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색 소믈리에의 세계 – 참기름 소믈리에 이희준 씨

중세 유럽에서 식품보관을 담당하는 솜(Somme)에서 유래한 소믈리에. 흔히 와인을 감별하는 와인 소믈리에를 떠올리지만 영주가 식사하기 전 식품의 안전성을 알려 주었던 소믈리에의 역할은 웰빙이 대세인 현재에도 유효하다. 더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소믈리에들을 만나본다.

▲ 참기름 소믈리에 이희준씨(사진 왼쪽)는 전국의 전통시장을 돌며 300여 종의 참기름을 모았다.

-전국의 시장을 돌며 참기름을 수집하고 있다던데.
지금까지 수집한 300여 종의 참기름을 단맛, 쓴맛, 매운맛, 고소한맛, 감칠맛 등으로 분류해 데이터화 하고 있다.부산 깡통시장, 대구 서문시장, 청주 육거리시장 등 전국 각지를 발로 뛰며 ‘명품 참기름’을 발굴했다. 경주 안강시장 참기름은 잔치국수에 딱 한 방울 떨어뜨렸을 때 그 풍미가 가장 좋고 통영 중앙시장 참기름은 도미와 먹었을 때 궁합이 좋다.
제주도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깨로 만든 참기름은 소금을 넣지 않아도 짭조름하다. 안동 깨로 착유한 참기름은 내륙 바람 영향으로 더 부드러운 맛을 내기 때문에 나물과 국수에 잘 어울린다. 통영에서 생산된 참기름은 생선에 발라 먹으면 일품이다. 참기름 장인은 전국에 300여 명정도인데 고령에 전수자가 없어 그들의 ‘노하우’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 안타깝다.

-좋은 참기름이란?
저온압착 방식의 참기름이 좋다는 인식이 퍼져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케팅 용어라고 생각한다. 참깨마다의 컨디션에 따라 고유의 온도를 찾아 각각의 온도에서 참깨를 볶고 착유한 참기름이 가장 좋은 참기름이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흔하게 먹으니 모르겠지만 해외에선 이미 참기름이 ‘스페셜 오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참기름 장인이 점점 사라져가는 상황이 안타까워 독자적 레시피로 조선 영조가 즐겨먹던 참기름을 복원·계승해 ‘이희준 참기름’을 만들기도 했다.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조선시대 사료를 모아 당시 착유법을 재현했다. 느티나무 밑동 가운데를 파서 절구를 만들고 볶지 않은 깨를 찧는 방식으로 기름을 짜냈는데 이 작업은 뉴욕타임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독자적 레시피로 ‘이희준 참기름’ 만들기도
참기름은 실온보관, 3개월 안에 드세요~

-참기름 보관은 어디에 하는 것이 좋은가?
우리 조상들은 참기름을 소금독 안에 보관했다. 소금이 수분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소금독 내부는 온도와 습도가 일정한 상태로 유지돼 요즘의 과학적 관점으로 봐도 훌륭한 보관방법이다. 참기름을 신선하게 오래 보관하려면 섭씨 20도 내외 상온이면서 그늘진 곳이 좋다. 참기름은 무조건 실온 보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들기름은 무조건 냉장보관, 유통기간은 9개월이라고 하지만 3개월 안에 먹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요리에 따라 다양한 참기름을 사용하는 것을 장려하고 싶다. 바로 먹을 것,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을 것, 생선에 쓰는 것, 고기에 쓰는 것, 나물에 쓰는 것, 밥에 비벼먹는 것 등 사용 용도에 따른 선택이 필요하다.

참기름 소믈리에 1호로 다양한 활동이 기대된다.
국내 1호라는 것에 큰 의미는 없다. 처음 시작 때부터 해외에서 활동하는 올리브오일 소믈리에들과 교류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놀라웠던 건 그들이 나보다 더 한국의 참기름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국내엔 참기름과 관련된 전문서적이 단 1권도 없다. 많은 자료를 추가로 수집해 국내산 참기름에 대해 기술한 책을 출간하고 싶다. 내가 참기름에 미쳐 있는 것처럼 한 가지 식재료의 기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국시장을 취재하다 보면 참기름 외에도 너무 뛰어난 장인들이 많다. 본인만의 철학과 장인정신을 지닌 각지의 상인들을 모아 ‘이희준 마켓’을 만드는 것이 최종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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