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강원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채병조교수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매우 높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고졸자 대학진학률이 70%로 대부분의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대졸자들은 취업을 하지 못하고 부모의 지원을 받는 캥거루족으로 살아간다.
대학 졸업 후 사회진출이 어려운 것은 대학생활에서 그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의 대학생활 문제점을 진로상담을 통해 돕고 있는 강원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의 채병조 교수를 만나 요즘 대학생들의 현실인식과 진로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입학 후 학점관리 소홀한 게 문제
 대학생활에서 미래 삶의 목표와
 목적을 명쾌히 해 기준 잡아가야”

채 교수는 강원도의 가난한 농촌가정에서 태어나 대학진학이 어려워 농고 졸업 후 농사일을 하다가 농촌부흥에 뜻을 품고 대학에 진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고 대학교수가 됐다.
채 교수는 교수가 되기 전 경제적인 문제로 회사생활을 했던 것이 학생들의 진로지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근래 교수생활 20여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진로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학새내기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다’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대학생들은 물론 고교생이나 학부모에게도 진로선택에 관한 좋은 정보와 지침을 준다.

“전공이 적성에 안 맞으면 과감히 바꿔야”
“학생들이 수능성적에 따라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기 때문에 입학 후 전공과 자신의 적성이나 취향이 맞지 않아 방황하는 경우가 많아요. 입학 후 가능한 빨리 적응하든가, 아니면 전공을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실 요즘 대학은 전과, 복수전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공에 대한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또 한 가지 문제점으로 입학 후 학점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을 채 교수는 지적했다.
“대학은 인생의 종착지가 아니라 또 다른 시발점이기 때문에 입학과 동시에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좀 놀다가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향후 취업이나 진로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군 제대 후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는 옳지 않습니다.”

‘왜 대학에 다니는지’ 확고한 의미부여 필요
이어 채 교수는 대학생활에 임하는 자세를 다양한 방법으로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대학생활에서 미래 삶의 목표와 목적을 명쾌히 해 ‘왜 대학을 다니는지’에 대한 확고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은 고등교육의 획일적인 교육과 달라서 스스로 대학생활에 기준을 잡아가야 한다고 채 교수는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대학생활의 기본적인 사항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수강과목선택입니다. 대학은 전공보다 선택과목이 많기 때문에 학점을 따기 쉬운 것보다 자신의 미래에 확실히 도움이 될 과목을 선택해야 합니다. 전공 필수과목은 반드시 수강해야 하고요. 그러나 다른 학과에 좋은 과목이 있다면 복수전공이 아니더라도 수강해야 합니다. 대학은 학문의 깊이보다 넓이로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둘째는 아르바이트에 관한 사항입니다. 아르바이트는 공부에 지장이 없을 정도만 해야 합니다. 부족한 학비는 대출을 받거나 공부를 열심히 해 장학금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아르바이트로 공부를 소홀히 해 취업이 안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죠. 아르바이트는 삶의 경험을 얻는데 중요한 일이지만, 가능한 건전하고 자신의 미래 일자리와 연계된 분야에서 하면 좋을 듯합니다.

셋째는 외국어 공부에 관한 것입니다. 국제화시대에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 등 2개 정도의 외국어를 외국인과 실제 대화할 수 있는 정도로 공부를 해서 익혀야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넷째는 대학생활 중 이성교제는 서로가 도움이 되는 상대를 만나 상처받을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대학생으로 성장해 이성과의 교제는 당연한 일이죠. 이런 얘기를 하는 게 타당한지 모르지만 요즘 대학 주변에서 ‘혼전동거’(婚前同居)를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말을 듣습니다. 아무리 개방화시대라고 해도 부모들은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이성교제는 둘만의 문제이기에 제3자가 개입하기 어렵습니다. 학생들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하니 신중하고 건전한 교제를 해주기 바랍니다.”

동아리활동은 전공심화의 기회로...
‘꼰대’ 같은 소리이긴 하나 과도하게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학생들을 보게 되는데, 아무리 유행이라 하더라도 단정한 옷차림이 여전히 바람직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한편, 남녀 불문하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 적지 않는데, 담배가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 지 정확히 알고 자신이 피우는 담배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도 충분히 했으면 좋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또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은 시간낭비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전공을 심화시킬 스터디그룹 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채 교수는 대학 재학 중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와 가능한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녀를 다른 도시로 유학 보낸 부모들은 문자나 전화보다는 손편지를 써서 보낸다든가, 수시로 자녀를 만나고, 가끔 함께 지도교수를 만나 상담을 하는 것이 학교생활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끝으로 채 교수는 진로상담에서 얻은 학생들의 고민과 문제점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을 많은 대학생들과 공유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는 강의나 연구가 전부가 아니라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해 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상담으로 많은 제자들이 사회에 나가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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