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봅시다 - 농림축산식품부 김재수 전 장관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을 위해 고민하고 도울 일이 있을지 찾아보겠다.”
2017년 6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서 마지막 국무회의를 마치고 농업전문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김재수 전장관은 앞으로의 계획을 이렇게 밝혔다.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해 농촌진흥청장, aT 사장, 농식품부 장관까지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김재수 전 장관은 모교인 경북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농업은 하늘·땅·사람 어우러진 융복합산업”
 농진청장·aT 사장·장관 등 농정 중심에서 40년
 대학에서 후학 양성하며 ‘대구경북도농상생포럼’ 활동

▲ 농촌진흥청 조직 개편과 코이카 사업 활성화, aT 해외지사 확대, 농식품부 방역조직 확대 등 굵직굵직한 족적을 남긴 김재수 전장관은 현재 대구와 경북, 도농이 상생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40여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여전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모교에서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농정의 입안자이자 결정권자로서 체득한 지식과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있다. 물론 현장의 농업인들과 공무원들을 직접 만나며 나름의 개선책도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농업과 농촌, 식품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대구경북도농상생포럼’의 이사장을 맡게 됐다. 경북 영양은 고향이고, 대구에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왔다. 하지만 대구와 경북이 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발전이 더뎌 안타까웠다.

영양을 비롯해 경북의 많은 지역이 인구소멸 위기에 처해있고, 대구도 핵심산업이 원활하지 않아 지난 10년간 9~24세 인구 11만1000명이 빠져나갔다. 대구와 경북, 도-농이 따로가 아니라 같이의 가치를 통해 상생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그래서 포럼을 통해 농식품 분야뿐 아니라 사회, 문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가 융복합해 효과적인 도농상생 방안을 마련하는데 많은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난 10일 조합장 선거 토론회에서 농·축협 통합, 신·경분리, 농협중앙회 개혁을 주도했다고 말씀하셨다. 관련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다.
공무원들이 맡은 분야를 성실하게 챙기고 올바르게 일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중앙정부 정책과 현장은 많은 괴리가 있다. 농식품부 농업정책과장으로 재임 당시 농·축협의 통합개혁단장을 맡았다. 통합된 농협으로 나름대로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개혁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제1차관으로 재임 시 통합된 거대 농협의 기능 개편에도 참여했다. 농협이 당초 목적대로 잘 운영되지 않아 또 다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 수많은 토론 끝에 이른바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분리하는 이른바 신경 분리를 중심으로 농협중앙회의 조직과 기능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농식품부와 농협이 주도하되, 기재부 등 관계부처의 협조를 얻어 정부안을 만들고 국회에 제출해 여·야합의로 농협개정안이 통과됐다. 일부 기능에 미흡한 점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 개편이 이뤄졌다. 장관으로 부임해서는 경제사업의 이관 등 마지막 법 절차와 제도적 뒷받침을 마쳐 감회도 깊고 나름대로 아쉬움도 남는 분야 중 하나다.

당시 개혁은 중앙회의 조직과 기능 개편에 역점을 두다보니 일선 조합의 기능 강화에는 다소 미흡했다. 특히 농협조합장 선거제도에 대해 세밀하게 보완하지 못한 점이 있다. 선거제도가 완벽한 것은 없기 때문에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보완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핵심적으로 추진해야 할 가치가 공정성, 민주성, 효율성 중 무엇이 우선인지 잘 분석해 시대정신에 걸맞는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최장수 aT 사장을 지냈다. 그만큼 자타가 인정하는 농산물 수급정책의 전문가다. 최근 양파와 마늘 등의 가격폭락으로 수급조절 시스템에 대한 농업인들의 불만이 여전한데.
정부와 aT가 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농업인 입장에서 효과가 기대만큼 나지 않은 것 같다. 현직에 있을 때도 고추, 마늘, 양파 등 주요 양념류와 채소류의 수급안정은 사전 예측과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후에 추진하는 수매나 비축, 폐기대책은 효과가 있지만 제한적이다. 현직에 있을 때 관측이나 전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여러 제도를 추진했으나 완벽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선진국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최종 생산량이 확정되기 2~3개월 전 수시로 가격동향, 수급전망을 살피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망이나 예측은 맞으면 좋으나 정확하지 않아 확실히 발표하기 어려운 점은 잘 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수시로 어느 정도 가격을 예측해 자주 알리고, 생산자단체도 스스로 수급조절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어우러진 융복합산업인 농업이 가격폭락과 같은 어려움을 해결할 때도 공무원, 농업인, 소비자가 모두 합심해야 한다. 수급문제도 마찬가지다.

-장관 재직시절 쌀값 하락, 가축전염병 발생, 김영란법 시행 등 역경이 많았다. 정책 추진 당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취임하자마자 쌀값 하락, 가축전염병 발생, 김영란법 시행, 탄핵정국 등이 이어져 너무 어려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감회가 깊다.
쌀값하락은 당면한 현안이라 가격안정을 위해 매입물량 확대 등 노력을 기울였다. 다만 단기 가격안정에만 치중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협력해 쌀 5만 톤을 해외로 원조했다. 국내적으로 쌀은 과잉공급량이 약 30만 톤이었다. 해외 원조로 국내 과잉물량을 해소하고 가격안정 효과도 가져왔다. 당시 도와주는 부처나 사람도 있었으나 다리 잡는 부처도 많았다. 당시 기재부의 이정도 국장(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국회의 황주홍 의원도 당시 이 문제를 적극 지원했다. 실무는 당시 김경미 통상협력과장이 국제기구와 협조 면에서 수고가 많았다. 말 못할 비화가 많다.

취임하고 한 달도 안 돼 AI가 발생했는데 과거와 달리 전파속도가 빨라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를 매일 아침 열어 총력대응에 나섰고, 전국의 지자체장과 영상회의로 일일상황을 점검하며 그때마다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놨다. 근본해결을 위해 방역 조직과 기능을 확대하는 등 획기적인 대책도 마련했다.

-공직은 물론이고 농업을 비롯한 사회전반에 여성의 역할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여성인재 발탁에 앞장서 왔는데…
농진청장 당시 여성대변인과 여성을 1급에 처음 임명했다. 농식품부 차관 때는 여성정책 조직·인력·예산을 대폭 확충한 바 있고, aT 사장 때는 육아휴직자에 대한 대체인력제를 도입해 일과 가정의 양립에 앞장선 점을 인정받아 ‘2016 대한민국 여성인재경영대상’에서 개인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가장 영광스러운 상 중 하나다. 농식품 분야는 여성의 친화력과 섬세함, 전문성이 돋보일 수 있는 분야라는 게 내 철학이다.

많은 농촌의 인구소멸 문제도 여성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이를 위해 전국 10만 회원의 생활개선회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많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고 양성이 평등한 농촌을 위해 생활개선회가 책임감을 갖고 주도적 역할을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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