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색 소믈리에의 세계 – 채소 소믈리에 이연재 씨

중세 유럽에서 식품보관을 담당하는 솜(Somme)에서 유래한 소믈리에. 흔히 와인을 감별하는 와인 소믈리에를 떠올리지만 영주가 식사하기 전 식품의 안전성을 알려 주었던 소믈리에의 역할은 웰빙이 대세인 현재에도 유효하다. 더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소믈리에들을 만나본다.

▲ 채소 소믈리에 이연재씨는 자신이 직접 생산한 채소와 과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채소 소믈리에로 살려고 귀농
‘농사짓는 채소 소믈리에’ 이연재씨를 그녀가 운영하는 ‘자연목장’에서 만났다. 그녀는 함께 귀농한 남편 장훈씨와 함께 자연순환 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농장에서 직접 키우는 흑돼지 분뇨를 거름으로 주고 자신이 키우는 채소밭에서 잡초를 뽑아 돼지 사료로 주며 농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이 순환되게 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있는 그녀의 ‘자연목장’은 귀농 준비 3년, 귀농 후 8년의 세월을 거치며 남편과 함께 일궈낸 곳이다.

‘자연목장’ 이연재 대표는 원래 베이비 포토그래퍼였다. 학교를 마치고 6년동안 아기사진을 찍으면서 보람도 있었지만 뭔가 허전함을 느꼈던 이 대표는 평생 가치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 ‘채소 소믈리에’로 살아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자연스레 건강한 먹거리 채소와 과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다양한 매체들에서 먹을거리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채소,과 일의 가치와 효능을 해설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채소, 과일 전문가가 바로 채소 소믈리에다.

채소 소믈리에가 목장을 운영한다니 의아하기도 하다. 그러나 자연목장은 토종닭, 흑돼지, 황소, 애완돼지, 진돗개, 풍산개 등 동물들과 각종 쌈 채소와 토마토, 가지, 오이, 고추, 감자, 고구마, 옥수수, 호박, 단호박, 울금, 토란, 콩, 돼지감자, 부추, 파 등 각종 채소들이 함께 자라는 공간이다. 소비 위주의 소믈리에에서 생산 위주의 채소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귀농을 한 이 대표는 농촌에서 건강한 먹을거리 원료를 직접 얻고 있다.

일본에선 존경받는 직업
사실 채소 소믈리에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자격이다. 2008년 한국에 채소 소믈리에 자격 과정이 알려지기 시작해 2011년 한국채소소믈리에협회가 설립돼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채소 소믈리에를 양성하게 됐다. 채소 소믈리에는 남녀노소, 직업과 상관없이 채소,과일과 먹을 거리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기본, 전문가, 시니어 3단계의 과정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단계별로 채소와 과일에 대한 지식(영양, 재배과정, 유통과정, 역사, 특성, 올바른 조리법)을 학습하고 과제와 자격인증 시험을 통해 채소 소믈리에 자격을 수여받게 된다. 이 대표는 일본의 경우 채소 소믈리에 자격을 가진 사람이 식당을 열기도 하고, 청과물 장사를 하기도 하는데 소비자의 신뢰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채소에도 궁합이 있다
그렇다면 채소 소믈리에 이연재 대표는 어떤 채소 요리를 즐길까 궁금해진다. 의외로 그녀가 전하는 요리들은 간단하다. 몸에 좋은 마늘은 생으로 먹기 힘들면 편으로 썰어 간단히 팬에 튀겨먹거나. 살짝 기름을 발라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면 쉽게 건강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또 달걀볶음밥도 추천 요리 중 하나다. 지용성인 비타민A가 많은 브로콜리와 당근은 기름에 볶아주면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여기에 달걀을 볶아 만든 볶음밥은 고소한 맛까지 더 해져 쉽게 만들 수 있는 일품요리 라고.

채소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최초의 교육농장 꿈꿔
채소 소믈리에를 공부하다 보면 생명이 인간에게 중요한 만큼 다른 생명체에도 중요하며 식물과 동물 그리고 우주만물의 모든 생명체는 존중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 대표는 “시장에서 파는 오이가 오이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이의 일생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채소 소믈리에로서 소비자들에게 오이의 생애를 보여주며 좋은 먹을거리가 어떤 것 인지 생생하게 전해주고 싶다”며 “이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이 바른 먹거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이연재 대표는 앞으로 본인이 재배한 신선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따서 요리까지 할 수 있는 쿠킹스튜디오와 채소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최초의 교육농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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