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FTA시대 우리농업, 여성의 힘으로 지킨다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시대엔 희망과 불안이 동시에 존재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여건상 전자 ․ 자동차 ․ 반도체 산업에선 FTA로 인한 수출 증대 등이 기회요인으로 희망이 되겠지만, 산업기반이 약하고 고령화된 한국 농업은 농산물 수입 개방화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기 힘들어 FTA의 희생양이란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국내 농업도 세계화 개방화의 거스를 수 없는 환경변화 속에서 국내 농식품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는 큰 과제와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농촌여성신문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FTA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생각하고 FTA를 활용해 국내산 농식품과 가공품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도전하고 성과를 이뤄낸 선도 여성농업인들, 또 FTA에 대응해 국내산 농산물 소비촉진에 힘쓰며 우리 농식품의 경쟁력 향상에 앞장서는 여성농업인들의 활약을 10회 시리즈로 소개해 여성농업인들이 FTA시대를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 2013년 대표에 취임한 장현주 대표는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기업인으로 급변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③ 충북 음성 태웅식품 장현주 대표

맞춤형 제품 개발과 인증 획득해 해외시장 공략
포스트 코로나시대, 비대면 방식 대비해 온라인 상담 진행

내수기업을 넘어…
FTA는 분명 농업계에 큰 위기요인이다. 다른 산업계와 달리 농업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는 수출에 있어 농식품업계의 도전은 꽤나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한정된 내수시장만을 바라보고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농식품업계는 오히려 FTA를 세계진출의 발판으로 삼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충북 음성 태웅식품의 장현주 대표도 내수시장을 넘어 수출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처음엔 무역협회 소속의 전문위원님으로부터 수장에 도전해보라는 추천을 우연히 받게 됐어요. 1981년 아버지가 회사를 창립한 이후 품질 좋은 국산 원료로 국민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원칙 아래 회사를 운영했지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시장은 급변하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아직도 매출의 90% 이상은 내수에서 거두고 있지만 수출시장은 도전해야만 하는 무대가 분명합니다.”

1981년 아버지가 창업한 태웅식품에서 2013년 대표로 취임한 장현주 대표. 태웅식품의 출발은 홍삼원료와 전통 한방재료를 이용한 기능성 제품이었다. 지금은 홍삼류는 물론이고 헛개나무, 흑마늘, 녹용, 상황버섯, 석류, 아로니아, 천마 등의 가공제품을 포함해 취급하는 품목만 300가지가 넘는다.

특히 2010년 기업부설연구소 설립과 커피류 생산라인을 증설한 노력 끝에 지금은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류의 상당부분을 태웅식품에서 공급하고 있다.

“커피와 에이드 제품은 신사업 일환으로 추진한 것인데 이른바 대박을 쳤습니다. 특히 커피와 에이드 제품은 편의점 여름철 판매 1위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상품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존의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제품에 유기농·핸드드립 등 다양한 상품군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요즘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스틱형 홍삼류 제품도 2016년 태웅식품이 시작한 것이다. 특히 건강을 위한 1일 1포라는 콘셉트로 간편하면서 프리미엄한 제품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스틱형 홍삼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어 태웅식품의 효자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제품에 다른 제품을 합친 이른바 콜라보 제품도 눈길을 끈다. 하루홍삼 깔라만시, 레몬밤 석류, 레몬밤 자몽 등이 바로 그것이다.

깔라만시는 비타민C와 식이섬유의 함유량이 높아 다이어트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각광받고 있고, 중성지방 합성을 억제하고 내장지방의 축적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진 레몬밤도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내 몸에 맞는 바른 습관이란 점을 키포인트로 매일 꾸준하게 챙겨먹을 수 있는 제품 개발에 태웅식품은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또한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시장에서도 통용되는 전략으로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장 대표의 판단이다.

“코로나19 이후 면역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으면 금상첨화겠죠. 내수와 수출시장 모두를 공략할 제품개발에도 앞으로 매진할 겁니다.”

▲ 태웅식품은 2014년부터 아세안 국가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인증으로 사업군 확대
태웅식품의 주수출국가는 단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다. 기존에는 중국와 일본 수출이 많았지만 시장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나라를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내수시장에서 홍삼류에만 주력하지 않고 커피류와 음료류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것처럼 해외시장에서도 그 나라의 맞춤제품을 파악하는 것에 집중했다.

“베트남은 의외로 남성들을 위한 숙취음료 시장이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숙취 해소하면 나무를 바로 떠올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지만 베트남은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인데도 그런 쪽의 제품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회사 이니셜을 따서 ‘TW헛개나무’라는 파우치 제품을 개발해 수출하고 있어요. 인근의 캄보디아와 싱가포르도 수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홍삼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홍삼류 제품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유통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인도네시아는 의약품으로 지정돼 수출 조건이 까다로웠다고 한다. 비록 시작은 어려웠지만 홍삼제품을 필두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선점하는 게 목표다.

