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생존을 위해 입었던 옷은 문명이 발달하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발전돼 왔다. 옷에는 인간의 애환과 지혜가 녹아있고, 패션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은 남성과 달리 섬세하고 감성이 예민해 옷을 입는 것과 액세서리에 많은 관심을 갖고 단장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한다.
농촌여성신문에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 칼럼을 쓰고 있는 동덕여대 송명견 명예교수를 만나 옷을 잘 입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유행을 지나치게 따르거나
젊어 보이려 나이에 맞지 않는
옷 입으면 되레 사람들에 눈총

의생활에 도움 주는 칼럼에 보람
“저는 서울대 농대에서 농가정학을 공부한 후 농업계에 진출하지 않고 1979년 동덕여대 교수가 됐습니다. 학생들의 학구열과 성공가능성을 보면서 제가 전공분야 말고도 또 다른 좋은 정보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 자신도 많은 것을 공부했고,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에 기쁨과 보람이 컸어요.
2009년 퇴직 후에는 제가 알고 있는 옷에 대한 정보를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칼럼을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12년째입니다. 그 동안 써왔던 글을 간추려 3권의 책을 내기도 했어요. 요즘엔 농촌여성신문에도 칼럼을 쓰고 있는데, 농촌여성들이 힘든 하루 농사일을 마치고 제 칼럼을 보며 의생활에 대한 상식과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보람을 느낍니다.”

옷 잘 입으려면 ‘TPO 원리’ 따라야
“밥은 며칠 안 먹어도 살 수 있지만 옷을 입지 않고서는 하루도 지내기가 어렵다는 점을 알고, 의식주(衣食住)에서 옷을 가장 앞에 내세운 조상의 지혜가 놀라워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옷이라는 글자를 사람의 형상으로 만든 것을 보면 참으로 비범합니다.”
옷은 공기와 같이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고, 옷은 자신을 나타내는 가장 적극적인 수단이라고 송 교수는 말한다. 옷으로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인품과 위상이 밖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옷을 잘 입으려면 ‘TPO 원리’를 따라야 하는데, TPO의 T(Time)는 시간, P(Place)는 장소, O(Occasion)은 상황을 말한다.

옷을 잘 입는 방법에 대해 송 교수는 몇 가지 팁을 소개했다.
“상하의를 동일 색조로 코디하되 상의는 강한 색, 하의는 그 보다 연한 색상의 배색을 하는 게 좋아요. 알록달록한 무늬와 그림이 있는 상의에는 무늬와 그림이 없는 단색의 하의를 입는 게 좋고요. 언밸런스하고 눈에 강한 자극을 주는 색의 옷은 가급적 피해야 해요.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 날에는 밝은 색 옷을 입어 기분전환을 하는 게 좋아요. 지나치게 유행을 따르거나 젊어 보이려고 나이에 맞지 않은 옷을 입으면 되레 눈총을 받게 되니 이러한 옷차림은 자제해야 합니다.”

옷을 입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하는 송명견 교수는 어떤 옷이든 자신감을 주는 옷을 입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옷을 입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우아한 삶을 산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옷이어야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옷에 사랑을 담아야
송명견 교수는 40~60대 연령의 농촌여성들을 몇몇 만났는데, 대체로 옷을 무난하게 입는다고 평가했다.
“40대가 넘으면 외모에 책임져야 할 나이이고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이므로 앞서 언급한 TPO 원리에 맞춰 자신감을 가질만한 옷을 입어야 합니다. 회의나 강의 같은 공적 행사에 참석할 때는 가급적 정장을 갖춰 입는 것이 예의죠. 이때 테일러드 재킷에 스커트나 바지를 입는 게 좋아요. 구두를 굽이 낮은 것을 신어야 하고요.”

한편, 1970년대 이후부터는 일상복인 캐주얼도 정장으로 통하는 시대가 됐는데, 정장 느낌의 캐주얼은 단아하고 품격 있는 옷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가정에서 입는 홈웨어는 가족이기에 허물이 없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입어선 안 된다고. 가족은 평생을 함께 해야 할 사람이니 사랑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의생활이 매우 중요하다고 송 교수는 강조했다.
높은 산을 오를 때에는 땀 흡수와 배출, 비를 막는 방수기능과 조난 시 식별이 용이한 색상의 기능성 스포츠웨어를 입어야 하며, 낮은 동산에 오를 때는 벌레에 물리지 않게 몸을 감싸주고 햇빛을 차단할 정도의 간단한 스포츠웨어를 입어도 좋다고.

옷맵시를 돋보이게 하는 액세서리
옷과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는 사람을 더 돋보이게 한다. 목걸이나 귀걸이, 팔찌, 브로치, 선글라스, 모자 등을 잘 활용하면 옷맵시를 더욱 아름답게 하며 토털패션이 완성되니 금상첨화라고 송 교수는 설명한다.
젊은 여성들은 귀걸이와 목걸이를 착용하면 청초하고 깜찍해 보이고, 중년여성의 복장에 어울리는 브로치는 어두운 옷엔 밝은 색을, 우아하고 화려한 옷에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브로치를 달아 미적 감각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토털패션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모자는 얼굴형과 많은 관계가 있고, 모자의 종류에 따라 옷 색깔과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60대 전후의 여성이 모자를 잘못 쓰면 할머니 같아 보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모자를 쓰려면 가능한 여러 종류의 모자를 많이 써봐야 한다고. 
안경은 외모에 큰 영향을 주므로 가급적 알이 큰 안경을 쓰지 말고 알이 작고 렌즈 색상이 옅은 것을 써야 좋다고 한다. 본래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썼었던 선글라스는, 요즘은 패션소품의 하나로 일상화됐다. 선글라스는 쓰기에 따라서 세련된 멋쟁이로 보일 수 있고, 잘못 쓰면 무례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해 써야 한다고 송 교수는 조언한다.

“패션에 대한 식견을 높이려면 패션잡지 등을 봐야 하는데, 요즘은 미용실에만 가도 그런 책을 볼 수 있으니 굳이 잡지를 사서 볼 필요는 없어요. TV드라마를 볼 때도 내용에만 빠지지 말고 등장인물의 옷맵시와 액세서리를 눈여겨보면서 자신과 매치시켜 보는 것도 훌륭한 패션 공부가 됩니다.”
송 교수는 마지막으로 외출에 앞서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이 표출하고 했던 콘셉트대로 잘 코디가 됐는지 재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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