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제주감귤, 연구·생산현장을 가다

나날이 서구화되는 국민들의 식문화와 색다름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는 농가들을 지속적인 변화의 시험대로 떠밀고 있다. 특히, 기후온난화로 아열대 과일 재배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제주도는 농업소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귤산업이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제주감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과 유통 안정화, 잉여 감귤 처리 등에 심혈을 기울이며 K-과일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김창윤 감귤기술팀장으로부터 그 노력에 대해 들어봤다.

▲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김창윤 감귤기술팀장이 농업기술원 시험포장에서 작황을 살펴보고 있다.

로열티 절감 위한 국산 감귤품종 개발 박차
제주 감귤산업에서 ‘여성’은 꼭 필요한 존재
코로나19로 제주감귤박람회 온라인으로 개최

 

- 올해 현재 제주감귤 작황과 품질, 그리고 예상 수확량은?
올해 감귤의 생육은 지난 겨울 온화한 기후로 인해 개화기가 전년보다는 하루 늦었지만 평년과 같았고, 만개기는 전년보다 1일, 평년보다 2일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올해 화엽비(꽃수÷구엽수)는 0.81로 전년보다 114%가 많았는데, 이는 전년과 평년의 101% 수준이다. 하지만 생리적 낙과와 수확기까지의 기상변화 등 환경변화에 따른 변수가 많아 개화량만으로 생산량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8월 하순에 있을 2차 관측조사 때 예상생산량을 발표할 계획이다.

- 최근 기후온난화로 내륙지역에서도 감귤 등 아열대과일 재배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제주감귤의 경쟁력 향상 방안은 무엇인지?
지난 2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제주도 외 내륙지역의 3358개 농가가 1145㏊의 면적에서 감귤류를 재배하고 있다. 이중에 유자(887.3㏊)와 레몬(0.7㏊)를 제외한 감귤(조생온주, 만감류) 재배면적이 257㏊를 차지하며 제주감귤과 경쟁하고 있고, 앞으로도 제주도외 지역의 감귤류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제주도가 감귤 주산지의 명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반드시 완전히 익은 열매를 수확하고, 토양관리와 수세관리 등 최적의 재배환경에서 감귤을 재배해 품질을 높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 종자독립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의 국산 감귤품종 개발 현황과 대표적 품종과 특성, 재배면적, 농가 반응 등은 어떠한지?
제주환경에 맞는 고품질의 감귤 품종을 육종·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11월에 수확이 가능한 ‘가을향’과 12월 수확이 가능한 ‘달코미’ 품종을 개발해 농가 보급을 위한 묘목 증식 중이고, 2022년에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가을향’은 11~12월에 수확이 가능하다. 과중은 200g 내외, 당도는 13브릭스, 산함량은 0.8% 정도다. 껍질 벗기기가 쉽고 당도가 높아 과피 장해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달코미’는 2019년에 최종 선발해 품종보호를 출원했다. 12월부터 수확이 가능하고 과중은 200g내외, 당도는 14브릭스, 산함량은 1.0% 정도다. 수세가 강하고 가시가 없으며, 과형은 약간 납작한 모양이다. 이 두 품종 모두 농가의 반응도 독특한 향과 높은 당도, 연내 수확이 가능하거나 설 명절을 겨냥할 수 있어 농가의 관심이 많다.

- 감귤은 한국을 대표하는 ‘K-과일’이라고 할 수 있다. FTA시대 제주감귤의 세계시장 개척 노력과 성과는?
제주감귤의 품종 다양화와 재배기술 향상으로 일 년 내내 제주에서 생산되는 감귤을 맛볼 수 있어 소비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품종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 물량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제주감귤 수출은 미국 등 10여 개 국가에 339만2천 달러를 수출했고, 올해도 500만 달러 가량을 수출할 계획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수출 정예농가 육성을 통해 안정적인 수출물량 확보와 시기별, 수출국별 맞춤형 교육, 수출국별 작물보호제 안전사용 기술지도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와 aT제주본부, NH농협무역, 지역본부, 농·축협 등 유관기관과 수출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오는 11월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감귤박람회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치러질 예정인데, 박람회 기간에 온라인 홍보를 강화해 시장개척 활동을 적극 뒷받침할 방침이다.

