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1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오면 여름철에도 비가 많이 온다는 말은 상식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속담에서 온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겨울 다음에 봄을 지나야 여름이 오는데, 어떻게 한 철을 건너 뛰어 다가오는 여름철 날씨를, 그것도 정 반대인 겨울철 날씨로 알아맞힐 수 있을까?  
바람은 언제나 기압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분다. 겨울철에 북서풍이 부는 이유는 우리나라 북쪽에 있는 시베리아에서 대륙고기압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 대륙고기압이 평년하고는 다르게 발달하지 못하는 해가 있다. 그렇게 되면 고기압 대신 저기압이 자주 지나가게 마련이다. 이 저기압은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습기가 많고 비교적 따뜻한 성질을 가진 고기압을 끌어들인다. 이때는 남풍 또는 남서풍이 분다. 그러면 우리나라 상공에서 습하고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가 마주쳐 눈이 내리게 된다. 그것도 갑자기 그리고 많이 내린다.


겨우내 이러한 날씨가 잦으면, 다가오는 여름철에는 장마가 끝난 뒤에 화창한 여름날 씨를 가져다주는, 덥고 습한 성질의 북태평양 고기압도 그 세력이 약해진다고 한다. 무슨 까닭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되면, 장마가 끝나는 둥 마는 둥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지나간 십여 년의 날씨를 돌이켜보면, 겨울철의 눈 피해와 8월과 9월에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았던 것을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이 사실은 ‘겨울에 눈 많으면 여름에도 비 많다’는 속담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8월과 9월에 걸친 햇볕쪼이는 시간의 많고 적음은 그해의 풍년과 흉년을 결정한다. 곡식들은 햇볕의 힘으로 이삭을 키워서 낟알을 충실히 채우며, 과실은 더욱 굵어지고 영양을 풍부하게 하여 맛을 좋게 한다. 이 중요한 시기에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아 햇볕 쪼이는 시간이 조금밖에 되지 않는다면 풍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작년(2008년)의 날씨는 한동안 불순했던 날씨를 끝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게 해주었다. 작년에는 평년 날씨보다 농사에 한층 유리한 날씨를 가져다주었다. 장마철에도 평년보다 많은 햇볕쪼이는 시간을 주었고, 8월과 9월에도 풍부한 햇볕과 알맞은 비를 내려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근년에 기상재해가 가장 적은 해로 기록되었다. 내친김에 올겨울에는 눈도 알맞게 내리고, 햇볕 쪼이는 날도 많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