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진단 -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책은.../한수양돈연구소 주한수 고문에게 듣다

지난 9월16일 경기도 파주에서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10.16) 경기도 연천과 김포, 인천 강화의 농장 14곳에서 ASF가 발생했다. ASF 발생과 전파 요인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당국이 멧돼지 제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지는 ASF 공포가 계속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ASF 발생․전파 원인과 대책 등을 수의분야 전문가인 한수양돈연구소 주한수 박사에게 들어봤다.

 

ASF 발생원인 규명 어려워…북한 유입설이 유력
멧돼지 울타리와 함께 방조망 설치로 감염 막아야
체코의 야생멧돼지 포획․살처분 성공사례 교훈 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심각하다. 발생 원인과 전파 요인은 무엇이라 보는지.
ASF 발생 원인은 아무도 100% 규명할 수 없다. 역학적으로 보면 95% 이상이 북한으로부터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야생멧돼지로부터 감염될 수도 있고, 북한주민들이 ASF로 죽은 집돼지를 잡아먹고 강에 버린 부산물이 태풍과 홍수로 남쪽으로 흘러들어온 것을 야생동물이 접촉했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ASF 감염지역에서 바이러스 전파의 주요 요인을 ASF 잠복 감염돼지, 파리·조류 등 기계적 매개 전파, 오염된 차량 등을 꼽고 있다. 잔반사료에 의한 전파 위험성도 상당히 높다.

그 중 가장 의심이 되는 것은 까마귀다. 이미 ASF로 홍역을 치른 동구유럽에서 ASF 전파 원인을 찾기 위해 CC-TV를 설치해 감시했더니 까마귀와 여우가 멧돼지 사체와 접촉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 접촉한 까마귀가 남북을 오가며 병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한 멧돼지 폐사체에 접촉한 파리가 차량에 실려 수백 ㎞를 가게 되면 국내 어디든 전파가 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농장 외부에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야생조류 등을 막기 위한 방조망을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지속 발견되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가 야생멧돼지 포획에 나섰는데.
최근 경기북부와 강원북부의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돼 정부가 멧돼지 개체수 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총기를 이용한 포획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혹시라도 ASF에 감염된 멧돼지의 피가 주변을 오염시키고, 야생동물과 접촉돼 확산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돼지질병 감염 여부를 진단하려면 해부를 했었는데, 해부 중 혈액으로 인해 주변이 오염될 수 있기에 요즘에는 구강 속 타액으로 검사를 한다. 추위가 오기 전에 멧돼지 포획을 서둘러야 한다. 겨울이 되면 먹잇감을 찾으러 멧돼지들이 산아래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야생멧돼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경지대에 방제벽을 설치하고 사체와 생포된 멧돼지에 대해 대대적인 역학검사를 하고 있다. 두드러진 방역활동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얻은 나라는 체코공화국이다.
체코는 5년 전부터 야생멧돼지의 ASF 감염상황을 조사해왔으며, 2017년 처음 ASF에 감염된 멧돼지를 발견하고 검사를 실시했다. 또한 감염 가능성이 높은 멧돼지를 대대적으로 포획·살처분해 최근 성공적인 멧돼지 ASF 박멸사례를 국제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체코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대대적 수렵과 포상금 지급, 잘 훈련된 저격수 투입, 감염사체 추적, 멧돼지 감염지역과 준감염지역 설정, 전기방책 설치, 수렵인에 대한 방역교육과 수의사들에 의한 샘플 채취, 멧돼지 먹이주기 금지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단체나 동물복지단체 등에서 멧돼지 수렵행위에 대해 반대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대적 수렵과 포획, 살처분으로 수많은 양돈장의 돼지들을 보호하고 양돈산업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발생지역 농장의 돼지를 일괄 살처분하는 것만이 정답인가?
ASF 발생 초기인 지금으로서는 신속하고 대대적인 살처분으로 ASF의 확산을 방지하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염 농장의 돼지를 빨리 찾아내 살처분 해야 한다. 다만 이미 40% 이상의 돼지가 몰살된 중국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중국정부는 ASF에 두 손을 들고 민간에 관리를 떠넘겼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농장 내 감염돼지를 신속히 살처분 하고, 감염되지 않은 돼지는 격리해 철저한 관리 하에 사육하는 시도를 통해 청정화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ASF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ASF 바이러스는 예상 외로 전파속도가 느리다. 한 농장 내에서도 감염속도가 일주일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ASF에 감염된 돼지를 신속히 발견하고 격리해 청정화에 성공한 중국의 사례를 적극 검토하고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ASF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전망은? 위생적인 돼지 관리도 중요하지 않나?
치료제 개발은 요원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 개발이 중요한데 효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위생적인 돈사에서 돼지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되면 오히려 돼지가 질병에 감염됐을 때 저항력을 갖기 힘든 부분도 있다. 적당한 오염 상태가 되레 면역력을 키우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능한 한 위생적으로 돼지를 사육하는 게 좋다.

 

-치명적인 가축질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우리나라보다 북한에서 ASF가 먼저 발생했고, 국내 ASF 확산도 북측에서 내려온 야생멧돼지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남북이 경색된 분위기라 북한과의 공동대처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학술적 교류 등을 통해 서로 도우면 좋겠지만 정치적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방역당국이나 농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법이나 규제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방제 아이디어를 시범적으로 시도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치료약이 없는 상황이라 뭐든지 해봐야 하지 않겠나. 국가기관에서 민간전문가와 협력해 ASF 제거시험을 해봐야 한다.
일단 ASF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오염된 종돈 도입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자가 격리돈사가 없는 한 격리·후보돈 전문농장을 만들어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볼만 하다.
현재는 ASF 전파 원인을 가축차량과 야생멧돼지 등으로 압축해 추정하고 있다. 사람에 의한 전파도 예외일 수는 없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의 휴대물이나 해외 직접구매를 통한 물품 유입 등도 철저한 검역으로 차단해야 한다. 이러한 요인은 인위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방역당국과 농가, 국민들 모두가 ASF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한수 박사는...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가축위생연구소에 근무하다가 호주 제임스쿡대학교에서 수의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수의과대학 교수를 거치며 돼지 관련 연구와 후학 양성에 한 평생을 바쳐온 양돈질병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현재는 한수양돈연구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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