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충청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윤홍기 연구사

▲ 윤홍기 연구사는 샤인머스켓이 앞으로의 수출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도산업 쇠퇴 맞서 싸운 15년…마침내 ‘소비자 입맛 사로잡다’
‘샤인머스켓’  재배기술 차별화와 특성화 전략으로 수출 활성화

“저는 어릴 때 바나나를 처음 시장에서 먹었던 그 특별한 맛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처음 ‘샤인머스켓’ 포도를 맛보았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포도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맛, 느낌, 향, 그리고 청포도라는 색깔 등 이러한 것들이, 향수와 농촌의 먹거리 문화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지요. 이제 생산중심의 시대에서 문화와 어우러진 농업의 시대로, 국내시장에 한정된 포도산업에서 시장 개방이라는 변화와 과제를 직시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샤인머스켓은 지금의 포도 농가가 선택해야 할 절대적인 작목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포도연구가 씨 없는 포도 재배기술, 다수확 재배기술 등을 연구하고 관련기술 보급에 힘써왔다면, 앞으로는 시장에서 청포도 ‘샤인머스켓‘이 소비자에게 기쁨을 주고, 수입 포도를 대체하며 문화와 함께하는 포도가 되도록 저와 충남농업기술원은 더 매진할 생각입니다. 소비자 중심의 과실, 품질중심, 노동력 절감형 재배기술 중심 연구개발로 이웃나라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한국포도를 알리는 청포도 ‘샤인머스켓’이 되도록 농민과 함께 더 노력 해 나갈 작정입니다.”

충남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윤홍기 연구사(51)는 포도 관련 연구만 28년째다. 그 중에서도 샤인머스켓 품종 연구에 선두주자로 꼽힌다. 윤 연구사의 주요 연구개발 성과에서도 그간의 노력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학술성과로 2020년 3월 국제과학저널 Agronomy에 ‘사과 품종에서 과실 생화학, 물리학 특성 및 수량성 비교’ 연구 결과 발표 등 2017년 이후 95건을 발표했다. 또한 ‘포도에서 질소의 역할 및 이동’, ‘포도 동해의 유형 및 대책’ 등 최근 10건 자료를 발간했다. 포도 수출경쟁력 향상 재배매뉴얼 등 2권의 책자 발간을 비롯해 천안 과수 포도분야 전문위원, 한국포도회 기술자문 및 부여천안 포도 작목반 컨설팅, 교육 등 그의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2000년 국내 포도재배면적은 2만9200ha에서 2019년 현재 1만2676ha로 줄어든 것만 보아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포도산업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이는 ‘톰슨시들리스’ 같은 씨가 없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수입포도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기존의 국내생산 ‘캠벨얼리’, ‘거봉’ 같은 품종이 답보상태거나 하락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의 고령화와 농자재가격 상승, 최근에는 체리나 망고 등 다양한 열대과일이 우리나라 과수시장을 잠식하는 것도 포도 산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청포도 품종인 ‘샤인머스켓’의 등장은 포도농가에게 단비와 같은 존재입니다. 청포도 ‘샤인머스켓’ 품종은 국내 소비자, 특히 젊은 층 중심으로 소비시장 패턴을 기존 당도 중심 과실에서 아삭하면서 씨 없이 간편하게 소비가 가능한 트렌드로 바꿔놓고 있지요. 청포도 ‘샤인머스켓’ 재배기술 개발은 고품질 과실생산 외에 신선편이, 가공 확대, 체험농장 확대 등 다양한 농가 수입원 창출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윤 연구사는 최근 주목되는 것으로,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청포도 수요가 늘고 있고, 거대 중국시장, 북미, 뉴질랜드 등 해외시장 진출에서 청포도의 성공 사례가 늘고 있음을 꼽았다.
윤 연구사는 청포도 ‘샤인머스켓’의 고품질 규격과 생산 기술 연구 확립, 그리고 관련 재배농가에 기술 보급, 재배단지 확대 등이 전략적으로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충남농업기술원에서는 보급 초기부터 국내에서 ‘샤인머스켓’ 보급 확대를 위한 기술개발 필요성을 인지하고 관련기술 시험연구를 2012년부터 시작했습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농가와 함께 청포도 재배기술 연구에 집중해 단기간에 영농활용 재배기술 30여건 등 씨 없는 ‘샤인머스켓’ 재배기술을 확립했지요.”

윤 연구사를 비롯한 충남농업기술원 관계자들은 2016년 이후부터 개발된 연구기술의 조기 확대보급을 위해 관련기술·과실 특성 소개 중심으로 현장평가회 및 현장접목 연구를 실시해 나갔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급격히 감소한 포도 재배면적이 ‘샤인머스켓’ 품종이 보급되면서 2019년에는 1867ha까지 급증했습니다. 이는 ‘샤인머스켓’ 무핵재배 기술개발에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재배가 늘기 시작한 샤인머스켓 품종을 기반으로 선별장 구축, ‘샤인머스켓’ 재배확대와 천안 수출영농조합 결성 등을 통해 2017년부터 중국, 동남아 등으로의 본격적인 수출길도 확대해나갈 수 있었다.

윤 연구사는 우리나라 과수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재배기술 연구와 보급이 현장중심의 컨설팅·교육이 중심이 돼야함을 절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샤인머스켓’ 재배기술 관련 책자발간 4권과 ‘한국포도회 전문잡지’ 등 관련 전문지 12회 기고를 통해 ‘샤인머스켓’ 관련기술 현장보급에 앞장섰다.

2016년 이후 매년 5회 이상 홍보를 통해 ‘샤인머스켓’ 재배확대 필요성과 관련기술을 알렸으며, 기존의 홍보 매체뿐만 아니라 ‘포도사랑 연구회 기술공감’ 등 SNS를 통해 140여 회 관련 기술을 재배농가와 공유해 2만 명 이상의 회원들이 1200회 이상 ‘좋아요’ 공감을 표현하는 등 관련 기술 조기 확립에 큰 역할을 해냈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자료 10건 이상을 게시하며 현장교육이 어려운 농가에게 1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만큼 신품종 ‘샤인머스켓’ 대한 재배기술을 농가에게 제공했다. 매년 재배기술 관련 현장평가회, 현장접목연구, 현지포장 컨설팅 중심으로 재배 농가가 보면서 체험하고 체득할 수 있도록 다가가고 있다.
“‘샤인머스켓’ 품종은 포도산업이 시장 개방에 무참히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선진적 기술과 농가의 노력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관련 기술 인력이 농가소득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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