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한 농업분야 피해와 대책은?

▲ 상품가치가 없어진 오이를 임시로 모아두고 있지만 처리방법도 피해농업인에겐 큰 부담이다.

이천 한지윤 회원 “특별재난지역 지정 절실해”
경기도中 안성 유일…지정단위 읍·면·동 세분화해야
철원 농작물 침수피해 588ha…강원에서 가장 피해 커

50일 넘게 이어진 장마로 전국 곳곳이 그야말로 수난(水難)을 겪고 있다. 특히 피해가 심한 경기 안성시, 강원 철원군, 충북 충주시와 제천시, 음성군,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 등 7개 시·군은 12일 기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경기도에선 피해가 가장 극심한 안성시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국지적으로 폭우가 쏟아졌음에도 알려지지 않아 복구와 지원이 소외된 지역도 부지기수다. 경기도 이천의 율면지역도 그중 하나다.

율면 석산리에서 23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한국생활개선이천시연합회 한지윤 회원(53)은 지난 2일 마을둑이 무너지면서 오이 하우스 7동을 덮쳐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 1일 율면에는 177mm의 비가 내렸다. 그 여파로 산양저수지와 본죽저수지가 일부 붕괴돼 집과 농경지를 덮쳤고, 한 회원 마을처럼 작은 둑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2일 아침 7시쯤 느닷없이 오이 하우스로 물폭탄이 떨어졌어요. 수십년 동안 태풍 한 번 오질 않고 재해라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죠. 남편이 워낙 꼼꼼해 곳곳에 배수시설을 설치해 놨는데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니까 어쩔 도리가 없더라구요.”

더 안타까운 건 2일에 올해 처음으로 오이 수확을 계획하던 차에 침수피해를 입었단 점이다. 몇 달을 공들여 키워 10kg 3000박스 수확을 예상했는데 이젠 처치곤란한 쓰레기로 전락해 버렸다. 다행히 농협 직원 50여 명이 복구에 나서줘 떠내려온 쓰레기와 못 쓰게 된 자재, 상품가치 없어진 오이 등은 치웠지만 물이 가장 들이친 하우스에 생긴 지름 2m가 넘는 물웅덩이는 기계가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잔뜩 물기를 머금은 땅이 말라야만 기계가 들어올 수 있는 기약없이 날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한 회원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보상이 조금이라도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인근 안성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복구인력도 많이 들어오고, 지원도 이것저것 많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헌데 이천은 율면이랑 몇 곳만 피해가 나서 그런지 지정된다는 얘기가 하나도 없어요. 모종값이라도 지원이 돼야 다시 오이를 키워 작년 소득의 절반이라도 건질 수가 있어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직접 지원 3가지와 간접지원 15가지의 혜택이 주어진다. 각종 세금유예나 감면 이외에 농업과 관련된 지원은 농기계 수리지원과 연 1.5%로 5년 거치, 10년 상환의 복구자금 융자 정도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피해로 막막한 농업인 입장에서는 절실할 수밖에 없다. 특별재난지역 지정단위는 현재 시·군·구인데 이천의 율면처럼 피해가 국지적으로 발생한 경우 지원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지정단위 세분화가 필요한 이유다.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철원군도 피해가 극심하다. 이번 장마로 특히 김화읍 생창리 100세대, 갈말읍 동막리 90세대, 이길리 70세대, 갈말읍 정연리 130세대 등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1년 강수량의 절반인 700mm가 넘는 비가 며칠 사이 쏟아졌고, 북한에서 예고 없이 물을 방류하면서 인근의 한탄강이 범람하며, 마을에 큰 피해를 안긴 것으로 보인다.

한국생활개선철원군연합회 문민영 회원(49)에 의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길리의 경우 물이 180cm까지 차올라 집은 물론이고 대부분 비닐하우스의 윗부분만 드러날 정도로 피해가 컸다고 한다. 폭우로 피해를 본 농작물 면적은 철원이 588ha로 강원도에서 가장 넓다. 작물별로 보면 벼 502.5ha, 고추 7ha, 콩 3ha, 인삼 15.2ha, 과수 4.5ha, 기타 55.6ha 등이 피해를 봤다.

“주민들이 무서워 옥상으로 몸만 대피하기 바빠 냉장고, 돌침대, 장독 등이 둥둥 떠다니고, 구명보트에 겨우 구조돼 대피소로 피했어요. 물이 빠지고 나니 벼들은 다 새까맣게 변했고, 다들 막막해하고 있어요.”

끝으로 문 회원은 “많은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어서 복구가 하루라도 빨리 돼 주민들이 안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는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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