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창업의 꿈 현실이 되다 ②경북 의성 사과담아

여성일자리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창업. 힘든 가시밭길 같은 창업을 꽃길로 만들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은 매우 중요하다. 본지는 숨은 재능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상품화돼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를 연중으로 다룬다. 두 번째는 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최미화 이하 개발원)이 주최한 경북여성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사과담아’를 개발한 경북 의성 권천경씨다.

▲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 주최한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권천경씨는 시어머니의 한숨을 그치게 하고 싶어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편리미엄’ 트렌드 반영해 사과 한 알을 스틱으로
비상품과로 가공해 소득 껑충…고당도에 첨가물도 없어

알 수 없는 농사
“경북 의성 시댁은 사과농사가 대에 대를 이어온 가업이나 마찬가지예요. 시어머니도 40년 넘게 사과농사를 지어오셨는데 한숨이 그칠 날이 없으셨어요. ‘우얄꼬 우얄꼬’라며 평생을 해도 알 수 없는 게 농사라면서요. 워낙 변수가 많으니까 농사만으로 고생한 보람을 찾기 쉽지 않아요.”

시어머니의 한숨은 사과값이 해마다 널뛰기를 뛴 탓에 손에 쥐는 돈이 흘린 피땀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2018년엔 사과값이 10kg 1박스에 5만~6만 원까지 올랐지만 오히려 비싸다며 팔리지가 않았다. 가격이 높으니 돈 벌었겠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고. 지난해는 또 어땠나. 같은 사과인데 1년 만에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1년 농사가 헛농사라는 한숨은 권천경씨 시댁만의 얘긴 아니었다. 이른 추석에 수확기 불어닥친 태풍이 겹치면서 지난해 사과농가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들쑥날쑥하는 가격 때문에 사과를 가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마트에서 과일·채소 담당일을 오래 했었고, 창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시어머니도 걱정은 되지만 지원해주겠다고 하시고, 시댁의 마을에서 사과농사 짓는 분들도 많으셔서 당도 높은 사과 수급은 문제 없어요.”

사과 100%를 담아 제품 이름도 ‘사과담아’라고 지은 권 씨. 첨가물이 없는데도 사과담아는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데 50~60도로 30시간 이상 저온가열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과담아 재료는 맛이나 영양적으로 뒤떨어지지 않는데도 조그마한 상처 때문에 1/5가격도 겨우 받는 비상품과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득적으로도 이득이 크다. 골칫덩어리인 흠과가 돈이 되니 시어머니와 여러 농가가 권 씨를 좋아할 수밖에.

▲ 사과담아 하나면 사과 한 알을 먹는 셈이다.

“내가 대상이라니…”
개발원이 지난해 주최한 창업경진대회에서 결코 대상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는 권천경씨.
“사과농장은 경북 의성에 있지만 사무실은 2018년부터 경북테크노파크 글로벌벤처동에 있었어요. 바로 옆에 개발원이 있었는데 어느 날 경진대회 플랜카드가 걸렸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보고 대회에 나갔는데 덜컥 대상이라니 믿기지 않았어요. 사실 바로 옆에 개발원이 있는 줄도 그전엔 몰랐어요.”

권 씨가 개발한 제품은 바로 사과 한 알을 온전히 담은 농축액 스틱제품이다. 사과는 간식이자 식사대용으로 충분한 영양듬뿍의 과일이지만 편리함이 곧 프리미엄이라는 ‘편리미엄’을 반영해 언제 어디서든 짜먹을 수 있는 10ml 스틱 30개가 1박스다. 즉, 사과 30개가 들어있는 셈이다.

결혼 15년차 권 씨도 본인 출근하랴 아이 학교 보내랴 정신없는데 사과가 아무리 몸에 좋대도 씻고 깎아 먹는 게 번거로워 손이 안 간다는 개인적 경험도 제품탄생에 한몫했다. 엄마의 마음으로 첨가물 없이 사과만을 담아 아이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는 권천경씨는 사과담아의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설명했다.

“저는 사과담아를 그대로 먹는 게 좋지만 냉수와 온수를 섞은 뒤 넣어 사과차로 마셔도 좋고, 플레인 요거트에 넣어도 좋더라구요. 기호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어요. 점성이 잼과 청의 중간정도라 가능한 거죠. 올해는 위탁하지 않고 제가 직접 생산하려고 공장을 지을 계획이에요. 농사만 지으셨던 시어머니는 ‘야야 그렇게 공장 크게 지으면 우얄라꼬’라고 하시지만 그 걱정을 환한 웃음으로 바꿔드리고 싶은 게 올해 소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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