- 매년 작황에 따른 감귤 수급․가격 불안정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또한 남아도는 감귤의 처리 대책은 무엇인지?
지난해 9월 이후 잦은 강우로 부패현상이 많은 극조생 감귤을 출하하기도 전에 시장에서 격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심한 결점으로 시장에 출하하지 못한 감귤이 밭 주변이나 공터에 버려지면서 부패 악취에 따른 민원 등으로 버려지는 열매에 대한 처리방안 마련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제주도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2020 과학기술 활용 주민공감 지역문제 해결 사업’에 ‘플라즈마를 이용한 부패감귤의 자원재생 생태계 구축’ 과제가 전국 10대 과제에 최종 선정돼 지난 5월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주도간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과제에 2년간 6억 원을 투입해 부패감귤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 제주 감귤산업에서 여성농업인의 역할은?
제주 감귤산업에 있어 여성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먼저 감귤 생산 주체로서의 역할이다. 최근 남성만의 일로 여겨왔던 정지전정 작업에도 여성의 참여가 점차 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매년 봄에 실시하는 정지전정 교육에 여성농업인의 참여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단적이 예다.

작물보호제 살포는 물론, 고품질 감귤 생산에 필수적인 열매솎기 작업도 생활개선회 등 농촌여성단체가 자발적으로 그룹을 구성해 수눌음(제주지방에서 농사일이 바쁠 때 이웃끼리 서로 도와 일하는 풍속) 형식으로 서로의 농장을 방문해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수확작업은 거의 100%가 여성의 몫이 된 지 오래다. 수확 후 선과 작업에도 여성농업인은 없어서는 안  된다. 여성농업인이 없는 제주 감귤산업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2020제주감귤박람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열리게 됐는데...
오는 11월27일부터 12월11일까지 ‘제주감귤, 새로운 도전과 희망’을 주제로 2020제주감귤박람회가 열린다. 올해 행사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열려 아쉬움이 크지만,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는 감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제주감귤을 제대로 느껴보길 바란다.

 

■  제주 감귤산업의 힘‘여성’ - 강옥자 한국생활개선제주도연합회장

▲ 농사가 잘 돼 감귤가격을 높게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강옥자 회장. 농부의 마음이 다 같은 모양이다.

“고품질 감귤로 고소득 올려야죠~”

수확인력 구하는 게 감귤농사 가장 큰 어려움

제주도 서귀포시 서홍동에서 35년간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 강옥자 회장은 도내에서 알아주는 감귤농사꾼이다. 노지 13,200㎡(4천 평), 하우스 6600㎡(2천 평) 등 총 1만9800㎡의 감귤농사를 하고 있는 강 회장의 감귤은 품평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릴 정도로 재배기술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지금은 부부가 남에게 손 안 벌리고 충분히(?) 먹고 살 만큼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강 회장은 감귤농사에 있어 인력을 구하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토로한다.

“사람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날씨야 그렇다 치더라도, 수확기에 인력을 구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보통 여성인부 인건비는 하루에 7만 원, 남성은 15만 원, 외국인 노동자는 10만 원 정도를 줘야 해요. 그나마도 구하기 힘들어요. 감귤을 따야 하는데 사람이 없을 때에는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갑니다. 그럴 때마다 감귤수확 로봇이 개발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감귤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는지를 묻자 “돈을 많이 벌었을 때죠. 아마 4~5년 전쯤에 타이백 감귤 가격이 아주 좋아 소득이 꽤 됐어요.”라며 웃는다.
강 회장도 농사를 이을 자녀가 아직 없어 고민이다. 아들들이 외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 고령화와 젊은 인력 부족현상은 농촌지역 어느 한 곳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은퇴할 때까지 감귤농사를 계속할 겁니다. 나이가 들다보니 신품종을 도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기술도 새로 배워야 하고, 시설투자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지금 하는 농사를 더 열심히 해서 품질 좋은 감귤을 생산하고, 그래서 소득도 더 많이 올리는 게 최선의 목표입니다.”
현재의 농사에 만족하며 더 좋은 감귤생산에만 주력하고 싶다는 그에게서 소박하고도 강인한 제주여성의 모습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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