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색소믈리에의 세계 - 젓갈 소믈리에 윤진희씨

중세 유럽에서 식품보관을 담당하는 솜(Somme)에서 유래한 소믈리에. 흔히 와인을 감별하는 와인 소믈리에를 떠올리지만 영주가 식사하기 전 식품의 안전성을 알려 주었던 소믈리에의 역할은 웰빙이 대세인 현재에도 유효하다. 더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소믈리에들을 만나본다. 젓갈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는 윤진희씨를 만나봤다.

▲ 젓갈 소믈리에 윤진희씨는 충남 태안의 풍부한 수산물로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젓갈을 만들고 있다.
▲ 흰 밥에 젓갈 한 가지만 있어도 밥 한그릇 뚝딱! 입맛 돋구는 다양한 젓갈들.

- 젓갈에 관한 관심은 언제부터?
14년 전 태안으로 귀촌했고 7년 전부터 태안의 향토음식점을 하면서 풍성한 수산물을 건강하게 염장하고 고객들에게 대접하고 싶었다. 젓갈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자료를 찾아봤지만 옛문헌으로만 전해지는 자료만 있을 뿐 정확한 레시피가 없어 아쉬웠다.

내 경우도 시어머니의 손맛에 의지해서 게장을 개발하고 젓갈을 만들었다. 젓갈에 관해 전문지식을 가지고 이를 응용해서 교육할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돼 공부하게 됐다. 젓갈 소믈리에는 젓갈의 역사와 종류 특징을 이해하고 젓갈 마다의 차이점을 인지해야 하고 젓갈 담그는 법과 보관법 그 밖의 다양한 젓갈의 효능 등 젓갈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겸비해야 한다.

- 소믈리에가 필요할 정도로 젓갈의 종류가 많은가?
젓갈은 수산물이 가장 많이 잡힐 때 염장을 하기 때문에 지방마다  담그는 종류와 시기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젓갈 종류는 약 140여종에 이른다.
소재별로 분류하면 생선으로 담근 것이 80여 종, 생선의 내장으로 담근 것이 50여 종, 게나 새우 갑각류로 담근 것이 20여 종이고, 낙지·문어·오징어 등의 두족류로 담근 것이 16종 그 밖에 해삼이나 성게로 담근 젓갈이 있다. 멸치젓, 새우젓, 명란젓, 오징어젓, 조개젓, 어리굴젓의 순으로 소비되고 있다.

- 젓갈의 영양학적 우수성은?
젓갈은 단백질 소화효소와 지방분해효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쌀밥을 주식으로 할 때 부족하기 쉬운 필수 아미노산을 보충해 준다. 식욕증진, 간보호, 비타민B 보충에 좋은 음식이며 밥 반찬과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젓갈은 어류, 패류, 어류의 내장에 소금을 가해 부패균의 번식을 억제하고 어패류 자체의 효소와 외부 미생물의 효소작용으로 육질을 분해시킨 독특한 맛과 풍미의 발효식품이다. 짠 음식을 기피하는 식문화의 영향으로 요즘은 너무 짠 염장법 보다는 염도를 낮추고 신선한 발효식품으로 젓갈을 개선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낙지젓갈 같은 경우 지금은 발효된 낙지무침 정도의 느낌으로 숙성기간을 오래 두지는 않지만 맛이나 영양학적 측면을 살리는 방법으로 조리하고 있다.

- 좋은 젓갈 고르는 법을 알려달라.
오징어젓갈은 몸통만 쓴 오징어 젓갈이 맛이 있고, 귀나 다리가 섞인 것은 맛이 덜하다. 새우젓은 새우가 통통하고 껍질이 얇으며 붉은색을 띠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시중에서 홍새우라고 불리는 빨간 새우젓은 김치의 감칠맛을 끌어올려 김장엔 제일 잘 어울린다. 멸치젓은 비늘이 적고 뼈와 머리가 완전히 붙어있는 것이 신선한 멸치젓이다. 거무스름하며서 붉은빛이 돌고 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푹 삭아 있어야 맛이 좋다.

염장해서 보관하는 음식이라도 원재료의 신선함이 최고다. 그리고 간수가 적절하게 빠진 천일염 또한 중요하다.
결국은 얼마나 신선한 재료로 만들었느냐가 관건이다. 좋은 젓갈은 좋은 냄새와 재료 자체의 예쁜 색깔, 그리고 감칠맛의 삼박자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너무 짜지 않게 재료가 잘 곰삭으면 달큰하면서 감칠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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