우리가 진정 평화를 바란다면 정의를 길러야 하지만, 더 많은 빵을 생산할 수 있는 토지를 함께 갈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고 갈파했다. 농업은 치세의 근본임은 물론 국제사회 평화유지에 어떤 정의보다도 앞선다는 이야기다. 


우리농업 현실은 어떠한가. 농업의 국민경제 성장 기여율이 해마다 낮아져, 국민의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국내 먹을거리 생산에 대한 관심조차 소홀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농가인구는 2007년 기준 327만4천명으로 지난 10년간 200만 명이나 줄어 전체 인구의 6.8%에 머물렀다. 게다가 65세 이상 고령 농업 인구는 32.1%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우리 농업인의 인프라가 낮아졌다.
게다가 2000년도에 대비한 2006년도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7.8%, 같은 기간 농가판매가격지수는 113.9%, 농가구입가격지수는 127.6%로 농촌의 구입 및 판매가 소비자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해가 갈수록 우리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한 농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졌다.

 

안정적 식량공급은 국가 책무
우리의 식량사정을 보자. 우리는 70년 대 후반이후 쌀 자급은 가능해졌지만, 밀 자급률은 0.2%, 옥수수는 0.8%, 콩은 11.3%에 그치고 있어 전체 식량자급률은 28%내외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26위)이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옥수수 공급이 10%만 부족해도 가격은 30%가 급등하고, 20% 부족하면 상승폭은 80%에 이르며, 30%가 부족하면 160%까지 치솟는다는 ‘킹의 법칙’이 작용한다. 따라서 국제사회 여건에 따라 국민 4명중 3명이 굶을 수밖에 없을 끔찍한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세계 주요 선진국의 곡물자급률을 보면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이 100~170%를 이루고, 이탈리아도 72%를 유지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21%로 우리와 비슷한 일본은 국내 식량자급률 제고정책과 더불어 식량의 안정적 공급은 국가의 책무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정부·소비자·농민 공동 노력을
우리는 이 같은 우리 농업현실을, 농업인뿐만 아니라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냉철히 살펴봐야 한다. 식량자급을 떠나서는 국민을 믿게 할 수 없다. 당연히 국민의 먹을거리를 위한, 생명을 다루는 농업은 국가의 기초, 기간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연구기관의 R&D투자 확대, 전문 인력 육성 등 지원확대 뿐만 아니라 IT, BT, 농업벤처의 발굴 등 우리 농업이 첨단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 농산물의 가격 안정 등 농업, 농촌경제정책에 실질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국민은 더욱 질 좋고, 더욱 값싸고, 더욱 손쉽게 농산물을 생산해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농업인이 자신감을 가지고 영농에 종사해 우리에게는 안정적 먹을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우리 농산물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한편 농업인의 입장에서 보면 농업인 한 사람은 해가 갈수록 더 많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농업인은 우리 농업이 경쟁력 있는 주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안전한 고품질 농축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농업은 본질적으로 지식 집약적 종합산업이다. 정부, 생산자, 소비자, 유통업체 등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국가가 앞장서 국민의 먹을거리 생산에 믿음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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