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선·후배 청년 여성농부에게 듣는다/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확충을 위해 2018년부터 영농정착지원사업을 통해 청년들이 농업에 종사하고 농촌에 정착하는데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인구감소의 위기에 처한 전국의 많은 지자체의 화두도 ‘청년’이다. 그 결과 많은 청년농업인들의 단체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이하 청여농)이다. 청년여성농업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2016년 설립된 청년여성농업인CEO중앙연합회가 청여농의 모태다.

▲ 청여농은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청년여성농업인이라는 기치 아래 모인 소수정예 단체다.

자주·주체적인 농업경영인 꿈꾸며 설립
순수농업인 가입 위해 미혼여성으로 제한
외모 악플에 수많은 편견에 시달리기도 해

협동조합으로 변경
청여농 이소희 회장은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선 소득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협동조합으로 법인체 등록을 한 후, 현재 80명 회원들의 농산물로 만든 꾸러미 세트를 판매하고, 농협과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이 일단 확보되면 여성이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농업경영인으로 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청여농이 추구하고 있는 핵심가치도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가입자격을 만18~39세의 미혼 여성으로 정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회장은 “다른 청년농업인단체에 가입한 여성들이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남편을 따라 가입한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 청여농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고 100% 순수농업인들이 회원으로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가입조건을 미혼으로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활동 중인 회원 10명이 결혼했지만 탈퇴를 하진 않았다면서 물론 배는 아프지만 좋은 배필을 만난 일을 축하한다는 이 회장. 미혼여성이란 가입조건을 두면서 받는 오해의 시선은 그야말로 오해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청여농의 색다른 점은 당당한 농업인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점이다. 회계, 법률, 포장디자인 등의 농업경영 관련 교육부터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인성교육,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위한 메이크업 교육도 한다. 가입한 회원들은 임원진으로 구성된 사무국, 상품개발과 디자인·판로를 개척하는 유통국, SNS·유튜브 등을 교육하는 네트워크국, 교육과 행사를 추진하는 기획국 중 하나를 골라 활동하게 한다. 청여농의 경쟁력이 생기는 원천이 될 것으로 이 회장은 기대하고 있다.

▲ 농촌에서 농사짓고 있지만 청여농의 회원들은 보통의 20~30대 여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편견과 싸우는 청년여성
이 회장은 “농촌에 사는 여자라고 밀짚모자만 쓰고 선크림만 바르고 살진 않는다”면서 “햇빛이 다 통과하는 밀짚모자 대신 선캡과 팔토시로 중무장을 하고 어느 정도 화장도 하며 농사를 짓고 있어 도시의 또래 여성과 크게 다르진 않다”고 말하며 흔하게 가지는 편견을 지적했다. 사실 그 정도는 편견 축에도 못 낀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 혼자 귀농하면 평온한 농촌에도 만만찮은 텃세가 유독 심하다. 결혼에 실패했다느니, 애가 있다느니 등의 소문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내야 하는 세나 마찬가지다.

공무원조차 결혼하면 다른 지역으로 갈 건데 왜 지원을 해줘야 하냐는 소리를 들었다는 사례도 있다. 언론이나 포털에 회원들이 나오면 외모를 평가하는 악플이 달리는 일은 흔한 일이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승계농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농사를 잇는다고 하면 노력 없이 숟가락만 얹는다는 핀잔 때문에 알려지는 것 자체를 무서워 하는 회원도 있다고 이 회장은 알려줬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농촌에서 시달려야 할 편견이 의외로 많았다.

청여농의 많은 회원들은 직접 호미질에 지게차와 트랙터도 직접 모는 회원들이 있을 정도로 열혈농사꾼들이 많다. 회원 수는 80명으로 많진 않지만 모두가 지역에서 인정해주는 농업인들이라 소수정예 단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밝은 앞날이 기대된다.

■ 나도 한 마디 - 청여농 이소희 회장

“‘청여농’, 인지도 높은 브랜드로 만들 터”

사실 농촌에서 청년, 거기에 여성은 더 불리한 조건에 처할 수밖에 없다. 농촌도 땅값이 올라 2억~3억 원으로도 돈이 모자라기 일쑤다. 농촌도 도시만큼 청년들의 실패는 당연하다. 재기할 수 있는 토양이 농촌에도 필요하다. 귀농인의 자녀로서 농사가 지긋지긋할 때도 있었지만 비전을 보고 뛰어들었다. 철저히 준비를 했다고 했지만 나도 큰 실패를 맛봤다. 통계에서 볼 수 있듯 농업·농촌으로 뛰어드는 청년들이 증가추세라지만 현실은 통계와 다르다.

가장 시급한 건 다른 농업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판로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내 국산밀, 간장, 참기름, 고사리, 된장, 잡곡 등의 명절맞이 꾸러미 선물세트를 만들어 팔았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정해진 곳에서 직거래장터도 3년을 꾸준히 했더니 이젠 단골도 제법 생겼다. 앞으로 스토어팜이나 청여농의 온라인 유통채널을 만들어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