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이코퍼레이션닷 제이피 염종순대표

일본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정보화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일본전문가인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 제이피 대표를 만났다.
염 대표는 일본에서 30여 년 간 사업을 했고, 늦깎이로 와세다대학과 국립사가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한국의 선진 정보화 노하우 전수와 함께 메이지대학 겸임교수로 있으며, 일본 총무성의 전자정부추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日,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마이넘버’ 개발에 40조 투입
한국 IT기술 日 진출의 호기

‘디지털 생활’ 망설이는 일본
“외국인 근로자의 신분으로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간 지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대동강 물을 퍼다 판 봉이 김선달처럼 2000년 이후부터 한국의 선진 디지털비즈니스모델을 일본에 전수하고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염 대표는 사업 초기에 일본인들의 뿌리 깊은 선진의식과 한국에 대한 불신으로 사업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그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정보화 성공사례를 직접 체험해보는 ‘인터넷콜럼버스사업’이란 이름의 2박3일 현장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해 많은 호응과 신뢰를 얻었다.

“때마침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의 영향이었던지, NHK의 간판프로그램인 ‘NHK스페셜’에 제 사업이 소개됐습니다. 이후 일본정부의 IT담당 대신(장관)을 비롯한 중앙정부와 지방관리, 의료, 금융기관의 IT 관련 간부 등 많은 이들이 한국의 선진 IT시스템에 매료된 거죠.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할 기술인 줄 알면서도 앞서서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고 주저하더군요.”

이후 염 대표는 우리의 세계적 기업인 삼성의 협조로 체험학습코스틀 개발해 운영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클로즈업 현대’라는 방송프로그램에 다시 소개돼 화제가 됐다. 이 같은 선풍적인 인기에 고무된 그는 한국으로의 정보화 학습투어에 일본인들이 크게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염 대표가 실패한 사업을 언론플레이로 과대포장 했다고 오인해 체험학습사업에 좀처럼 참가하려 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시가현의 정보기획감에 채용돼 한때 공무원으로도 일했다.
지금은 일본 정부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일본 IT대기업을 대상으로 정보화와 경영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한국의 IT기술을 중심으로 일본을 이기는 18가지 이유를 주제로 한 책을 펴냈다.

염 대표는 그가 주장하는 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18가지 이유 중 몇 가지를 소개했다.
그 첫째로, 한국의 정보화시스템은 일본이 도입해야 할 미래모델이 될 것이라며 한국 IT기술의 일본진출 전략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한국 IT기업의 日 진출 적극 지원해야
“일본 매체들은 한국의 선진 정보화기술이 일본을 압도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보도를 심심찮게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은 가정에서 개인프린터로 주민등록등본을 프린트 할 수 있고, 카드 한 장으로 전철, 버스, 기차 등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죠. 특히, 우리는 중앙과 지방을 하나로 연결하는 행정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거주지 행정복지센터에서 가족관계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정보화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겁니다.”

일본은 2016년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마이넘버’ 제도 도입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만 해도 우리 돈으로 4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앞으로 마이넘버를 기반으로 국가 전 분야의 정보화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예산 투자가 있을 겁니다. 이에 한국은 정보화 추진 노하우를 가진 국내 IT기업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합니다.

은행계좌 개설과 인터넷뱅킹 등도 한국이 일본에 월등히 앞서 있다고 염 대표는 설명했다.
“일본 은행에서는 외국인이 회사설립 후 은행계좌를 개설하려면 회사소개서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는 돈세탁의 위험이 있어서죠. 반면, 한국은 이런 서류를 요구하지 않아요.
또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려면 일본의 경우, 월 사용료로 한화 4만 원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30%에 불과합니다. 이에 일본은 은행지점이 많지만, 은행창구에 고객이 붐벼 한참 대기해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이 같은 점을 보더라도 한국의 인터넷뱅킹 기술의 일본 진출 여지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시청률과 돈벌이에 급급한 日 방송국
제작 기능 상실한 日 전철 밟지 말아야

염 대표는 한일간 방송국의 운영 방식 차이도 설명했다.
“일본의 방송국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갑’이었고 연예인은 힘없는 ‘을’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예프로덕션이 연예인을 모아 방송 제작뿐만 아니라 출연을 조정하는 에이전트 역할을 합니다. 현재는 방송국에서 기획·제작하는 게 아니라 프로덕션에서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를 기획·제안하고 방송국은 최종 결정만 하는 실정입니다. 방송국이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다보니 프로덕션이 선발한 인기 연예인이나 MC를 출연료에 맞춰 섭외하고 있는 것이죠.”

한편, 뉴스와 예능을 합친 형식의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일본 방송계의 추세라고 염 대표는 설명했다. 외국뉴스 중에는 한국뉴스가 주를 이루는데, 수준 미달의 방송인과 재일교포 등 그럴듯한 가짜 전문가가 출연해 왜곡된 가짜뉴스가 양산되고 있다고.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 중에는 국민의 인지도를 발판 삼아 정치가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위안부 망언으로 유명한 오사카시 시장이었던 하시모토 도루와 미야자키현 지사를 지낸 히가시 코쿠바루 히데오 지사가 이런 길을 밟아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이에 일본에서는 정치에 입문하려면 연예계 진출부터 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이 같은 방송의 왜곡구조로 방송국이 살아남으려고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하고 한국과 대만에서 드라마를 수입해 방송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방송이라는 매체가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시청률 높이기와 돈벌이에 급급하면서 국민을 우민화(愚民化)시킨 일본의 방송 현실을 흘려 봐서는 안 된다고 염 대표는 경고했다. 한국의 방송사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관련 제도와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염 대표는 이러한 당부로 인터뷰를 마쳤다.
“한국과 일본은 스마트폰 보편화로 독서 인구가 줄고 있어 출판업계와 서점의 도산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전자도서관과 e-북 부문에서 일본보다 앞서있는 한국이 이를 보강하는데 더욱 힘써야 합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