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색 소믈리에의 세계 - 비어 소믈리에 김정하씨

중세 유럽에서 식품보관을 담당하는 솜(Somme)에서 유래한 소믈리에. 흔히 와인을 감별하는 와인 소믈리에를 떠올리지만 영주가 식사하기 전 식품의 안전성을 알려 주었던 소믈리에의 역할은 웰빙이 대세인 현재에도 유효하다. 더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소믈리에들을 만나본다.

▲ 맥주 만드는 여자 김정하씨는 국내 여성 1호 '브루마스터'다.

수제맥주의 달인 김정하씨는 브루펍(brewpub:직접 제조한 맥주를 파는 곳) ‘바네하임’의 대표다. 바네하임(북유럽 게르만 신화에 나오는 지명. 농업과 풍요를 관장하는 신들이 사는 곳)엔 맥주 설비와 원재료가 가득하다.

국내 1호 여성 브루마스터로, 각종 세계 맥주대회 수상 경력과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한 김정하 씨는 직접 맥주 레시피를 개발한다. 이 곳의 대표맥주 ‘프레아 에일’은 천도복숭아의 상큼함과 자두의 향긋함이 돋보이고, 스타우트 계열의 ‘노트에일’은 쌉쌀한 맛이 살짝 강조됐다. 김정하 씨가 만든 ‘벚꽃라거’는 2016년 ‘인터네셔널 비어컵’에서 금메달을 받기도 했다. 그녀에게서 맥주에 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요즘 맥주의 트렌드는 무엇인가?
에일처럼 향이 강한 라거가 유행이다. 미국의 ‘파운더스 브루어리’는 창업할 때부터 흑맥주만 만들어왔는데 그 회사조차도 작년에 라거를 출시했다. 그만큼 라거에 향을 조금 입혀서 아로마가 있는 라거를 많은 브루어리에서 만드는 중이다. 또, 다시 독일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동안 미국 스타일이 유행해서 쓴맛도 강하고, 향도 강한 맥주가 많았는데, 작년부터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맥주가 많이 나오고 있다. 보리의 맛이 많이 나는, 고소하고 음용성이 좋은 맥주들이다. 맥주도 유행이 돌고 돌아서 복고풍이 유행하는 듯하다.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추천한다면?
어떤 스타일의 맥주를 좋아하는지 찾아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아무리 맛있는 맥주도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한 모금도 마실 수 없다. 맥주를 고를 때 라벨을 많이 보기를 권한다. 원재료가 다 표기돼 있기 때문에 라벨만 봐도 알 수 있는 정보가 많다. 원재료에 따라 맥주 맛이 조금씩 다르다. 밀이 많이 들어간 맥주는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있고, 벨지안 스타일이라고 적혀 있으면 벨지안 효모에서 나오는 꽃 향기나 후추나 고수향이 있다. 그런 식으로 라거 스타일인지, 페일 에일 스타일인지 정보가 있기 때문에 쓴 맛을 안 좋아한다면 굳이 페일 에일 맥주를 찾아서 마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벨지안 윗, 바이젠 스타일처럼 가벼운 스타일의 맥주를 마시면 된다.

-에일맥주와 라거맥주는 어떤 차이가 있나?
가장 큰 차이는 효모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에일이 발효가 빠르기 때문에 빨리 만들어서 빨리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소규모 양조업을 하는 이들이 순환이 빨리 돼야 하기 때문에 에일을 만들었던 거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소비자는 라거 선호도가 높다. 함께 먹는 음식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국산 쌀을 이용해 ‘도담도담’이란 맥주를 개발했다고 들었다.
농촌진흥청과 손잡고 전북 익산 농가에서 계약 재배한 도담쌀을 외국산 맥아 대신 혼합해 만들었다. 작년 세계 3대 맥주대회인 호주국제맥주대회에서 은메달을 받으며 그 맛을 인정 받았다. 낮은 톤의 쓴맛과 단맛이 나는 ‘도담도담’은 가벼운 바디감과 질감으로 특히 삼겹살구이, 족발, 잡채와 같은 한식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도담도담’은 도담쌀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사랑스럽게 자라는 모습을 뜻하는 순 우리나라 말이기도 하다. 이 맥주가 널리 사랑 받아 국산 쌀 소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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