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수필-귀농아지매 장정해 씨의 추억은 방울방울

가족은 사람의 근본 뿌리...
가족보다 더 소중하고
사랑스런 공동체는 없다

7월,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 멀리 묵어 황폐한 비탈에 개망초가 하얗게 무리지어 피고, 장마라고 말한 지 벌써 보름이 넘었건만 비는 오다말다 철부지처럼 흐지부지하다. 느린 여름 햇볕은 우리를 힘껏 내리누르고 무성한 잡풀을 뽑고 축축한 땅을 일구는 목덜미엔 무거운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요즘은 새벽에 나와 네댓 시간 일을 하고 햇빛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집그늘로 들어가 쉰다.  열무김치, 비름나물, 감자볶음, 호박새우젓찌게, 오이냉국 한 그릇... 아침밥상이 푸짐하다. 후식으론 나무에서 바로 딴 굵은 자두와 막 익기 시작한 토마토 한 대접이다.
나는 요즘 TV에서 방영하는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라는 드라마를 공감하며 몰입해서 본다. 매회 시간 조절이 안 되면 오늘같이 시간이 날 때 재방송을 본다, 무엇보다 출연진의 가족 구성과 그 연배가 우리 세대 이야기라 바로 우리 가족의 이야기로 재해석되고 적용돼 대사 하나하나를 놓칠 수 없다.

시작은 평범해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아버지가 사고로 다쳐 기억상실로 22살의 청년,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엄마는 아빠와 졸혼을 선언한 상황이라 남편을 증오하는 어이없는 상황에서 뜻밖의 가족사가 펼쳐진다.
가족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제목처럼 ‘가족인데 아는 게 별로 없다’는 뼈 때리는 현실적인 고백을 직시하게 한다. 아버지의 기억이 하나 둘 돌아오면서 평범해 보이는 가족의 비밀 속에 숨겨진 사연과 아픔을 다각도로 짚어나가며 공감의 폭을 넓혀간다.

가족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여겼던 불편한 진실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관계인 가족.
가족의 본질을 꿰뚫고 상처받은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대사는 매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가족은 남이 찾지 못하는 급소를 너무 잘 알고 있어 강력한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이 같이 가족이라 가깝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그러나 그의 약점은 너무 잘 꿰고 있는 이 시대의 가족상을 현실적으로 짚고 있다. 

이기적인 기억과 오해로 멀어졌던 가족들은 진실을 마주하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비로소 마주한 상처를 어찌 치유해 나갈지…. 드라마를 끝까지 보면서 나도 내 가족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가족은 사람의 근본 뿌리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다시 가족으로 돌아가기 두려운 나이가 됐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지난 주 몇 년 만에 우리 큰딸과 작은딸 가족이 한꺼번에 괴산집에 내려왔다. 모처럼 온 까닭도 있겠지만 “이것 해도 돼?” “저것 해도 돼?” 자꾸 묻는다. 나는 딸들과 손자를 앉히고는 여기는 도후(손자 이름)집이고, 엄마 아빠 집이고, 이모 집이야. 우리 가족 모두의 집이지~ 언제나 올 수 있고 맘껏 쉴 수 있는 우리집이야. 괴산 할미 하비는 언제나 기다리고 있단다. 매실도, 자두도, 보리수도, 앞강의 올갱이도 모두 너희 것이야 자주 오렴.   

가족. 땅위에 이보다 더 소중하고 사랑스런 공동체는 없다. 나는 어떤 것으로 우리가 더욱 친밀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푸른 하늘의 흰구름을 넋 놓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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