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미월의 문학향기 따라 마을 따라 - 전북 전주

▲ 전주 한옥마을 전경(사진제공/전주시청)

전통한옥에 눈이 취하고
향토음식에 입이 즐겁고
문학향기에 가슴이 뜨거운
오감만족의 본향 전주

완전하고 온전한 고을이란 의미를 지닌 전주(全州)는 신라 경덕왕 때 행정구역인 완산주를 전주로 개명해 지금까지 불려온 천년의 도시다. 도심에 빼곡한 한옥마을의 건축미가 주는 운치와 편안함, 우리의 전통이 살아있는 특별한 여행지다.

이탈리아의 두오모성당을 빼닮은 전동성당이 한옥과 조화를 이루며 우뚝 솟아 있고,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전주가 낳은 소설가 최명희의 삶이 녹아있는 최명희 문학관이 있어서 돌아보기에 좋다.
그런가 하면 덕진공원에 피는 연꽃에 한 순간 마음을 사로잡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곳. 숙취 해소에 좋은 전주콩나물국밥과 영양만점인 전주비빔밥에 모주 한 잔을 곁들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문화유산과 볼거리, 먹거리, 한지공예 등 각종 체험의 놀거리가 한바탕 축제를 여는 곳이다. 

한옥마을과 전동성당의 곡선미
1930년을 전후로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은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일본인 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적 자긍심의 발로였다. 오목대에서 바라본 팔작(八作)지붕의 휘영청 늘어진 곡선미를 지닌 용마루가 즐비한 명물이 바로 교동, 풍남동의 한옥마을이다.

▲ 전동성당(사진제공/전주시청)

문화는 골목이 낳는 게 아닐까.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들이 남몰래 한숨과 눈물을 뿌린 곳도 골목이다. 시장에서 고등어자반을 사들고 얼큰하게 취해 큰소리치며 등 굽은 아버지가 귀가하던 곳도, 엿장수와 두부장수가 찾아들던 곳도 골목이다.
전주 한옥마을 골목에는 오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한다. 리베라호텔 뒤 전통술박물관 옆길에는 이발소와 카페,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골목이 이렇게 예쁠 수 있구나!’ 하고 감탄이 절로 나는 곳이다.

전주의 어미들이 숙취로 고생하는 자식을 달래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모주는  막걸리에 8가지 한약재를 넣고 끓인 해장술인 셈. 모주를 한 잔 해야 진정 전주를 즐기는 일일 것이다. 술을 못 마셨다면 ‘모주아이스크림’을 맛보며 거리를 걸어도 좋을 일이다.

▲ 덕진공원에 핀 연꽃(사진제공/전주시청)

한옥마을에서 골목길의 정수를...
한옥체험관에 가면 전통적인 우리네 골목길의 정수를 볼 수 있다. 돌담이 끝나면 대문이 나오고 다시 돌담으로 이어진다. 거리에서는 한복을 입고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한옥거리를 즐기는 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옥골목에는 구경할 곳, 사야 할 것, 맛봐야 할 것들이 그득하다. 전주에서 하룻밤 묵어간다면 골목의 아침은 또 다른 얼굴로 맞이할 것이다. 무작정 걸어도 좋지만 ‘한바탕 전주’ 앱을 깔고 활용하면 훨씬 편리하고 재미있게 전주를 체험할 수 있다.

배우 전도연과 박신양의 주연 영화 <약속>에서 두 사람의 슬픈 결혼식이 열렸던 장소로도 잘 알려진 전동성당은 순교자들의 피가 흐르는 땅에 세워진 한국 교회 가운데 곡선미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도 손꼽힌다. 전동성당을 감상하는 동안 서양식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곡선미가 빼어난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성당의 돔(Dome)식 첨탑과 닮았다.

▲ 최명희 문학관

작가의 혼불이 타오르는 최명희 문학관
최명희 문학관은 한옥마을 안에 있다. 장편소설 <혼불>은 작가 최명희가 1981년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에 제1부가 당선돼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최명희는 17년간 혼불 작품 하나에만 매달리다 작품을 끝낸 뒤 두 해 만에 세상을 떠났다. 혼불은 5부 각 2권씩 10권으로 돼 있다.

혼불은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남원지방의 무너지는 종가를 지키는 며느리 3대의 애절한 사연과 당시의 풍속을 생생하게 그린 대하 장편소설이다. 혼불의 조탁한 언어는 마치 생동하듯 우리의 느낌에 다가서는데, 우리는 주술에 걸리기라도 한 듯이 빛나는 언어에 매료된다.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기운이 뻗쳐가고 양반과 상놈의 세상, 종가의 핏줄을 지켜내려는 한 여인(청암부인: 이씨 문중의 종부)의 처절한 집념, 창씨개명과 공출로 인한 백성들의 처참한 생활상, 수백 년 동안 한 성씨로 살아낸 마을에서 벌어지는 근친상간의 애달픈 곡절이 이어진다.

작가의 고향인 전주와 남원을 배경으로 전라도 토속어를 사용해 향토적 분위기를 살리고 생동감을 주면서 한국문화와 정신을 예술적 혼으로 승화시켰다. 최명희 문학관은 그의 고향인 전주에 있고, 혼불문학관은 소설의 배경지인 남원에 있다.
초례청(전통혼례를 치르는 곳)에 선 신부의 옷에 대한 묘사를 살펴보자.

다홍 비단 바탕에 굽이치는 불결이 노닐고, 바위가 우뚝하며, 그 바위 틈에서 갸웃 고개를 내민 불로초, 그리고 그 위를 어미 봉과 새끼 봉들이 어우러져 나는데, 연꽃·모란꽃이 혹은 수줍게 혹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는 신부의 활옷은, 그 소맷부리가 청·홍·황으로 끝동이 달려있어서 보는 이를 휘황하게 하였다. (혼불 1권에서)

한옥마을과 최명희 문학관을 둘러보고 색다른 인증샷을 남기려면 경기전(慶基殿)에 가면 좋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모셔놓은 이곳 경기전엔 대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며 멋진 배경이 된다. 전주에 와서 덕진공원의 연꽃을 놓치고 가면 섭섭할 터. 전북대 캠퍼스 인근에 있는 덕진공원은 시민이 쉬어가고 사랑받는 곳이다. 부운교(浮雲橋)를 건너며 아래를 내려다보노라면 천상의 어느 꽃밭을 거니는 것만 같은 곳, 전주가 주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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