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90)

목걸이는 부와 권력은 물론
소속․명성․예술감각․문화관습
착용자의 정체성까지 전달

다 알다시피 미셸 오바마는 미국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부인이다.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흑인 영부인의 등장도 남편 못지않게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녀의 인기는 오바마 대통령을 능가했다. 오죽했으면 2017년 1월 백악관을 떠날 때 ‘미셸 오바마가 최고의 영부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15가지’라는 허핑턴 포스트(The Huffington Post)의 찬사(?)까지 있었을까. 요약하자면, 영부인으로서 성공적인 역할을 했음은 물론 아내로, 엄마로 그리고 바람직한 인간으로의 삶까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특별히 관심이 가는 대목은 세계가 열광한 그녀의 패션이다. 

‘cheap & chic(값싸면서도 멋진)’의 전형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녀가 걸치면 바로 그 옷이 동이 나는 그야말로 ‘완판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기 TV방송에 출연하면서 35달러(약 4만 원)짜리 원피스를 입고, 10달러짜리 셔츠로 대중 앞에 나선 일은 유명한 이야기다. 특히 중저가의 옷을 입어, 어려운 브랜드의 인지도와 매출 신장에 도움을 줬다.
그녀의 이런 서민적 이미지는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1년 동안 미셸이 일으킨 패션경제 효과가 27억 달러에 이르렀다거나,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가 ‘침체돼 있던 미국 패션계에 활기를 불어넣은, 혜성같이 등장한 패션 아이콘’이라며 미셸에게 특별공로상을 줬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이제 야인이 됐음에도 미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지난 8월17일(현지 시각)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에도 그녀는 만인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 찬조 영상에 등장한 미셸 오바마가 연설 못지않게 청중을 사로잡은 건 목걸이였다.
자메이카 출신 주얼리 디자이너 샤리 커스버트가 2012년 LA에서 선보인 브랜드 ‘바이샤리’ 제품으로, 목걸이에 원하는 글자를 조합해 꾸밀 수 있는 것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중소 브랜드 제품을 자주 착용해 ‘완판’시켰던 미셸은 이번에도 폭발적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혹자는 그녀의 명연설보다 목걸이가 더욱 빛났다고 평할 정도이니 그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목걸이란 목에 거는 장식품이다. 목걸이는 기원전 4200~3400년경의 조개껍질이나 산호 알맹이를 이어 만든 것부터 고대 이집트시대의 화려하고 권위적인 목걸이 등 기나긴 역사 동안 시대와 문화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됐다. 부와 권력은 물론, 소속, 명성, 예술적 감각, 문화적 관습, 그리고 착용자의 정체성까지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돼 왔다.

미셸 오바마는 바로 이 도구를 웅변적으로 사용해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시선을 강타했다. 그녀는 목걸이에 ‘VOTE(투표)’라는 글자를 꾸미고 나왔다. 이것은 ‘투표하라’는 직설적 단어로 투표에 적극 참여해 트럼프를 물리치자는 정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지구라는 한 울타리에 살고 있기 때문에도 더욱 그렇다. 미셸 오바마의 이 목걸이가 미국의 정치 판도를 바꿔 놓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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