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신 홍
본지 편집위원
前 축협중앙회 연수원장

 

수처위주(隨處爲主). 언제 어디서나 주인정신을 가지고 모든 일에 임하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교육계 원로였던 김원규(金元圭) 교장선생님은 이 말씀을 늘 학생들에게 강조하면서 엄하게 교육시키셨다고 한다.
필자의 백형(伯兄)이 6.25 한국전쟁 휴전 직후 피난지에서 올라와 다니던 서울고등학교에 복학하게 됐다. 그 때 집에 와서 교장선생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이야기하던 것이 귀에 선하고 간접으로 들은 그 말씀이 내 인생에 큰 나침반이자 어려울 때 버팀목이 됐다.

 

1등 만드는 주인정신
모두가 어렵다는 이때 한 줄기 빛처럼 이 말씀이 떠올라 새해 벽두에 한 말씀 드린다. ‘폐허가 된 나라를 구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너희 어깨에 달려 있다.’ 하시며 그러자면 ‘언제 어디서나 내가 주인이란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 다시 말해 수처위주의 정신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감동적인 훈화를 하셨다고 한다. 그러자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용기를 지녀야 한다며 추운 겨울에도 교복 아랫도리에 손을 넣지 못하게 했고, 심지어 주머니를 꿰매게도 했다. 꿰맨 교복을 들어보이며 그렇게 엄한 교장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 시기를 전후해 수많은 엘리트 청소년들을 길러내셨고, 그들이 폐허가 된 조국을 부흥시키는데 커다란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개인이건 법인이건 간에 어려운 때일수록 그 주체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살아남고, 빛이 나려면 그 구성원 모두가 ‘내가 주인’이라는 수처위주의 주인정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어떤 분야이건 간에 그 속에 1등이 있고 스타가 있다.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의 뜻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사람들이다. 수처위주의 정신이 그들로 하여금 시간과 열정을 다 바치게 했다. 게으르고 남의 눈치나 살피고 요령만 피우고 나약하며 자기자신을 속이는 자는 자기인생에 열정을 바칠 수 없다. 주인정신은 자기희생 정신과 사명감과도 통한다.

 

휴머니즘 갖춘 ‘스타’ 되어야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언론은 특히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뒷받침된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서애 류성룡이 쓴 포은 정몽주의 문집인 포은집의 발문 중 이러한 구절이 있다.
‘되지 않을 줄 알면서도 구태여 그렇게 한 것은 분(分)이 정(定)해져 있는 까닭이다. 분이란 무엇인가? 하늘의 뜻에 따라 세상만물이 존재하고 있는 법칙이 곧 그것이다. 국민이 나라에 충성하고 자식이 어버이에게 효도함에 있어서 정성과 절개를 다 하다가 신상에 위해가 닥치고 목숨을 잃는 일이 있어도 이 또한 분(分)이니라. 배우는 사람은 이것을 배울 뿐이요, 아는 사람은 이것을 알 뿐이요, 행하는 사람은 이것을 행할 뿐이니 이것을 다하는 것은 거룩한 것(聖)이요, 이것을 힘쓰는 것은 어진 것(賢)이다.
이와같이 살고, 이와같이 죽어, 화(禍)와 복(福)을 얻고 잃음에 있어서는, 그 만나는데(부딪쳐 지는데) 따름으로서 내 마음이 편하도다.’
이 말은 개인적인 이해득실에 관계없이 본분을 지켜 신명(身命)을 바치는 것을 말한다. 주인정신은 수처위주 정신의 극치다. 언론인은 모름지기 위 포은집 발문에 숙연해야 할 것이다. 농촌여성신문도 이러한 정신으로 거듭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우리가 어떤 분야에서 1등이 되고 스타가 됐을 때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모자라고 부족한 꼴찌에 대한 배려와 품어 안음이 있어야 한다. 경쟁에서 낙오된 나보다 못한 자가 있기에 나는 상대적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그들을 보듬고 희망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우리 모두 새해에는 이러한 휴머니즘이 물씬 풍기는 스타들이 되도록 혼신의 힘을 쏟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