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농촌진흥청 양창범 국립축산과학원장

우리 축산업계는 거의 매년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축산질병으로 인해 양계, 양돈, 한우산업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올해는 치료약이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비무장지대(DMZ)와 가까운 경기 파주, 연천, 김포와 인천 강화 등지의 사육돼지에서 발생해 많은 돼지가 살처분 됐다. 치사율 100%인 ASF를 제대로 예방하지 못하면 양돈농가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인 사료, 육가공, 외식업계에도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악성 가축질병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축 면역력 강화를 통한 양질의 축산물 생산이 중요한데, 이에 동물복지축산에 대한 농가와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양창범 원장으로부터 동물복지축산의 필요성과 연구실태를 알아봤다.

 

동물복지축산은 환경 보호,
동물 보호, 국민건강에 기여
축산업 국제위상 높이는 계기

동물복지축산은 사람․동물 서로에 편익
좋은 사육환경에서 양질 축산물 생산

통계청 발표자료에 의하면, 현재(2019. 9.1 기준) 우리나라 한우·육우 사육 두수는 323만4천 마리, 젖소는 40만3천 마리, 돼지 1171만3천 마리, 산란계 7089만5천 마리, 육계 8853만 마리, 오리 969만4천 마리다.
이 많은 가축들이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실정이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가축질병 발생이 이러한 사육환경으로 인한 가축 면역력 저하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항생제나 제초제 남용 등으로 인한 먹거리 안전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며 동물복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사람과 동물이 서로 공존하며 편익을 찾는 것이 동물복지축산입니다. 가축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최소화한 환경에서 사육해 인간에게 양질의 축산물을 제공하는 사육방식을 말합니다. 일찍이 유럽의 부국들은 동물복지나 유기축산에 눈을 떠 많은 투자를 해 오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환경 보존, 동물 보호, 국민 건강 등 철학적인 공감대를 이뤄 동물복지축산을 잘 추진하고 있는 것이죠.” 양창범 원장의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농민은 이익창출이 우선이다 보니 사육면적 확보에 난색을 표하고, 소비자는 비싼 축산물에 대한 지불의사가 크지 않아 복지축산 확산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소득이 높아져 축산물가격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간 공감대가 형성되면 복지축산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양 원장은 확신하고 있다.
복지축산은 보다 넓은 면적에서 사육하며 동물의 본능적 행동 표출을 보장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가축이 지니고 있는 면역력을 정상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나 복지축산이 가축의 면역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을 지나치게 확대해석 해서는 안 된다고 양 원장은 경계했다.

“영국에서는 산란계를 방사했을 경우, 조류인플루엔자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단식 산란계 사육시설에서 닭을 키우며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육밀도가 높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가축의 면역력을 키우려고 항생제를 많이 투여하는데, 내년부터는 항생제 투여를 줄이고자 사료에 항생제를 넣어 판매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해져 이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동물복지축산은 기존사육 대비 생산성↓
안전축산물 생산과 복지차원서 접근해야

한편, 동물복지축산은 사육면적 확대와 시설교체 등으로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기존시설에 비해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양 원장은 말했다. 따라서 동물복지축산은 생산성보다는 윤리적·공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물복지축산 적용으로 얻게 되는 기대효과는 뭔지 알아봤다.
“무엇보다 동물복지축산은 소비자들의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켜 줍니다. 동물복지 인증제도 도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안전한 축산물과 동물복지 향상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요구였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농민들이 까다로운 사육조건을 준수해야 하고, 이렇게 생산한 축산물에 대해 소비자들의 적정가격 지불 의사와 지속적인 구매행위가 동물복지축산이 활성화될 수 있는 핵심요소입니다.”

동물복지축산 실현이 우리나라 축산업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양 원장은 말한다. 현재 전 세계가 동물복지 축산을 요구하고 있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앞장서서 동물복지 인증제도를 추진하고 있다고 양 원장은 소개했다. 동물복지 인증제의 공통적인 사항은 넓은 사육면적을 제공해야 하고, 가둬 키우는 케이지나 스톨 등의 사육시설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농진청, 유관기관에 동물복지 관련교육 지원
축종별 동물복지축산 매뉴얼 개발․보급할 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동물복지 관련 축산농가 교육과 지원에 대해 알아봤다.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유관기관에서 주관하는 축산농가 교육과 농업마이스터대학의 동물복지 관련 교육에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등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농촌진흥공무원 교육프로그램에 동물복지 과목을 편성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축산농가를 대상으로는 동물복지 상담과 현장민원 해결에 주력하고 있어요.”

국립축산과학원은 연구기관으로서 다양한 동물복지 시설을 연구·개발하고, 개발된 기술을 산업체 기술이전을 통해 농가보급에 힘쓰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양돈분야에서 임신돈 군사(群飼) 사육장치 26대와 분만틀 대체 분만돈 사육시설을 개발해 199대를 보급했다. 양계분야에선 케이지를 대체하는 다단식 사육시설을 개발해 10곳에 보급했다고 한다.

끝으로 양창범 원장은 국립축산과학원의 동물복지축산 연구개발 추진계획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동물복지 인증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이와 관련한 세부 매뉴얼이나 대표모델이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축산과학원에서는 이런 미흡한 부분을 연구해 축종별 동물복지 매뉴얼과 동물복지 수준 평가기준을 마련해 나갈 계획입니다. 더불어 국내 사육여건에 부합하는 동물복지 사육시설들을 지속적으로 개발·보급해 축산농가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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