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양성평등 지역거점을 가다/(1)경북 양성평등센터

▲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지역양성평등센터로서 모니터링단과 풀뿌리단체 지원 등의 특색 있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여성가족부는 성평등한 지역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사회 변화를 실현할 거점기관인 양성평등센터 4곳을 선정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전남여성플라자, 인천여성가족재단,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등 4곳은 지역의 특색을 고려한 성평등 교육과 문화 확산을 위한 양성평등센터로서 역할을 한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남녀동행 행복경북’ 앞장
양성평등 모니터링단·풀뿌리 소모임 지원 등 사업 펼쳐
시범사업 후 확대한다지만 법적 근거 없어 지속성 불투명

가장 보수적인 지역 경상북도
유교와 전통문화의 중심지라는 경상북도의 이면에는 남자와 여자 차별을 당연시하는 사고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 23개 지표의 조사에서도 성격차가 가장 큰 지역으로 경북이 꼽히기도 했다. 가장 보수적인 경북에서 경북양성평등센터(이하 센터)의 올해 행보는 매우 바빴다.

크게 사업내용은 ▲지역정책 모니터링 ▲성평등 교육 ▲성평등 문화 확산으로 나눌 수 있다. 지역정책 모니터링 사업은 ‘양성평등정책 모니터링단’을 모집해 20시간 교육까지 마친 19명의 수료생도 배출해냈다.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있는 경북 23개 시군에서 골고루 나와 도와 각 시군의 홍보물의 문구나 키워드, 이미지가 성차별적인 요소가 없는지 따진다.

최미화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서울의 경우 모든 홍보물은 서울여성가족재단이 검수한 후 내보내는 걸로 알고 있다. 최근 도청 회의석상에서 홍보물이 나오기 일주일 전에 모니터링단이 살펴볼 수 있도록 하면 정책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사실 습관적으로 또는 관행이란 이름으로 했던 표현들이 시대에 맞지 않는 표현으로 지적받아 사업 자체가 휘청였던 적이 많았기에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

성평등의 뿌리를 올바르게 길러내기 위해 유치원 교사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성평등 교육과 경북지역에서 5인 이상의 소모임 중 양성평등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교육활동을 펼치는 단체를 모집해 3개 단체에 200만 원을 지원했다. 3개 단체는 양성평등 독서모임과 캠페인을 펼치는 ‘바담평담 독서회’(경산), 성평등 그림책을 발간하고 교육하는 ‘울림 강사단’(칠곡), 성평등 강사 교육과 강의안을 개발하는 ‘포항여성회’(포항) 등이다. 이외에도 공모에는 떨어졌지만 여성영화제를 추진하는 경산여성회에도 지원하기로 했고, 내년에는 대상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성평등 강사단 ‘별반’(차별 반대) 양성과 3개 권역별 성평등 거점을 만들어 온·오프라인으로 양성평등을 알리는 ‘알리오단’도 구성했다.

양성평등센터 법적 근거, 반드시 필요
이렇듯 대상별·연령별·지역별로 젠더 거버넌스 교육을 확대하고, 고정된 성역할을 바꿔 차별이 없어 남녀가 모두 행복한 ‘남녀동행(男女同幸) 행복경북’을 만드는데 센터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센터는 보다 지역여건에 맞는 신선한 사업들을 추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센터 관계자는 사업 추진에 어려운 점도 토로했다. 눈에 확 띄는 성과가 보이는 성격의 사업이 아니다 보니 지속성을 가지겠냐는 걱정이다. 1년에 약 1억1000만 원이 센터에 지원되는데 박사급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23개 경북 시군에 걸쳐 사업을 펼치려면 빠듯한 것도 사실이다.

센터 박은미 선임연구위원도 “4곳의 센터가 각기 다른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센터의 성공적인 운영은 자신할 수 있지만 시범사업이 아닌 지속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이 안 선다”며 센터가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우려를 밝혔다. 센터의 지속성을 위해선 현장에서는 지원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 나도 한 마디-최미화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

“성평등지수 하위권 경북, 양성평등센터 역할 커”

센터는 성평등지수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수백조 원의 돈을 써도 해결하지 못하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도 양성이 평등한 지역문화 조성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많은 경북지역이 몇 십 년 안에 소멸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남녀차별을 당연시하는 문화를 바꾸는 건 정말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일이다. 갓 시작한 센터가 경북의 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불가능하리라 보지 않는다. 물론 1년 안에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장기간에 걸쳐 밑바닥에서부터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야 하는 일이라 정부가 양성평등센터 사업을 꾸준하게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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