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26)경남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이성태 연구사

생태양식농업으로 논 이용 다양화 연구에 앞장
논에서 ‘농산물’ ‘풀사료’ ‘수산물’ 동시에 수확

▲ 이성태 연구사가 큰징거미새우 실제 크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도록 팔에 펼쳐보이고 있다.

“쌀 수급안정은 국정 과제의 핵심입니다. 쌀 과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도로 기계화된 벼 재배농가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지요. 제 나름대로의 생각은 고소득 생태양식농업으로의 전환입니다. 이 생태양식을 우리가 보여줌으로써 쌀 재배농민들이 논의 이용 다양화에 대한 인식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벼 대체작물로 사료용 피 개발 등 꾸준한 연구기관의 노력과 유능한 농정가가 합심한다면 쌀 수급안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이성태 연구사(51)는 생태양식농업과 사료용 피 재배로 논 이용 다양화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주자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벼 재배 시에 말썽이 되는 잡초인 피를 풀사료 자원으로 개발하거나, 논의 자원은 유지하면서도 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큰징거미새우 양식 기술을 확립하는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의 연구 성과만 봐도 이 연구사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벼와 큰징거미새우 생태양식에서 사용된 치하 크기별 수량과 소득 비교’ 등 4건, 그리고 ‘큰징거미새우를 활용한 생태양식농업 기술 개발’, ‘사료용으로 적합한 피 유전자원 선발과 이앙시기별 사료수량’ 등이 지난해 한국작물학회 우수 학술발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쌀 수급안정을 위한 논 이용 다양화 기술 개발’, ‘새롭게 태어난 피’ 등 다양한 홍보마케팅으로 논 이용의 인식변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벼 대체작물로 잡초인 피를 풀사료로 개발
농가 생산액 증대와 농업현장 실용화 전환 기대

“녹색혁명의 성공으로 굶주림을 해결하고 산업화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쌀 자급이 큰 역할을 했지요. 거기다 요즘 쌀은 맛과 기능성, 품질까지도 최고 수준이지만 쌀 가치와 이미지는 그렇게 좋은 반응이 아닌 것이 현실입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990년 120kg에서 30여년이 지난 2019년에는 59.2 kg으로 떨어진 사실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지요.”
현재 대한민국 농업생산액 1위 역시 쌀이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가는 국정핵심과제로 ‘쌀’ 문제를 해결하고자 벼 대체작물로 풀사료 작물과 콩, 고구마, 고추 등 밭작물, 경관작물 재배, 휴경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노력 중이다.

▲ 벼농사 주민을 상대로 큰징거미새우를 이용한 생태양식농업을 설명하는 이성태 연구사.

“쌀 생산조정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벼 재배 농업인은 논에 벼만 심어야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지요. 또 농업연구자와 농정에서는 논 이용을 다양화하는 새로운 기술과 정책 개발이 계속 이뤄져야겠지요.”
생태양식농업은 논에서 농산물과 수산물을 동시에 생산하는 농법이다. 논의 기반을 유지하면서 자원을 공유하고 친환경 안전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득까지 높이는 융복합농업인 것이다.

“큰징거미새우는 동남아에 서식하는 아열대성 민물새우로, 질병에 강하고 잡식성이며 빨리 성장함해 벼를 재배하는 단기간 동안에 상품화가 가능한 담수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것을 생태양식농업으로 산업화하는데 좋은 소재로 보았고,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은 2018년부터 국립수산과학원의 협조를 얻어 생태양식농업 연구를 추진했지요. 큰징거미새우는 논으로부터 먹이가 되는 작은 곤충, 물벼룩, 동물성과 식물성 플랑크톤을 자연스럽게 공급받을 수 있어서 사료공급 기간을 2개월 줄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큰징거미새우 배설물은 벼의 양분 공급원이 돼 시비량도 50% 감축할 수 있었지요. 당연히 농약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친환경안전농산물이란 인식을 심어주는데도 효과가 컸습니다.”

이렇게 큰징거미새우 양식은 논 면적의 40%를 둠벙으로 조성해 생태양식농업을 했을 때, 벼 대비 5배 소득을 높이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경남에는 20여 농가에서 큰징거미새우를 활용한 생태양식농업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논 이용 다양화를 위한 또 다른 기술은 논에서 잡초인 피의 장점을 살려 풀사료로 부활시켰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피는 생육이 빠르고, 밭작물 재배가 불가능한 배수 불량지 논에도 잘 자랍니다. 그래서 풀사료 자원으로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지요.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로부터 분양 받은 50여 종자 중에서 사료수량과 사료가치가 우수하고 생산비 절감을 위해 직파재배에 적합한 제주재래종 등 5개 유전자원을 선발했습니다. 하계작물 풀사료인  총체벼에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료가치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총체벼는 재배기간이 110일인데 피는 70일 정도여서 연간 2~3회 수확도 가능하고, 다양한 작부체계도 가능한 장점이 큽니다.”

그동안 생태양식농업이 활성화 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벼가 재배되는 짧은 기간(5개월 정도)으로는 미꾸라지, 붕어, 메기 등과 같은 담수어가 상품화될 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큰징거미새우 활용 생태양식농업은 벼 재배기간에만 새우를 양식해도 상품화가 가능하며, 소득은 벼 대비 5배 정도 소득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큰징거미새우는 식용, 관상용, 실내낚시로 인기가 좋아 6차산업화도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 이러한 생태양식농업은 국가적으로도 별도의 쌀 생산조정 예산 투입 없이 생산조정이 가능하다.

“현재 사료용 피는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1ha에서 농가실증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료용 피 1만ha 재배 시 옥수수 알곡 수입 200억 원의 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됩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80% 수준인 국내 조사료 자급률을 향상하는데도 기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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