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강원국 작가

사람들은 자신만의 삶보다 남을 돕고 보살피며 사는 것에 더 큰 보람을 느낀다. 특히 글로 여러 사람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은 참으로 귀중한 일이다.
신문기사를 읽고 공감과 감동을 얻어 글이 제시하는 사회나 나라 발전의 뜻을 다짐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남에게 공감을 얻어내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삶의 무기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썼던 스피치라이터 강원국 작가로부터 감동과 힘이 녹아 있는 글쓰기 요령을 알아봤다.

 

꾸준히 보면 추세가 담기고
자세히 보면 묘사를 잘하고
자신을 깊게 보면 성찰이 되고
넓게 보면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지혜와 삶의 비결을 담아라

“독자는 글에서 큰 기대를 하는 게 아닙니다. 알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글이면 됩니다. 모르는 것을 알고 싶고,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은 겁니다. 타인의 경험에서 지혜와 비결을 배우기 위해서죠. 또 하나의 이유는 글이 주는 메시지를 통해 공감과 위로, 용기를 얻고 싶은 것이죠.”
좋은 글이란 말 같은 글이어야 한다고 강 작가는 말한다.
“질문을 잘해야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제에 의문을 품고 많이 반문해야 하죠. 엉뚱한 질문을 할까봐 두려워 주저하지 말고, 조금은 용감하게 상대방과 협의해 좋은 질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현문현답’의 힘을 얻게 돼 좋은 글을 쓰게 되죠.”

시각적으로는 주목을 뛰어넘는 관찰의 힘을 가져야 글이 좋아진다고 강 작가는 덧붙였다.
“세상에는 ‘주목’을 잘하는 사람과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목과 관찰은 사물이나 인물을 본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그러나 ‘주목’은 남이 보라고 하거나 봐야 하는 것을 보는 것이고, ‘관찰’은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
관찰을 통해 깊이 들여다보면 본질과 원리를 깨닫게 돼 탄력을 지닌 글이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꾸준히 보면 추세나 추이가 담긴 글을 쓸 수 있고, 넓게 보면 동서고금을 넘나들게 되고, 오래 보면 보듬고 사랑하게 된다고. 또 자세히 보면 묘사를 잘하게 되고, 남의 삶을 잘 들여다보면 삶의 모습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자신을 깊게 보면 성찰이 담긴 글이 나온다고 한다.

글쓰기는 독자와의 소통
강 작가는 이어 상대방을 움직이는 공감의 힘, 즉 마음이 통하는 글을 쓰는 요령에 대해 설명해줬다.
“읽기와 듣기는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소유행위’입니다. 그와 달리 쓰기와 말하기는 내 것을 남에게 나눠주는 ‘공유행위’죠. 글쓰기는 독자와의 소통입니다. 글을 쓸 때는 독자의 반응을 생각해야 합니다. 공감능력이 있는 작가는 독자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할까’, ‘무엇을 궁금해 할까’, ‘이렇게 쓰면 독자가 알아들을까’, ‘재미있어 할까’, ‘지루해하지 않을까’ 등등 독자의 여러 반응을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반면, 공감능력이 부족한 작가는 벽이나 무표정한 사람을 앞에 두고 말하는 것처럼 글을 쓰는데, 그러다보면 글감도 생각나지 않을뿐더러 좋은 글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독자의 심정과 사정을 읽고 그것을 건드려야 좋은 글이 됩니다. 그런 글을 읽으면 독자는 절로 ‘이 글 공감이 간다’고 반응을 하겠죠. 보고서를 쓸 때도 공감능력이 필요합니다. 상사의 관점과 처지를 읽어야 그의 마음에 드는 보고서를 쓸 수 있습니다.”

남이 쓴 좋은 글이나 강연도
간직했다가 자신의 글감으로...

글재주가 아니라 통찰의 힘을 갖고 글을 써야 최고의 효과를 얻게 된다고 강 작가는 강조한다.
“통찰은 거창한 게 아닙니다. 낯선 동네에 가면 동서남북이 분간되지 않아 헷갈릴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동서남북을 파악하게 됩니다. 바로 그때가 통찰의 순간입니다. 글을 쓰려면 통찰력이 필요한데 쓰다 보면 글의 흐름과 방향이 잡히면서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하는 때가 옵니다. 작가들은 그럴 때 뮤즈(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술과 학문의 여신)가 찾아왔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뮤즈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불평하거나 초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느 순간 별안간 머릿속에 글의 방향이 떠오르게 됩니다.

글감도 잘 모아 간수해야 합니다. 칼럼 한 꼭지를 읽으면 간수할 한 줄이라도 정리하고, 강의 30분을 들으면 자기의견을 한마디라도 건져 올려 메모해야 합니다. 이런 메모는 자신이 나중에 글을 쓰는데 유용하게 인용할 글감이 됩니다.”
강 작가는 요즘과 같이 서로 다른 분야가 섞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융복합의 시대에는 상호 비판이 불가피하다며 비판의 글을 쓰는 요령에 대해 설명했다.
“비판의 목적은 순수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인신공격이나 악담이 돼서는 안 됩니다. 비판을 위해서는 정확한 사실확인이 있어야 하며, 왜곡과 과장이 없어야 하고 불편부당해야 하고, 진실해야 합니다. 모욕이나 악담, 저주는 비판이 아닙니다.”

지식․경험․상상이 재미있는 글 만든다
글을 쓰는데 있어 기억과 상상도 중요하다고 강 작가는 말한다.
“기억은 과거이고, 상상은 미래입니다. 우리 머릿속에 지식이나 경험은 기억의 형태로 있습니다. 상상은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일이고 살아보지 않은 미래입니다.”
상상의 힘으로 재미있는 글을 쓰는데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며 그는 재미를 담은 글쓰기 요령을 제시했다.

“삶이 불확실할 때, 도전하는 상상의 삶은 의미 있고 보람된 일입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일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펴면 재미있는 얘기가 됩니다. 그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웃기는 것만이 재미있는 게 아닙니다. 재미의 범위는 넓습니다. 내가 모르는 걸 알게 해줘도 재미있고, 관점이나 해석이 기발해도 재미있고, 명쾌하게 정곡을 찌르는 내용도 재미있습니다. 의외의 반전이 있는 얘기도 재미있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내용은 독자들을 글에 빠지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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