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56)

# 예수·석가모니·소크라테스와 더불어 ‘세계 4대 성인(聖人)’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는 공자(孔子, BC551~ BC479)의 3000명이나 되는 제자 가운데 자로(子路, BC542~BC480)라는 인물이 있다.

공자의 제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최연장자로 스승인 공자보다 불과 아홉살 아래였는데, 성품이 호방하고 우직한 무장이었다. 그는 늘 수탉의 꼬리깃으로 만든 관(모자)과 수퇘지 가죽으로 만든 허리띠를 차고 다녔는데, 다 떨어진 헌 무명옷을 입고도 여우털이나 담비털로 만든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 앞에서도 늘 당당했다. 그는 위나라 정변 때 상대 장수의 창에 목이 찔리면서 갓끈이 끊어지자, “군자는 죽을 때도 의관(衣冠)을 바로 갖춰야 한다”며 끊어진 갓끈을 고쳐매고 숨을 거뒀다.

# 그 자로가 생전에 공자에게 “완전한 사람(성인)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가 답했다.
“見利思義 見危授命(견리사의 견위수명)/ 久要 不忘平生之言(구요 불망평생지언)” 즉, ‘이익을 보면 의(義)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치며, 오래 전의 약속을 평생의 말로 여겨 잊지 않는다면 완전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공자의 <논어(論語)> 헌문(憲問)편 제14장]

이 말 중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구절 ‘견리사의 견위수명’은 한말 항일독립투사였던 안중근(安重根, 1879~1910) 의사가 옥중에서 써서 남긴 글씨로도 유명한데, 그 유묵이 현재 문화재(보물 제 569-1호)로 지정돼 부산 동아대박물관에 소장돼 있기도 하다.

# 최근 전직 대통령의 아들 김모(57)라는 이가 4년 전 ‘상징적이고 소중한 분’이라고 정당에 영입돼 지난 4월 21대 총선에 출마했을 때, “아버지께서 사리사욕을 좇지 말고 국익을 추구하고 정의를 추구하라고 했다”며 지역유권자들 앞에서 “그 가르침대로 정의로운 선량이 되겠다”고 열변을 토했고, 선량이 됐다. 지난 현충일에는 앞서 예로 든 공자의 말씀- ‘견리사의 견위수명’, ‘의롭지 못한 이익은 추구하지 말고,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처한 것을 보면 힘껏 구하라는 뜻’이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최대 이슈가 돼 있는 다주택자로서, 평생 이렇다 할 일정한 직업이나 소득 없이 순전히 ‘부모의 후광’과 부의 대물림으로 이룬 100억 재산 형성과정을 둘러싸고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다가 결국 당에서 제명돼 무소속의원이 됐다. ‘아내 탓, 보좌관 탓’으로 돌리는 궁색한 변명도 참 딱하기 짝이 없다. 만약에 그가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다면, 그의 이러한 행태는 아마도 영원히 그대로 묻힌 채 지나가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득, 영어속담 하나가 떠오른다.- ‘Don’t cast your peals before swine.’(돈트 카스트 유어 펄스 비포 스와인).
직역하자면, ‘돼지 앞에 진주를 던지지 말라’는 뜻이다. 즉, 우리가 격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 됨됨이를 말할 때, 비유적인 비하 표현으로 흔히 쓰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란 말과 같은 말이다.
그런 철없는 인사가 어떻게 민의를 대변하는 선량이 될 수 있었는지, ‘유구무언(有口無言)’ 일 따름이다.
그가 되뇌던 정의는 다 어디로 갔나…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