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생활속 발명이야기-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기원전 2000년경부터 정수 시작
정수기란 물리적·화학적 방법으로 물을 걸러 불순물을 제거하는 기구를 말한다. 금수강산.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산천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산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러다보니 물 또한 좋아 가는 곳보다 특급 자연수가 넘쳐흐르고, 약샘과 약수터 또한 수없이 많았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는 정수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발달과 함께 급기야 상수원까지 오염되면서 정수기가 등장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정수기의 역사가 짧지만 다른 나라는 아니다. 정수기는 아니지만 정수의 역사는 기원전 2000년경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물을 정수해 마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에서는 정수에 약품도 사용했다.

먹는 물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가진 고대 사람은 히포크라테스였다. 그는 그때 벌써 사람들에게 물을 그대로 마시지 말고 정수하거나 끓여먹는 것을 권장했다고 한다. 정수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조금씩 달랐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뭄이나 홍수 등 일시적인 자연재해로 물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 숯과 모래, 자갈 등으로 물을 정수하기도 했는데, 외국의 경우 주로 모래와 자갈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근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안전한 먹는 물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시 되면서 정수기 발명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1940년대 초 미국 해군이 발명
정수기를 처음 발명해 사용한 것은 미국 해군이었다. 1940년대 초 미국은 일본과 태평양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이때 해군들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몇 달 동안 생활을 해야 했다. 배에는 일정량의 식량과 식수가 실려 있었지만 가장 부족한 것이 물이었다. 지금처럼 헬기 등 운송수단을 동원해 물을 보급할 수 없게 되자 바다 한가운데 배에 있는 해군들은 목욕과 세탁을 커녕 먹는 물조차 부족했다. 바로 이때 미국 해군은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담수로 바꾸는 장치 즉, 역삼투압식 정수기를 발명했다. 역삼투압식은 압력으로 물이 반투막을 통과하도록 해 불순물을 걸러주는 방식이다.

정수원리는 자연여과식, 직결여과식, 이온교환수지식, 증류식, 역삼투압식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역삼투압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80% 이상이 역삼투압식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가정용 정수기가 도입된 것은 1948년으로 미국에서 발명된 제품을 6.25전쟁 당시 미군이 사용한 것이 기록상 최초다. 이후 상품화된 것은 1968년이지만 198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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