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FTA시대 우리농업, 여성의 힘으로 지킨다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시대엔 희망과 불안이 동시에 존재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여건상 전자 ․ 자동차 ․ 반도체 산업에선 FTA로 인한 수출 증대 등이 기회요인으로 희망이 되겠지만, 산업기반이 약하고 고령화된 한국 농업은 농산물 수입 개방화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기 힘들어 FTA의 희생양이란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국내 농업도 세계화 개방화의 거스를 수 없는 환경변화 속에서 국내 농식품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는 큰 과제와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농촌여성신문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FTA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생각하고 FTA를 활용해 국내산 농식품과 가공품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도전하고 성과를 이뤄낸 선도 여성농업인들, 또 FTA에 대응해 국내산 농산물 소비촉진에 힘쓰며 우리 농식품의 경쟁력 향상에 앞장서는 여성농업인들의 활약을 10회 시리즈로 소개해 여성농업인들이 FTA시대를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 황숙이씨와 신하자씨는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을 호령하는 고품질의 복숭아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②경북 상주 복숭아 친환경 영농조합 신하자·황숙이씨

복숭아 최초 글로벌GAP 인증 획득해 수출 발판
신남방정책‧K브랜드 강점 내세워 아세안 시장 점유율↑
프리미엄 제품·포장용기로 절대강자 일본 복숭아에 도전장

K-브랜드, 아세안 시장 진출의 좋은 발판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 중 하나인 신남방정책은 외교전략을 뛰어넘어 중요한 경제전략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 편중된 농식품 수출에 있어서도 새로운 소비시장 진출의 교두보 마련을 위해 신남방정책은 대단히 좋은 기회다. 이미 2018년 아세안 지역이 제1의 농식품 수출시장으로 자리매김했고, 수출다변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경북 상주 도남동의 복숭아 친환경 영농조합(이하 조합)도 일찍이 아세안 시장 수출에 나선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우리 수출이 곧 대한민국 수출이었어요.”

조합의 신하자씨(59)과 황숙이씨(59)의 말이다. 지난 201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복숭아 수출단지로 지정되면서 조합의 수출이 곧 대한민국의 수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합은 처음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과일의 종류와 생산량도 점차 많아지는 가운데 FTA 이후 밀려드는 수입산 때문에 과일시장은 그야말로 포화상태다. 복숭아 재배면적도 적정량의 1.6배가 심어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수출은 조합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수요처다. 수출하는 국가별로 선호하는 복숭아가 각기 달라 그걸 재빨리 파악해 국가별로 물량을 수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황숙이씨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대과를 선호하는데 반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소과, 태국은 중과를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비행기로 전량 수출하는 복숭아도 수출길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다행히 지난 7월1일 싱가포르에 올해 첫 수출 기념식을 열기도 했다. 물량은 2kg 208박스로 가격은 개당 2만2000원이었다. 수출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는 홍콩, 태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며 다른 국가로 확대해 가고 있다.

▲ 조합은 지난 7월1일 올해 처음으로 싱가포르에 복숭아 208박스를 수출했다.

조합의 김재목 대표(61)는 “수출이 활발했을 땐 내수와 수출비중이 50:50이었지만 올해는 수출비중이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코로나19라는 악재는 농업인으로서 어쩔 수 없지만 10년 넘게 수출시장을 뚫어낸 뚝심과 노하우로 더 큰 수출길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엔 프리미엄급의 복숭아를 싱가포르에 수출했다. 색과 크기면에서 현지 호응이 대단히 좋다는 피드백을 얻었다. 높은 가격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싱가포르게 수출된 가격은 일반 복숭아 2배 가격인 4만 원(4.5kg)이다. 싱가포르는 아세안 국가들에서도 구매력이 높은 선진국가고, 다른 아세안 국가들의 상류층 공략도 가능하다고 보고 앞으로 주력할 계획이라고.

신하자씨는 “일반 복숭아는 동남아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가격차이가 크진 않지만 프리미엄 복숭아는 4~5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색과 당도, 크기면에서 우월한 일본 복숭아에 대한 이미지가 박혀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번 프리미엄 복숭아 수출을 시작으로 일본 복숭아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도 될 정도로 품질면에서 자신있다”고 밝혔다. 이런 자신감에는 글로벌 GAP 인증과 기존 한류붐, 그리고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으로 세계인에게 각인된 K-브랜드에서 기인한다.

온대·신선과일로 어필하는 한국 복숭아
지난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베트남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산 농식품 인지도는 82.6%로 비교적 높았다.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 정치·군사 부분은 물론이고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형님국가다.

베트남의 한국산 농식품 소비 계기를 보면 드라마(42.1%), 가격 대비 품질 우수(37.6%), 지인 추천(33.6%), 소비 경험(29.7%)순이었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수송거리가 짧아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아세안 지역은 한국산 농식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신뢰하고 있단 뜻이다. 특히 저장기간이 짧은 복숭아는 열대과일 위주인 아세안 지역에서 온대과일과 신선한 과일이란 장점으로 어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수출되는 복숭아 박스. 영문 대신 한글로 제작됐다.

