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걸 본지 고문

"사업실패 자영업자 재기 도울
특단의 대책 강구해야 한다.
최악의 국가재정 상태지만
확보 가능한 예산 범위에서
국민 모두를 지원하는 것보다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복지정책 필요하다."

▲ 채희걸 본지 고문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다 주52시간 근무로 사업에 타격이 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쓰나미에 휩쓸려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 2분기 동안 하루에 1142곳의 점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발 경기침체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올 여름 52일간의 역대 최장의 장마와 한반도를 직격한 3개의 태풍으로 많은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한때 저녁 9시 이후 영업이 제한되면서 폐업이 더욱 가속되는 상황이다.

필자는 추석을 얼마 앞두고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수원 팔달시장을 갔었는데, 수원에 거주한 55년 동안 좀처럼 보지 못했던 빈 점포가 곳곳에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국내 최고의 상권으로 알려진 남대문시장과 명동에도 문을 닫은 점포가 한둘이 아니다. 국가경제 추락에 참담한 심정을 가눌 수 없다.

이러한 경제 불황 수습과 고통 받는 소상공인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을 돕기 위해 정부는 지난달 4차 추가경정 예산 7조8000억 원을 세웠고, 이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해 국민들에게 지원된다. 이에 따라 연매출 4억 원 이하에 전년보다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에게 100만 원,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한 유흥주점과 콜라텍 등에 200만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밀린 월세로 보증금을 다 까먹고 권리금마저 포기하며 눈물의 폐업을 해 거리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에게는 이 같은 지원이 ‘언 발에 오줌 누기’가 아닐 수 없다. 실의에 빠진 자영업자가 막다른 골목에서 삶을 포기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사업 실패로 주저앉은 이들의 손을 잡아 일으킬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 채무가 계속 늘어나는 최악의 재정 상태에서 이들을 도울 재원을 마련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확보 가능한 예산 범위에서 국민 모두를 지원하는 것보다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사업실패자를 위로하고 그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구직활동 지원 시책을 마련하는 한편, 그들이 귀농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길도 제시해줘야 한다. 농촌지역에 방치된 폐농가 보수를 지원하고, 유휴농지나 저렴한 농지 임차를 알선해 그들이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일이 그것이다.

사업에 실패한 자영업자들이 재기하기에는 막대한 투자자본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사업이 많이 창출되는 상황에서 종전의 사업으로 재기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은 그들이 코로나시대에 적합한 비대면 직업을 찾을 수 있는 교육을 추진하고,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실패한 자영업자들이 소자본으로 공유주방을 이용해 재기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공유주방 배달망을 구성해주길 바란다.

사업실패 자영업자들도 인생 2막을 슬기롭게 개척한다는 각오로 자신의 취미와 특기, 경험을 살려 새 직업 찾는 것을 서둘러야 한다. 도시와 농촌지역 모두 인력 부족으로 고임금을 얻을 수 있는 도배, 도장, 목공, 이발, 제빵 등을 교육하는 정부지원 무료직업훈련기관 연수에 참여해 평생직업을 찾는 일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코로나19 종식이 언제일지는 현재로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아니 영원히 코로나 바이러스와 원치 않는 동행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경기침체의 그늘이 쉬 걷히지 않을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 국민 모두가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갈 방안을 찾고 고통을 감내하며 경제재건의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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