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의 글 - 김영주․59세/강원도 양양

▲ 달래촌 전경

살면서 지친 몸과 맘을 편히 의지하고 온전히 맡길 수 있는 어머님 품 같은 고향을 갖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저는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한때는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져 평범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나빠진 건강 때문에 두문불출하고 자리보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3년 전, 생명의 은인 같은 제2의 고향을 만나 예전의 모습으로 일상에 복귀하는 계기가 찾아 왔습니다.

봄이면 이름 모를 산새들이 아침을 깨우고, 산과 들에 우리 몸을 깨우는 산나물들이 지천이고, 여름이면 에어컨 없이도 이불을 덮어야 하는 시원함과 청량감이 삶의 질을 높여주고, 결실의 계절엔 머루와 다래, 밤과 감 등 온갖 열매들이 풍성한 계곡 아래 달과 내가 흐르는 조용한 마을. 신선한 자연의 먹거리와 맑은 공기로 가만히 숨만 쉬어도 건강해지고 자연치유가 되는 마을. 15년 전 귀촌한 김주성 촌장님 부부와 마을주민들이 가꾼 강원도 양양군 하월천리의 달래촌.

김주성 촌장은 10여 년 전 치유마을을 조성해 지금은 자연산 나물을 이용한 ‘착한식당’(농가맛집 달래촌)과 누구든 몸만 챙겨오면 하루나 이틀 자연 속에서 쉴 수 있는 힐링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도시생활에서 심신이 지친 이들의 편안한 쉼터이자, 제가 건강을 되찾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게 해준 이곳이 바로 제2의 고향입니다. 저를 다시 나게 한 이곳, 친정 같은 이곳, 몇 달 겨울만 나기로 했던 이곳에서 전 오늘까지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지난해 춘천마라톤에서 10㎞를 완주하고 나서.

청정지역의 풀과 나뭇잎
맑은 공기는 약이 됐다.
자연은 내게 병원이었다.

저는 대구에 살다가 3년 전 김주성 촌장님의 배려로 요양 차 달래촌 느르리골에 왔다가 3년째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너무 고마운 분들을 만나 건강을 되찾고 보니 이곳에 계신 분들과 이 멋진 달래촌을 조금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제가 처음 달래촌에 왔을 때는 겨우 숨쉬기만 가능했을 정도로 악화된 몸이었습니다. 보고 걷는 것조차도 힘든 체력으로 첫해 겨울을 나면서 봄과 함께 나의 몸에도 봄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서울의 종합병원에서 특별치료를 받던 눈도 두 달에 한 번, 세 달에 한 번으로 정기검진이 점차로 줄어들며 늘 맞던 주사도 맞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습니다. 그렇게 자연과 함께 여름을 맞이하며 뜨거운 햇빛 아래 민낯의 생활로 그을려진 얼굴은 점점 혈색을 되찾았습니다.

느르리골의 수려한 처녀림을 찾은 모 방송사의 촬영 덕에 유명인사 아닌 유명인사가 되는 호사도 누리며 즐거운 산속생활에 젖어들었습니다. 앞마당 화단에 꽃을 심고 잡초를 뽑아주며, 마당 한 편에 자라는 쇠비름, 망초, 민들레, 왕고들빼기, 울밑에 자라는 뽕나무 잎과 헛개나무 잎, 칡잎 생강나무잎, 다래순, 잔대싹 등등 도시에선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생소한 나물들이 바로바로 올라오는 밥상으로 계절계절 색다른 식탁을 선물로 받습니다. 그 덕에 마음대로 걷지도 앉지도 못하던 저는 2018년 춘천마라톤에서 10㎞를 완주하는 체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20년 이상 비료도 농약도 치지 않은 청정지역에서 자라는 모든 풀과 나뭇잎은 내게 약이 됐고, 이곳의 맑은 공기 또한 치료제 역할을 했나 봅니다. 자연은 제게 곧 병원이었습니다.

아침이면 바람의 향기가 골골이 다른 맛이 나는 달래지를 한 바퀴 돌아오는 트레킹으로 시작하는 느르리골의 하루는 매일 매일이 새롭습니다.

나무마다 꽃이 피고지고 작디작은 풀 한포기도 꽃을 피우고 지고. 노루와 고라니가 놀고 토끼가 뛰노는 물가에 오리가 홰를 치고 자연과 동물과 동화되는 날마다가 그런 아침입니다.

요즘은 제 고향을 찾아주는 모든 분들께 느르리골에서 약이 되고 나물이 되는 나뭇잎과 모든 자연이 주는 바람, 햇빛의 선물에 대해 아직은 부족하지만 제 경험에서 얻은 소중한 산지식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달 아래 내가 흐르는 달래촌 느르리골은 제게 언제나 제2의 고향이며 생명의 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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