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28)

올해 2월29일은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윤년(閏年)의 윤일(閏日)이다. 흔히 요새 젊은이들은 우리 옛 선인들이 기대어 살아온 음력을 비과학적이라고들 하면서 평가절하 하지만, 천만에! 지극히 과학적임을 알아야 한다.

양력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인 365. 2422일, 즉, 365일 5시간48분46초를 기준 삼은 것이다. 이것을 지구의 공전주기라고 하고, 이 365.2422일을 12개월로 나눈 역법이 곧 양력이다. 여기에서 지구 공전주기 1년을 365일에 맞추고, 남는 우수리 시간인 0.2422일을 4년간 모았다가 2월에 하루 보태 28일을 29일로 한다. 이와 같이 2월이 29일까지 하루 더 있는 해를 윤년이라 한다. 그래서 윤년은 1년이 366일이 되고, 그해 2월29일은 윤일이 된다.

음력은, 잘 알다시피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삼은 역법이다. 1년은 354일(작은 달은 29일, 큰달은 30일). 여기서 오는 양력(1년=365일)과의 시간 차이를 윤달을 만들어 날짜를 양력과 맞춘 것이다. 즉, 음력은 양력보다 1년에 11일 부족하고, 이것이 3년 쌓이면 33일 즉, 한 달 차이가 난다. 그렇기 때문에 3년에 한번씩(4년 주기로) 연중 한 달을 추가로 ‘윤달’이라 해 끼워넣어 음력과 양력 날짜 차이에서 오는 계절의 어긋남을 막았던 것이다. 그래서 윤달은 달의 모양 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척도가 됐던 24절기를 고려해서 정했기 때문에 그 주기가 일정하지 않다. 올 2020년은 음력 4월에 윤달이 들었다.

예부터 윤달은 하늘과 땅을 감시하는 신이 자리를 비워 없는 달이기 때문에 어떠한 불경스러 운 일을 저질러도 신의 간섭과 하늘의 벌을 피할 수 있다는 속설을 믿어왔다. 그래서 귀신도 모르는 달, 혹은 덤달·여벌달·군달·썩은 달 등의 별칭으로도 불렸다. 그런 저런 이유로 윤달에는 조상의 묘소를 이장한다든가, 산 사람의 수의를 장만하고, 집 수리나 이사를 하기도 했다.
올 윤년은 366일로 평년 365일보다 하루가 많다. 4월 윤달은 눈이 부시게 햇살까지 푸르른 양력 5월에 들었다. 올해의 윤년과 윤일-그 하루의 다사로운 햇살과 윤달의 푸르름으로 힘겨운 우리 모두의 삶이 생기를 찾아 더욱 충만해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송화(松花)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ㅡ박목월 (1915~1978), 시 <윤사월> (을유문화사 <청록집>,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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