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84)

천 조각에 불과하지만
색채․디자인․소재 다양화로
개성과 아름다움 만든다

마스크가 전 세계인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테러를 연상하며 마스크 착용을 꺼리던 유럽이나 미국도 어쩔 수 없이 뒤늦게 마스크를 찾았으나, 부족 사태로 수많은 생명을 잃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정치적으로 마스크를 이용하려던 일본의 아베나, 미국의 트럼프도 마스크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이 갑자기 K방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다 신속 정확한 진단 키트나 체계적인 방역시스템 덕분이지만, 무엇보다도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성실히 마스크를 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마스크는 코로나19의 침입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켜주는 수문장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혹시라도 내가 감염돼 있을 경우, 나의 침방울이 상대방에게 튀어나가지 못하게 차단해 주는 중요한 ‘배려의 기능’도 수행한다. 그런 마스크가 모자라다 보니 미국 간호사들은 ‘마스크와 의료장비를 내놓으라’고 거리시위까지 벌였고, 우방·동맹 사이인데도 마스크 쟁탈전을 서슴지 않았다.

마스크 선행도 잇따랐다. 국내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마스크 기부 릴레이가 이어졌고, 70년 전 6·25전쟁 때 한반도로 달려왔던 고령의 해외 참전 용사들에게 정부가 보낸 100만 장의 마스크가 ‘은혜를 잊지 않는 나라’의 훈훈한 미담으로 지구촌의 감동스토리가 됐다. 또 해외로 입양된 한인들에게도 8만8000장의 마스크가 전해져 가슴 뭉클한 뒷이야기를 남겼다.

마스크에는 바이러스 차단 기능만 있는 게 아니다. 우선 화장이 필요 없고, 얼굴의 일부만 노출된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크다. 대중이 호감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구찌, 아르마니, 루이비통, 에르메스 같은 세계 명품 브랜드들이 마스크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더니, 자연스레 마스크 패션이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중이다.

할리우드 유명 영화배우인 기네스 펠트로는 최근 ‘명품’ 마스크로 불리는 스웨덴 업체 에어리넘의 검은색 마스크를 낀 사진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가격이 69~99달러(약 8만6000원~12만 원)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공적 마스크 가격의 60배에 이르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동났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촉망받는 디자이너 중 하나로 꼽히는 마린 세르가 내놓은 ‘마린 세르의 필터 마스크’는 30만 원이 넘는 가격인데도 ‘완판’됐다. 3월 슬로바키아의 주자나 차푸토바 대통령이 내각 총리를 임명하는 자리에서 보여 준 마스크 패션에 유럽이 열광했다. 자주색 의상과 같은 색의 마스크로 옷과의 통일성을 꾀했을 뿐이었는데도 그랬다.

마스크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원조는 K팝 아이돌’이라고 보는 해외 업체들이 많다. 팝스타인 비욘세, 브리트니 스피어스, 산다라 박 등 K팝 스타를 단골로 두고 있는 세계적 디자이너 박윤희가 최근 영국 로이터에 G드래곤 등 K팝 스타들이 색색의 마스크를 쓴 모습을 공개해 인기를 끌었다. 그녀의 꽃무늬도 마스크로 인기다.
마스크는 얼굴의 일부를 가리는 작은 천 조각에 불과하지만, 색채와 디자인 그리고 소재의 다양화로 입는 옷과의 조화를 살린다면 선글라스 못지않은 개성과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미래 마스크 패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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