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영어전문강사 이혜선씨

영어는 국제기구의 공용어이자 지구촌 78억 인구가 가장 많이 쓰는 언어다. 따라서 많은 엄마들은 자녀만큼은 영어를 잘하는 자녀로 키우고 싶어 한다.
이에 엄마들은 자녀들이 영어를 빨리 습득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학습 지원에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다. 이에 영어전문강사이자 최근 ‘우리아이 첫 영어, 저는 코칭합니다’라는 책을 펴낸 이혜선씨를 만나 자녀 영어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알아봤다.

 

 영어공부는 빨리 시작하는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방법 찾는 ‘방향’ 중요

 

엄마의 섣부른 욕심이 되레 ‘독’
이혜선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사교육 1번지인 서울 목동과 대치동의 입시학원에서 영어전문강사로 일했다. 현재는 영어 개인교습과 영어학습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혜선 씨는 엄마들이 자녀의 영어공부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고 말한다. 이는 엄마의 능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자녀가 잘 따라주지 않아서도 아니며, 엄마의 인내심이 부족해서도 더더욱 아니라고 했다. 문제는 아이를 가르치겠다는 욕심에 있다는 것이다.
“엄마들은 욕심에 자녀들을 가능한 영어공부를 일찍 시키는 게 좋다고 믿고 시작부터 원서(그림책, 챕터북, 리더스북 등)에다가 오디오, CD, 영화, 애니메이션 등 교육자료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는데 중점을 둔 ‘엄마표 학습’에 치중하게 됩니다. 이를 성공의 열쇠라고 간주하는 것이죠. 이 같은 ‘엄마표 학습’보다는 엄마는 코치로서 선수인 자녀의 영어공부를 지원해야 합니다. 영어를 가르치거나 지도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올바른 영어공부법을 선택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치가 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외국어보다는 모국어 습득이 우선...
한국어 익힌 뒤 초교 입학 후에 시켜야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자녀의 성향을 파악하고 진단해 자녀에게 잘 맞는 교재와 공부방법을 찾아줘야 한다고 이혜선씨는 말한다.
“어린 자녀들에게 영어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모국어 습득입니다. 모국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어린 자녀에게 영어를 강제로 주입시키면서 자연스레 영어가 숙달되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이고 옮은 방법이 아닙니다.”

한국어의 다양한 표현을 익히는 것도 버거운데 어린 자녀가 다른 언어를 함께 익힌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영어공부를 하다 언어혼란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그는 말한다. 영어공부에 있어 중요한 것은 빨리 시작하는 ‘시기’가 아니라 바른 학습방법을 찾아가는 ‘방향’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렇기에 부모는  자녀 영어공부에 조급함을 내려놔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영어공부를 시키는 적절한 시기는 자녀가 한글을 떼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입니다. 영어공부는 자녀가 주도하게 하되 엄마는 따뜻한 지원자로서 자녀의 영어학습 상태와 환경을 객관적으로 보고 다양한 솔루션, 즉 해결책을 처방하는 ‘엄마표 코칭영어’가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이혜선씨가 말하는 ‘엄마표 코칭영어’는 자녀들과 함께 호흡하고 공부하는 것인데, 자녀의 학습상태를 파악해 자녀가 공부를 준비하려고 할 때 빠르게 차고 나갈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의 공부 상황과 심리상태에 따라 강-약-중, 강-약 등 속도와 공부태세를 조정하고 장단을 맞춰줘야 한다고. 공부 속도와 자세를 독려해주는 일은 자녀의 심성을 잘 아는 엄마가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혜선씨는 초등학교 5학년 쌍둥이 딸들의 엄마다. 그는 두 딸이 어렸을 때, 영어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 됨됨이라는 신념으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마음껏 뛰어놀도록 했다고 한다.

쌍둥이 두 딸 초등학교 입학 후
한국어로 된 재밌는 영어학습교재로 시작

이혜선씨가 두 딸의 영어공부를 어떻게 시켰는지를 물어봤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들이 같은 반 아이 중 이미 영어를 오래 전부터 공부한 친구들을 보고 부러웠던지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그는 ‘헬로(Hello)’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두 딸을 앞에 앉혀놓고 학습계획을 세우며 영어 가르치기를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1학년짜리 두 딸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았어요. 가장 먼저 두 딸에게 ‘만약 영어를 잘하게 되면 어떤 영어책을 가장 먼저 읽고 싶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쌍둥이는 한국어책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26층 나무집’, ‘윔피키드’와 영화로 즐겁게 봤던 ‘해리포터’라고 대답했어요. 이로써 두 딸과 함께 할 영어학습 목표가 세워진 것이었어요.”

그가 두 번째로 한 일은 공부하고 싶은 교재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먼저 두 딸의 영어성취도를 확인하며 공부할 수 있는 본교재를 찾았다. 두 딸은 그림이 귀엽고 CD 음원도 재미있다며 교재를 마음에 들어 했다.
이와 함께 원서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읽기교재도 함께 마련해 학습을 진행했다. 두 딸이 그 교재를 뗀다면 완벽하진 않아도 보고 싶은 원서를 큰 어려움 없이 읽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대략 1년 반이 되던 시점에서 두 딸과 이혜선 씨는 목표로 했던 본교재와 읽기교재 공부를 끝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영어지식이 쌓인 딸들은 원하는 원서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영어실력이 늘어 있었다.

“영어공부는 끝없는 장거리 경주라고 생각해요. 공부에 손을 놓지 않는다면 영어는 제 모국어만큼 잘할 수 있게 됩니다.”
이혜선 씨는 저녁을 먹은 두 딸이 소파에 걸터앉아 영어소설을 읽으며 깔깔대고 웃는 것을 볼 때에 사회생활하면서 영어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두 딸에게 이런 선물을 준 것이 뿌듯하다고 했다.
“못 다한 영어공부 이야기는 제 책을 보면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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