한류의 붐을 타고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뷰티제품은 그야말로 그 나라여성들의 워너비다. 특히 아시아 국가에서 그런 경향이 더 크다. 2014년 장 대표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충북 우수상품전시상담회에서 현지 바이어로부터 홍삼이 아닌 미용음료에 더 큰 관심이 있음을 확인했다. 바이어는 말레이시아 시장에 맞는 제품, 특히 화이트닝에 효과가 있는 음료 개발을 원했다. 그후 장 대표는 화이트닝 음료 개발에 매달린 끝에 수출에 성공해 다른 동남아 국가로 넓혀가고 있다.

장 대표는 새로운 기능성 제품개발은 물론, 각종 인증 획득에도 몰두해왔다. 2013년 여성기업 인증을 시작으로 2014년 HACCP 지정서 획득, 2016년 할랄식품 인증 등이 그것들이다.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디딤판이 되고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할랄식품 인증은 이슬람교도들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뜻으로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한 태웅식품에겐 반드시 필요한 인증이다. 할랄시장은 20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 달러 규모로 태웅식품을 비롯해 농식품업계에겐 매우 중요한 인증이자 좋은 마케팅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할랄시장의 약 61.8%를 식품시장이 차지하고 있고, 안전하고 위생적인 웰빙식품임을 입증할 수 있어 비무슬림 소비자에게도 할랄식품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23년이면 1조863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신남방정책으로 한류와 연계된 아세안지역은 할랄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겐 청신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부터 해외식품인증지원센터를 운영해 국내 농식품 기업들에게 종합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고, 할랄식품 인증도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원스톱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몇 년 전부터 할랄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 현지의 유력바이어와 유통망 개척에 다양한 수출지원을 펼치고 있다. 태웅식품 역시 도움을 받고 있다. 해외인증 등록지원사업은 수출업체의 심사비, 등록비, 제품분석비 등의 인증비와 통·번역비, 컨설팅비, 교육비 등 대행비 70%를 업체당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원료가 할랄인증을 획득해야만 할랄식품임으로 수출이 가능하고, 우리에게 납품하는 모든 업체도 통과해야만 할 정도로 정말 까다롭습니다.”

▲ 할랄식품 인증을 받은 태웅식품은 다양한 제품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해외시장을 직접 방문해 바이어와 소비자를 만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화상 상담이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장 대표도 올해 바이어 온라인으로 바이어와 상담을 진행했다. 샘플을 바이어측에 미리 보내고 현지시장에서 통할지 머리를 맞댔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162개 전시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됐고, 전세계적으로도 약 1만 개의 전시회가 취소 또는 연기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도 제2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팬데믹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대규모 비즈니스 행사 개최는 꽤 오랫동안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식품류는 부피가 작고 샘플 발송이 쉬워 거래 가능성이 높은 바이어를 중심으로 사전 샘플 발송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무역협회는 조언하고 있다.

태웅식품처럼 온라인으로 화상 상담을 처음 시도해 보는 업체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에서 비대면과 온라인 해외 마케팅 확산에 대비한 콘텐츠 제작비와 상담회 진행비용 지원 등의 부분은 확대돼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올해 화상 회의 앱인 줌(Zoom)의 사용자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고, 전세계적으로 사용자가 급증하는 등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올해 1차례 온라인 화상 상담을 진행한 장현주 대표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직접 현지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것에 익숙했던 터라 적응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무역협회는 성공적인 온라인 화상 상담이 성공하기 위해 5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시청각 자료 활용 ▲인증서 시험 성적서와 기타 유력한 바이어와의 거래내역 준비 ▲원활한 상담환경 구축 ▲장기전 대비 ▲샘플 선발송 등이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업무형태가 대중화될 것이기 때문에 화상 상담의 특징과 상품별 특성을 감안해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무역협회는 조언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충북지역본부 김남기 부장

“수출기업으로 차곡차곡 성장中”

태웅식품은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지원 사업에 선정돼 많은 성과를 내왔다. FTA시대인 현실에서 세계시장 진출은 내수보다 부가가치가 높으면서 국내의 고용과 소득을 증가하고, 소비 또한 늘리는 선순환 효과가 분명하다. 2017년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한 태웅식품을 위해 충청북도에서는 13개 기관이 참여하는 충북수출지원협의회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특히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해외 공관장 미팅 주선이 계기가 돼 수출의 교두보 마련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지시장의 수요를 재빨리 파악하는 게 관건인데 태웅식품이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들은 한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다 상품에 대해서도 프리미엄이란 이미지가 구축돼 있다.
베트남은 현재 인플루언서를 통해 홍보를 하고 있는데 현지의 반응이 괜찮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인도네시아도 내년에 같은 방식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아직 인플루언서를 통한 시장 진출방식은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면 태웅식품 제품 확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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