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 김동희 사진집 '기원'

▲ 사진집 '기원'에 실린 사진들은 그 시절 농촌여성들의 간절한 몸짓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이 사진집은 1970~80년대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던 굿판을 찾아 촬영한 흑백사진 100여 점을 수록하고 있다. 1980년대 초에 이 사진들이 전시와 출판으로 공개된 적이 있지만 작가의 사정으로 사장돼 가던 사진이 37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왔다. 작가가 보관하고 있는 앨범과 필름에서 굿의 현장과 의식에 깃들어 있는 간절하고 절실한 ‘기원’의 모습만을 골라 한 권의 사진집으로 엮었다. 정공법으로 굿의 핵심에 다가간 작가의 역량을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해 주고 있다.

취재 당시는 무속이 미신으로서 타파되던 시절이었지만 사진가 김동희는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던 굿의 현장을 찾아 굿판에 모인 사람들의 ‘기원’과 무속인의 ‘엑스터시’에 주목했다. 따라서 무속(巫俗) 신앙에 대해 정보를 주고자 하거나, 무당에 관한 지식을 전달코자 하지 않았다.

사진집 ‘기원’속의 사진은 민속학적이거나 인류학적인 무속사진과 차별성을 갖게 한다. 사진을 기록을 위한 수단으로서 사용하지 않고 사진 자체가 목적인 최초의 시도라 할 수 있다.

 

■ 미니인터뷰 – 김동희 사진작가
 

샤머니즘의 의식에 깃든 여인들의 애절한 몸짓을 사진에 담아온 김동희(1949-)는 한국사진계에서 흔치 않는 여성사진가 중의 한 사람이다. 최초의 여성사진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성으로서 사진 데스크를 맡았던 최초의 사진기자이자 사진가였다. 주부생활사 사진부 기자 공채에 합격하여 사진기자로서 10년간 활동하고, 계몽사 사진부 팀장으로 5년, 프리랜서로서 5년간 사진 일을 했다. 2000년대에 불의의 투병 활동으로 사진을 접었지만 그가 남긴 1970-80년대의 사진들은 한국사진계에서 오랫동안 화제가 돼오고 있다.

- 왜 굿에 집착했나?
집착하지 않았다. 그 시절 나는 위로 받고 싶었고 간절했다. 나를 둘러싼 상황이 막다른 길이어서 촬영을 하면서 위로를 받았다. 지금도 샤머니즘이 살아있지만 그 시절 농촌지역 여인들이 간절한 ‘몸짓’을 지금은 볼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 사진의 특징이라면?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운동감이나 전체적인 구도를 무엇보다 중요시했고, 트리밍 기법은 절대 쓰지 않았다. 한 화면에 정지된 장면이 아닌 연속되는 이야기가 상상되는 구도를 찾으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 요즘 어떻게 지내나?
잊혀지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10대의 소리’ ‘챔피언’등의 사진으로 젊은 날 사진분야에서 많은 상을 탔지만 지금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젠 기억이 희미하다. 사비로 전국의 굿판을 돌며 촬영하고 며칠씩 밤새고 현상, 인화 하느라 많은 비용과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지인들이 우스갯소리로 ‘집 한 채 날려 사진집 냈다’고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기록해야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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