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91)

"더욱 예쁜 한글이
세계인의 옷 위에
새겨지면 좋겠다..."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지난 2019년 9월, 2020년부터 10월9일을 ‘한글날’(Hangul Day)로 제정하는 결의안(ACR 109)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국에서 소수민족의 언어를 위한 별도의 기념일을 정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그동안 교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한글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BTS를 비롯한 K팝, K드라마 인기에 힘입은 한류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크게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한류와 한국문화가 더욱 확산될 기반이 마련됐다는 내외의 평가다.

세계적 언어학자 제임스 맥콜리(시카고 대 교수)는 1966년 미국언어학회 기관지에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위대한 글자인 한글을 전 세계 언어학회가 찬양하고 한글날을 기념하는 것은 매우 타당한 일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이며, 나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해마다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고 썼다. 이 밖에도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삿세 교수, 하버드대 에드윈 라이샤워 교수 등 많은 세계의 석학들이 한글의 우수성을 극찬하고 있다.

그런 ‘문자로서의 우수성’과 다른 차원으로, 한글의 아름다움이 최근 들어 유럽의 패션무대에서 큰 박수를 받고 있다. 한글이 새겨진 옷들이 유럽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06년 2월 이상봉 디자이너가 파리에서 처음으로 한글패션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한글의 존재조차 몰랐던 현지인들이 이제는 한글 매력에 푹 빠졌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샤넬을 이끌던 칼 라거펠트는 한글이 일종의 큐비즘(추상미술의 모태로 피카소·브라크 등이 대표적 작가) 같다며, 한글을 쓰는 방식도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특별히 2015년 서울에서 열린 크루즈쇼에서 ‘한국’, ‘서울’, ‘코코’, ‘샤넬’이란 글자를 직조해 새겨 넣은 특유의 트위드 재킷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한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남성복 제냐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사르토리(이태리), 벨기에 디자이너 시몬스, 영국의 저스틴 손턴 부부 등을 비롯, 일본의 요지 야마모토까지 한글 패션에 뛰어들고 있다. 재킷, 티셔츠, 모자에 이어 운동화, 넥타이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한글을 이용하는 중이다. 칼 라거펠트처럼 한글의 조형미를 살려 기하학적인 무늬로 넣기도 하고 단어나 문장으로 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지난 9월 한국계 할리우드 스타 샌드라 오(오미주)는 해외 패션지 보그 영국판 화보에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고 한글로 쓴 연보라 항공재킷을 입어 강한 인상을 던졌다. 그녀는 미국 방송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할리우드 스타로 2018년에도 여우주연상 후보였고, 그동안 12번이나 에미상 주요부문 후보에 올랐던 배우다. 그녀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가수등 유명인들도 한글패션을 즐긴다. ‘긴장하라’ ‘팔팔’ ‘나무아미타불’ ‘나 예뻐’ 등 다양한 글들이 실리고 있다.

한글에는 이밖에도 ‘사랑해’ ‘도와줄게’ ‘힘내라’ 등 뜻 깊은 말들이 아주 많다. 더욱 예쁜 말들이 세계인의 옷 위에 새겨져, 세종대왕이 간절히 바랐던 ‘자주, 애민, 실용’의 정신이 각박한 삶을 위로하고 격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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