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메르츠자산운용 존 리 대표

한국인들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산다. 그러나 65세 이상 노후세대의 절반은 빈곤층으로 전락해 불우한 삶을 보낸다.
그 이유는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경제독립을 위한 준비가 부실한 탓이다. 노후에 부자로 살기 위한 경제독립 실천계획을 알아보기 위해 35년간 미국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다가 2014년부터 메르츠자산운용의 CEO로 일하는 존 리 대표를 만났다.

사교육비 억제하고
자가용 안타고
부자 행세 안하면서
검소하게 주머니 불려야

가난을 정당화 말고 슬기롭게 돈 모아라
존 리 대표는 노후에 가난하게 살지 않으려면 금융문맹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금융문맹이란 일상적인 금융생활에 필요한 금융 지식과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천에 옮기는 의식수준을 말하는데, 그 수준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금융문맹이라 부릅니다. 금융문맹을 벗어나려면 돈을 멀리 하라는 가르침이나 돈을 금기시하고 가난을 정당화하는 금융문화와 관행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돈을 슬기롭게 모으는 생활을 해야 안정된 노후를 맞을 수 있습니다.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끔 만들어야 부자가 된다는 말입니다.”

이어 존 리 대표는 돈 모으기의 첫 번째 과제로 사교육비 억제, 자가용 안타기, 부자 행세 안하기 등 세 가지를 꼽으며 검소한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부에 관심이 없는 자녀를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대학에 진학시키려 하지 말고, 취업을 못할 경우에 대비해 그 비용을 창업자금으로 쓰게 하는 것이 부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다고 그는 주장했다.
돈을 모으는 두 번째 방법으로 그는 자가용을 끄는 것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할 것을 권장했다.

“한국의 대중교통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용료도 가장 저렴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지하철 노선을 알 수 있고, 버스 운행시간과 현재 위치까지 알려줍니다. 정류장의 전광판은 버스의 도착시간까지도 알려주니 한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편합니다.
이처럼 편리한 대중교통을 두고 승용차로 도로정체의 불편을 겪을 이유가 없습니다. 서울에서 차량 한 대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2016. 3 조사)이 월평균 74만 원이 된다고 합니다. 이 돈을 아껴 연 5%의 수익을 낸다면 30년 후에는 수치상으로 6억5천만 원을 모을 수 있습니다. 이 돈 중 매년 3천만 원을 찾아 쓴다고 해도 30년을 버틸 수 있죠. 자가용만 없애도 노후에 경제독립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매일 담배 한 갑, 커피 두 잔 끊고
30년간 돈 모으면 억대 부자 된다

돈이 많지 않으면서 부자 행세를 하는 라이프스타일도 절대 돈을 모을 수 없는 태도라고 그는 지적했다.
“부자 행세를 하질 말고 부자가 돼야 합니다. 과도한 소비를 억제하고 검소한 생활로 바꾸기만 해도 기적이 일어납니다. 매일 담배 한 갑과 커피 두 잔을 끊고 1989년부터 2019년까지 30년간 매달 꾸준히 삼성전자 주식을 사 모았다면 85억 원 정도로 불어났을 것이라는 조사도 있습니다. 배당금까지 포함하면 액수는 더 커지겠죠. 이에 더해 비싼 옷이나 신용카드 할부로 빚을 내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부자 행세를 안 하면 더 많은 돈을 모을 수가 있을 겁니다. 맥주를 마시면서 맥주회사의 주식을 사는 여유를 가지면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죠.”

존 리 대표는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후 40~50년을 위한 노후설계를 면밀히 해야 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인간의 수명이 예전보다 20년 이상 늘어났지만, 부모를 부양할 자녀는 대여섯 명에서 한두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자녀들의 경제상황도 만만찮은데다가 과학의 발달로 사라질 직업은 더 많아질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합니다. 되레 자녀가 부모에 기대는 형편이 되곤 하죠.”

안정된 노후생활 누리려면
공적연금 외에 개인연금저축 가입하라

이에 안정된 노후를 맞으려면 퇴직연금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존 리 대표는 말한다.
“한국의 퇴직연금은 확정기여형과 확정급여형 등 두 가지로 나뉩니다. 확정기여형은 정해진 금액을 회사가 연금으로 지급하고 그 운용은 근로자 개인이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에 비해 확정급여형은 퇴직 시 받을 연금급여액을 미리 정해놓고 회사가 주식이나 채권 등에 적립금을 투자해 직원들의 퇴직금을 마련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의 퇴직연금은 장기적 주식투자 중심의 확정기여형이 돼야 하며, 연금자산 내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져야 합니다.

이러한 제도적인 퇴직연금과는 별도로 한국에는 노후준비용으로 적합한 ‘개인연금저축제도’가 있다며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개인연금저축 계좌는 1년에 400만 원 한도까지 납입하는 개인은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180만 원까지 세금혜택을 받을 수가 있어요. 따라서 세금혜택 면에서 월등히 유리한 개인연금저축의 가입조건이 55세까지임을 감안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반드시 가입하는 게 좋습니다.”

사교육비를 줄여 주식에 투자하고
훗날 자녀 창업자금으로 활용하라

존 리 대표는 자녀를 일찍부터 자본가의 길로 이끌려면 사교육비로 지출할 자산을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의 투자로 전환하는 게 낫다고 강조한다. 주식에 투자하면 훗날 자녀들이 창업자금으로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무인자동화의 확산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니 주식투자로 창업을 준비해야 합니다. 주식에 투자한 주먹만 한 돈을 눈덩이처럼 굴리고 뭉치다 보면 산더미처럼 커질 수 있으니 적은 돈으로 시작해도 무방합니다.”

존 리 대표는 주식투자를 하려면 좋은 동업자를 얻는다는 생각으로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식투자는 투자하려는 기업의 주인이 돼 그 기업과 오랫동안 함께 성장의 열매를 나누겠다는 장기적인 안목과 가치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별한 주식매도 요인이 없다면 주식을 계속 보유해야 합니다. 매도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고 주식을 팔아 이득을 얻는 것은 도박에 가깝습니다. 주식투자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사람은 믿을만한 펀드매니저가 운영하는 주식형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존 리 대표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코리아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활동하며 펀드규모를 10배인 15억 달러로 늘려놓은 장본인이며, 코스피 대비 연평균 10%의 초과수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메르츠자산운용 대표로서 고객의 잘못된 금융 인식을 바꾸려고 버스투어를 진행하며 1천여 번의 강의를 통해 4만여 명에게 자산증식의 길을 알리고 있으며, 유튜브와 책을 통해서도 금융문맹 퇴치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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