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김성수 한국농식품6차산업협회장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첨단 무인자동화시대에 진입하는 상황에서도 농업은 국민을 지켜주는 만고불변의 기간생명산업이다. 농촌의 활력과 농업인의 긍지, 농업의 부가가치 증대를 위한 한국 농정의 당면과제와 농업인의 역할을 알아보고자 농산물유통전문가로 활동 중인 김성수 한국농식품6차산업협회장을 만났다.

“전문직 젊은 귀농인들이
 2·3차산업에서 익힌 기술을
 농업과 융복합 한다면
 농촌발전에 새바람 일으킬 것”

한국전쟁 후 2․3차산업에 주력...
1차산업 ‘농업’은 발전 정체 심화

김성수 회장은 한국의 나폴리로 알려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낸 김 회장은 바닷가 어민과 섬 곳곳의 고달픈 삶을 사는 농민을 보면서 나중에 이들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다졌다고 한다.
이후 김 회장은 서울로 올라와 중앙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학생을 가르치며 농림축산식품부 6차산업화 현장지도위원이 돼 유통전문가로 전국 강연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김 회장은 산업구조의 근간인 1차산업으로서의 농업 투자에 주력했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6·25 전후 경제 부흥에 다급했던 나머지 2·3차 산업에 치중하다보니 농업 발전이 정체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농촌청년들의 산업현장 취업으로 이농현상이 가속화돼 65세 이상 고령자들에 의한 농업은 기술혁신과 농업발전을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됐고, 게다가 우리 농업 발전에 관여하고 있는 농업전문가들이 우리 농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농업성장의 지체 요인이라고 김 회장은 말했다.
이처럼 농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소홀한 결과, 밀가루 식품의 원료인 밀의 95%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처지가 됐다고 김 회장은 한탄했다.

농사용 로봇·스마트농법 활용
미래농업 밝아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농업선진국들은 1차산업인 농업을 육성하는데 우선했기 때문에 농업선진국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세계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가 농업을 유망산업으로 보는 것과 같이 우리 농업에도 희망과 미래가 있다고 확신하며 우리 농업 발전의 해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발맞춰 우리 농촌에도 농사용 로봇과 농업용 드론 등이 등장하는 등 무인자동화와 스마트농법이 빠르게 도입돼 농업선진국의 길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좁은 농토에서 기계화에 의한 전천후 다모작 농사로 대량생산의 기틀을 넓히고 있어 우리 농업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요즘 들어 전문직 출신의 70~80년생 다수가 귀농·귀촌을 하고 있는데, 이들이 익힌 전문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우리 농업 발전의 새판을 짜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2·3차산업에서 익힌 가공, 판매, 경영, 관광개발 등의 기술을 농업과 접목함으로써 농촌 발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농업 발전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남북협력 활성화되면 세계적인
친환경농산물 생산기지로 각광받을 것

김 회장은 잠시 교착상태이지만 남북한 화해로 비록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경제협력이 활성화된다면 한국은 세계 최대의 친환경농산물 생산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의 자본력과 기술력, 북한의 노동력과 농약·비료의 영향이 적은 청정농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짐 로저스가 말한 것처럼 북한에 남한의 농업기술이 투입된다면 북한 농민들은 쿠바와 같이 유기농법으로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남측으로 가져와 가공한다면 엄청난 농업소득이 창출될 것이고요.”

이에 김 회장은 우리 농업인들이 농업에 대한 패배의식을 떨쳐버리고 긍지와 자신감으로 농사에 힘써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농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비관적인 생각을 버리고 희망과 열정을 갖고 귀농해 농업혁신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는 20여 년 동안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데, 대학생들 대다수가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만 취업하려 합니다. 부모들도 대기업에 취직해야 한다고 부추기지요. 하지만 대기업 취업은 바늘구멍 뚫기보다 힘듭니다. 대학에서 배운 산업관련 전문기술과 정보를 활용해 농업·농촌에서 머리를 잘 써서 창업한다면 봉급생활자 이상의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기능성 틈새작목으로 성공농사 이끌어야
김 회장은 농사로 성공한 이들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전남 광양으로 귀농한 분이 있습니다. 그는 광양의 특산물인 청매실 나무를 심지 않고 일본 문헌을 참고해서 남들과 다르게 홍매실을 심었습니다.
홍매실로 담근 매실청은 청매실로 만든 것보다 구연산이 20배 이상 더 많아 그는 홍매실청을 청매실청보다 2배 이상 비싼 값에 팔고 있다고 합니다. 홍매실의 희소성을 보고 틈새시장을 찾아 큰 소득을 얻은 것이죠.

뿐만 아니라 그는 연간 1조2천억 원에 달하던 국내 배 시장이 수입산 열대과일에 잠식돼 5천억 원으로 감소한 것을 간파하고 기관지에 좋은 돌배 재배에 나섰습니다. 최근 미세먼지가 다발함에 따라 그가 만든 돌배주스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죠. 남들의 관심이 적은 기능성 작물 재배와 가공품 생산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죠.
강원도 양양 ‘힐링캠프 달래촌’을 운영하는 김주성 씨도 좋은 사례입니다. 그는 화전민이 살던 청정 오지마을로 귀촌해 심신을 치유할 힐링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찜질방과 산촌에서 나는 버섯과 산채중심의 자연밥상으로 농촌진흥청 사업인 농가맛집에도 선정됐죠. 그는 천연자연림을 사들여 힐링촌을 만들었어요. SNS를 통한 홍보로 국내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교포들이 연간 2만여 명 찾아온다고 합니다.”

농민들도 경제관념 투철해야
김성수 회장은 우리 농업인들도 경제관념이 투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구마를 판매할 때 흙이 묻은 채로는 1kg당 2만 원 밖에 못 받지만, 깨끗이 씻어 팔면 4만 원에, 고구마말랭이를 만들어 팔면 6만 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부가소득 창출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불모의 사막에서 물을 끌어들여 금값에 준하는 세계인이 찾는 종자를 생산해 농업선진국으로 우뚝 선 것처럼 우리도 농업인 소득을 극대화시켜 국부(國富)를 최대한 늘릴 작목을 선정하는 농정을 펼쳐야 합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