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홍경석 작가

‘경비원 작가’로 이름 난 홍경석 작가는 가난해서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새벽엔 신문 배달, 낮엔 구두 닦기, 비가 오면 우산장사 등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한다.그는 저학력로 인해 환갑이 지난 지금도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결혼해 아들, 딸 남매를 뒀는데, 가난으로 사교육은 엄두도 못 내고 대신 도서관을 자녀를 데리고 다녔다. 그런 그의 노력이 통했던 걸까. 아들을 서울대 대학원, 딸은 서울대학을 졸업했다.
홍경석 작가는 책 3권을 내고 네 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도서관 공부를 통해 나름의 성공을 거둔 그의 가족이야기는 우리의 삶에 선한 울림을 준다.

 

도서관에서 30년간 1만권 독파
방대한 독서량 바탕으로 글쓰기 20년
지역신문기자와 작가로도 활동 왕성

초등학교 6학년, 가장이 되다
“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났어요. 어머님은 아버님과의 불화로 제가 첫돌이 되기도 전에 집을 나가셨기에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요. 아버지는 어머니의 가출에 낙담해 매일 술을 드셨어요. 그래서 전 초등학교 6학년 때 천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구두닦이와 행상을 하며 홀아버지를 모셔야 처지가 됐지요. 그래도 아버지는 술을 끊지 못해서 늘 가정형편이 어려웠어요.”
세월이 한참 흘러 그는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결혼 후에도 아버지를 계속 모셨는데, 아들이 두 살 때 아버지는 과음으로 건강이 악화돼 작고했다고 한다. 너무 외롭고 허전해 이듬해 아이를 하나 더 낳았는데 딸이었다. 남매를 둔 것이다.

“저는 못 배운 게 한이 돼 자식들만큼은 잘 가르쳐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러나 가난한 탓에 사교육은 꿈도 꿀 수 없었죠. 그 대신 도서관에서 공부를 시키면 좋을 것 같아 쉬는 날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눈에 띄게 학업성적이 좋아져 둘 다 사교육 없이도 대학에 진학하게 됐어요. 아들은 충남대 신소재공학과에 진학 후 졸업 삼성에 취업했어요. 삼성에 취업한 지 얼마 안 돼 우수인재로 발탁돼 서울대 대학원에 보내주더라고요. 아들은 서울대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는 현재 삼성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딸은 서울대에 입학해 심리학을 전공한 뒤 서울대 심리상담센터의 상담사로 취업을 했는데, 지금은 딸을 낳아 육아휴직 중입니다.”

자녀 키운 얘기, 책으로 나오다
자녀의 성공을 지켜본 주위 사람들은 그에게 책을 내보라고 권했고, 자녀들을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며 공부시킨 얘기를 주제로 2015년 ‘경비원 홍키호테’란 제목의 첫 책을 냈다.
“아들이 1981년생, 딸이 1983년생이니까 1990년대 초반부터 도서관을 다녔지요. 도서관을 다닌 지 30년. 지금도 휴일이면 습관처럼 도서관을 가지요. 그 동안 책 1만여 권을 읽은 것 같아요. 책을 많이 보게 되니까 글 쓰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마이뉴스가 창간되면서 시민기자로서 매일 기사를 썼어요. 글쓰기에 탄력을 받을 땐 하루에 기사 10꼭지를 써 보낸 적도 있어요. 그렇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생활을 15년 했어요. 경비원 봉급이 너무 적어 지금도 투잡으로 대전시청, 대덕구청 등 10여 곳의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이젠 주제만 던져주면 큰 두려움 없이 책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지난해 두 번째 책으로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라는 책을 냈는데, 찾는 사람이 많아 2쇄를 넘어 3쇄를 앞둔 상황이라고 한다. 그리고 올해 여름에는 사자성어를 인용한 에세이집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을 펴냈다.

신문배달 하며 익힌 한자공부로
사자성어 에세이집 두 권 펴내

사자성어를 주제로 책을 쓰려면 한자를 많이 알아야 할 텐데 한자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다.
“저는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하고 원치 않은 가장으로서 어린 나이에 신문 배달과 신문판매를 5~6년 했어요. 신문 배달을 하고난 뒤 신문 1부를 남겨 아버지에게 갖다드렸죠. 당시는 신문기사에 한자를 병기(倂記)하던 시대였어요. 저는 신문을 탐독하면서 옥편으로 한자공부를 했는데, 한자공부가 재미있어 쉽게 터득했어요. 특히, 한자 사자성어에 매료되다보니 이번에 사자성어를 주제로 한 에세이집을 쓰게 된 겁니다.”

그는 한자 외에도 여러 장르의 책을 읽으며 사고의 폭을 넓혀갔다고 한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봤습니다. 에세이, 철학, 역사물을 주로 봤는데, 어느 날 책을 봤더니 글 쓰는 방법이 보이더라고요. 특히 세르반테스가 쓴 돈키호테란 책 내용 중에  ‘재산보다는 희망을 욕심내자. 어떤 일이 있어도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라는 글귀에 감명 받았어요. 이를 가훈으로 삼아 자녀 둘을 가르친 것이 오늘의 성과를 거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기자에 이어 수필작가로 등단
홍경석 작가는 에세이를 많이 읽은 덕에 종합문예지인 ‘서정문학’에 수필을 많이 기고할 수 있었다고 한다. 10년 전엔 수필작가로도 등단해 지금까지 5천~6천 건의 수필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는 네 번째 책 출판계약을 맺고 집필을 마친 상태며, 지금은 내용을 수정 중인데 곧 출간돼 독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한다. 책 제목은 ‘초졸 경비원 아빠와 서울대 졸업의 단란가족’(가제)이라고 지었다고. 그는 앞으로 사자성어 주제의 에세이집 4권과 수필집 6권 총 10권의 책을 더 낼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독서보다도 글쓰기에 주력하고 있는 홍경석 작가는 30여 년 간 꾸준히 해온 독서와 20년 글쓰기 내공으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현재 일간 ‘뉴스에듀’ 대전충청지역본부장과 월간 ‘청풍’ 편집위원 등 사회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그는 신문배달을 하며 신문을 통해 익힌 한자에 매료된 인연을 계속 이어가 사자성어를 주제로 한 에세이집 발간에 더욱 힘쓰겠다며 국민들도 한자공부에 주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책을 많이 보면 글을 잘 쓸 수 있는 비결은 물론 처세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수가 될 수가 있습니다. 책을 많이 보는 사회, 그로 말미암아 품격이 있는 사람이 급증하길 소망합니다. ‘인격은 그가 읽은 책으로 알 수가 있다’는 명언을 새겨 국민 모두가 독서에 많은 노력을 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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