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세계김치연구소 최학종 연구개발본부장(소장 직무대행)

김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발효식품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예방과 면역력 강화에 김치가 좋다는 외신보도도 우리 김치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하며 김치산업의 세계화를 위한 연구를 전담하고 있는 세계김치연구소를 찾았다.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최학종 연구개발본부장에게 김치산업 동향과 김치 연구사업, 김치 세계화 추진 실태 등을 들어봤다.

세계인들, 김치 건강기능성과
코로나19 면역기능 강화에 주목
일본․미국․유럽 등으로 수출 증가

 

인체에 좋은 김치 속 유산균 발견
대장암, 파킨슨병, 피부염 치료 기대

“세계김치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출연연구기관으로, 우리의 전통발효식품인 김치의 우수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김치를 세계화하기 위해 지난 2010년 한국식품연구원 부설기관으로 설립됐습니다. 김치가 발효식품이다 보니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 유전자원, 건강기능성뿐만 아니라 김치산업 발전을 위한 저장·유통, 포장, 위생·안전성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죠. 우리 연구소에는 연구개발, 전략기획, 경영지원 등 3개 부서에 박사 37명을 포함해 연구직 77명과 행정직 33명 총 111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학종 본부장은 세계김치연구소가 그동안 이룬 주요 연구 성과를 간략히 소개했다.
“먼저 김치 속에 유용 미생물인 유산균이 함유돼 있음을 밝혀내 김치의 과학적 우수성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대장암의 종양 부피를 50~80% 감소시키는 유산균을 찾아내 바이오기업에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향후 대장암 치료용 의약품 개발이 기대됩니다.
또한 파킨슨 환자의 운동능력을 증진시킬 유산균도 발견해 기업에 기술이전 했으며, 이로서 파킨슨병 치료약제 개발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김치에서 아토피 피부염 지수를 감소시키는 유산균도 발견해 현재 임상시험 중인데 머지않아 약제로 개발될 전망입니다. 이처럼 김치에서 각종 질환 치료에 기능성을 발휘하는 유익한 유산균이 속속 발견돼 우리 김치가 건강식품으로서 세계인들에게 더욱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김치연구소에서는 김치의 발효를 주도하는 우수 종균을 다수 개발해 김치 생산업체에 이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치 생산성을 2~3배 높일 양념 속 넣기 자동화 장치를 개발해 상용화에 나섬으로써 중국산 김치와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지난 2013년 한국의 김장문화를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이는 저염발효식품을 먼저 만들었다는 중국의 주장에 이어, 일본이 기무치 강세를 무기로 한국김치를 폄하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에, 유네스코는 한·중·일 3국간 김치 주도권 싸움을 정밀히 평가해 한국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김치종주국인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게 됐다.

1인가구 증가 등으로 국내소비 감소
건강기능성 바람 타고 해외수출은 증가

곧 다가올 김장철을 앞두고 한국인들은 김치를 얼마나 소비할까 궁금했다.
“2018년 기준, 국내 김치 연간소비량은 182만 톤으로 2010년 이후 1.3% 감소했습니다. 1인 가구 증가, 식생활 변화, 대체식 출현에 의한 쌀 소비량 감소 등이 그 원인으로 보입니다.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 가정은 줄어들고 있지만, 반면 상품김치에 대한 소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편, 김치 수출량은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는데, 해외에서 김치의 건강 기능성에 주목하면서 일본 외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대상국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흔히 먹는 김치는 배추김치나 깍두기 정도이지만, 사실 소금에 절여 양념에 버무린 뒤 발효할 수 있는 재료는 모두 김치가 될 수 있어요. 김치의 종류는 크게 김장김치와 손쉽게 담가 먹는 보통 김치가 있습니다. 김장 김치는 배추김치, 동치미, 속박지 등이 있고,  보통 김치로는 나박김치, 오이소박이, 열무김치, 갓김치, 파김치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밖에 지금까지 알려진 김치 종류만 해도 250여 종에 이릅니다.”

김치 발효과정서 다양한 유산균 생성
최 본부장은 250여 종의 김치 모두를 알긴 어렵다며 쉽게 담가먹을 수 있는 몇몇 이색김치를 소개했다.
“호박김치는 늙은 호박과 김장을 하고 남은 배추우거지, 무청을 절였다가 고춧가루와 젓갈로 버무려 담그는 김치인데, 그냥 먹기보다는 겨우내 찌개를 끓여 먹기 위해 만드는 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김치는 단감과 무, 배추를 얄팍하고 네모나게 썰어서 소금에 절인 후 김치 양념에 버무려 담그는 김치입니다. 상큼하게 먹으려면 고춧가루와 새우젓만으로 버무려 먹어도 맛있죠. 단감은 쉽게 물러지므로 오래 두지 말고 바로 먹는 것이 좋습니다.”

배추, 고추, 마늘, 젓갈 등 다양한 원료로 만들어지는 김치는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유산균을 생성하며, 이 유산균은 김치 맛에 영향을 미치는 발효 대사산물을 생산한다. 김치의 발효를 주도하는 3대 유산균은 류코노스톡, 와이셀라, 락토바실러스 등 3종인데, 이 중 류코노스톡은 시원한 단맛을 내는 만니톨과 청량감을 주는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반면, 락토바실러스와 와이셀라는 신맛을 내는 젖산을 주로 만들어낸다고 최 본부장은 설명했다.

지역별로 재료도 맛도 다양한 김치
지역별로 김장김치를 담가먹는 방식이 조금씩은 다른데, 주요 재료나 부재료, 기후 환경, 지리적 요건 등에 따라 다양한 김치가 만들어진다. 최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지역별 김치의 특징을 설명했다.
“서울 김치는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채소와 젓갈이 다 모이는 관계로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해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짜거나 싱겁지 않고 적절한 맛을 냅니다. 경기도 김치는 주로 새우젓을 사용하며 간이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종류도 많습니다. 강원도 김치는 동해에서 나는 오징어채, 꾸득꾸득 말린 생태살을 새우젓국에 무쳐 간을 맞추고 거기에 멸치를 달여 받친 국물을 부어 담급니다. 충청도 김치는 서해안을 접하고 있어 조기, 황태, 새우젓 등을 많이 쓰는 게 특징입니다. 간은 중부지방과 같이 중간정도이고 갓, 까나리, 젓갈 등을 사용해 은근한 맛이 우러나는 소박한 김치입니다.

전라도 김치는 멸치국물을 많이 써서 색깔은 탁하지만 깊은 맛이 있으며 채소를 다양하고 고르게 사용합니다. 맵고 짭짤하고 진한 맛과 감칠맛이 나는 게 특징이죠. 경상도 김치는 날씨가 따뜻해 김치가 일찍 시기 때문에 소금에 푹 절이고 멸치젓을 주로 써서 담급니다. 주로 생강을 적게 쓰고, 소금과 고춧가루, 마늘을 많이 넣어 자극적입니다. 제주도 김치는 기후가 따듯해 배추뿐만 아니라 채소가 밭에서 월동하므로 김장의 필요성이 덜합니다. 그래서 김치 종류가 단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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