황숙이씨는 “수출하는 복숭아 박스에 영어가 아니라 내수시장에 나가는 것처럼 한글로 된 박스로 수출을 하는데 현지 소비자들이 한글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KOREA PEACH’보다 ‘한국 복숭아’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더 유리하단 것이다.

또한 아세안 지역 석권을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글로벌 GAP’다. 글로벌 GAP는 농수축산물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지속적 안전관리의 국제인증프로그램이다. 현재 국내 GAP(농산물우수관리)도 글로벌 GAP에서 착안한 것이다. 1990년대 유럽에서 시작된 광우병과 농산물 잔류농약, 유전자 변형식품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작된 이 인증은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에서 보편화돼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인증국가는 130개, 인증면적은 350만ha 이상에 이를 정도로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다.

조합도 지난 2018년 글로벌 GAP 인증을 획득했다. 조합의 인증을 담당한 FITI시험연구원 서상배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GAP는 국내 22개 단체와 128명의 생산자가 획득했고, 상주 복숭아 친환경 영농조합은 복숭아로는 처음 획득했다”면서 “국내 GAP는 기준이 70여 항목이지만 글로벌 GAP는 221항목에 달하는데 식품안전과 환경, 이력추적 등 흔히 알고 있는 것 뿐 아니라 작업자 보건복지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GAP 인증은 FTA 대응 경쟁력 향상기술개발 연구과제 지원을 받아 추진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인증갱신도 1년 단위로 하고 있을 만큼 깐깐하고 무엇보다 수출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자 그 자체로 가성비 좋은 마케팅 도구다. 현재 농산물 전문생산단지 평가에서도 글로벌 GAP는 가산점 10점이 부여돼 최우수 수출전문단지를 위한 도구로도 유용하다. 현재 국내에서 글로벌 GAP 인증을 획득한 품목은 배, 버섯, 딸기, 감귤, 토마토, 포도, 양상추, 파프리카이며, 복숭아는 조합이 최초로 인증에 성공했다.

▲ 글로벌 GAP는 수출에 필요한 인증이자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다.

특히 아세안 지역에서도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중요해지면서 글로벌 GAP를 요구하는 국가도 점차 늘고 있다. 신하자씨는 “태국은 글로벌 GAP 인증이 있어야만 수출이 가능하고, 인도네시아도 준비 중이며 다른 국가들도 앞으로 이게 반드시 필요해질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포장용기 개발과 산지유통센터 신축 추진
그리고 새로운 포장용기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보통 2과용 이상 포장용기가 있었지만 새로 만드는 건 1과용이다. 세계적인 추세인 1인 가구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수출과정에서 복숭아끼리 부딪쳐 물러지거나 흠집이 나는 경우도 방지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조치인 셈이다. 포장용기에 들어갈 문구도 준비 중인데 한국 복숭아라는 글자가 가장 눈에 띄도록 만들 예정이다.

또한 복숭아의 가공처리와 공정을 현대화하는 한편, 연간 가동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금보다 2배 이상 큰 규모의 산지유통센터 신축·이전도 추진하고 있다. 원물 복숭아의 상품화에 필요한 기본시설인 선별·세척·건조 공정의 업그레이드뿐 아니라 냉장‧동 창고, 그리고 잼과 즙, 말랭이 등 가공생산을 위한 제반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계약재배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데 2016년 400톤에서 올해 700톤까지 가능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계획대로 산지유통센터가 새로 마련되면 더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재목 대표는 “앞으로 상주에서 생산되는 모든 복숭아 농가를 조합의 회원으로 만들어 100% 계약재배를 이루는 게 목표”라면서 “가공은 복숭아 과즙 100% 음료와 복숭아 말랭이 등을 기본적으로 구상 중이고, 과일을 원료로 와인종류는 많지만 독창적인 주류 개발을 위해 브랜디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코올 도수가 35~60%로 높은 브랜디는 해외에선 대중화된 주류이기도 하다.

조합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복숭아 재배농가와 함께 생산·유통기반을 구축하고, 정부와 지자체 등의 제조·가공지원 사업을 통해 FTA로 촉발된 위기를 기회를 만드는 계기로 만들겠단 입장이다.

 

■상주시청 유통마케팅과 권택화 주무관

“저장성 짧은 단점, ‘신선함’으로 극복”

지난해 상주 복숭아 수출은 159톤으로 2018년 116톤보다 늘었다.
상주의 대표 수출과수는 단연 배와 포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수출물량이 많다는 건 더 확장할 여지가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복숭아는 블루오션으로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저장성이 짧다는 단점이 오히려 신선과(新鮮菓)로서 인기가 높다. 기존의 한류에 대한 붐과 K-브랜드가 합쳐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지난 8월에는 프리미엄급의 복숭아를 싱가포르에 수출했는데 색과 크기면에서 호응이 대단히 좋다. 가격면에서도 일반 복숭아의 두배 가격인 4만 원(4.5kg)에 수출함으로써 현재 수출 중인 복숭아 가격보다 2배 이상 높다. 상주시는 앞으로 모든 농산물에 홀로그램을 부착해 브랜드를 강화할 계획이다. 상주농산물 상표출원도 9개국은 완료했고, 4개국은 진행중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