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미월의 문학향기 따라 마을 따라 - 전남 담양

▲ 메타세쿼이아길<사진/담양군청 제공>

"담양의 신록을 걷다 보면
옛 선비들의 멋에 취해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간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숲 속의 원림 정자 툇마루에 앉으면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세상의 근심걱정이 씻겨나가 가슴이 시원해지는 곳. 쭉쭉 뻗은 대나무 숲과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다보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곳 전남 담양이다. 담양은 녹색의 천국이다. 걸을수록 매료되는 명품 메타세쿼이아 길과 죽녹원 그리고 소쇄원이 녹색을 더한다.

담양의 가사문학관에 가면 전시돼 있는 송순의 시문집인 면앙집과 정철의 송강집, 친필 유묵 등 귀중한 유물을 볼 수 있다. 옛 선비들의 향기에 취해 과거로 여행하다가 허기지면 오래된 거목이 운치 있는 관방제림을 걷다 관방천 국수거리에서 시원하고 구수한 멸치국수를 후루룩 먹어도 좋은 곳이다.

▲ 가사문학관<사진/담양군청 제공>

잠시 선비가 돼
가사를 읊조려볼까...

3.4조 또는 4.4조의 운문으로 된 긴 시가 형식을 가사(歌辭)라고 한다. 조선시대 대쪽같이 올곧은 선비정신을 이어받은 조선시대 사림(士林)들은 불합리하고 모순된 정치 현실을 비판하고 자신들의 큰 뜻을 이룰 수 없음을 한탄했다. 그런 연유로 담양 일원에 누(樓)와 정자를 짓고 빼어난 자연경관을 벗 삼아 시문을 지어 노래했다.

 정철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관동별곡>은 작가가 45세 때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해 외금강· 해금강과 관동지역을 유람한 후 산수와 풍경, 풍속, 자신의 소감 등을 읊은 노래다. 조선시대 가사 가운데서도 손꼽을만한 작품이다. 3.4조로 이뤄진 가사는 한자가 주를 이루고 우리말도 많다. 전체의 분위기가 웅장하고 명쾌하다.
<송강가사>에 수록돼 있는 정철의 ‘관동별곡’의 몇 구절을 맛보면 다음과 같다.

강호에 병이 깁퍼 듁림의 누엇더니 관동 팔백리에 방면을 맛디시니, 어와 성은이야 가디록 망극하다. (~중략~) 이술 가져다가 사해에 고로 난화 억만창생을 다 취케 맹근 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또 한잔 하쟛고야/ 나도 잠을 깨여 바다랄 구버 보니 기픠랄 모라거니 가인들 엇디 알리 명월이 쳔산만낙의 아니 비친 데 업다.
조선시대의 가사는 세 발자국 혹은 네 발자국씩 옮겨 걸으며 읊조려 봐도 좋다. 리듬감이 살아있다. 가사 문학관에 들러 옛 가사 작품을 감상하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해도 좋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소쇄원~
메타 프로방스

가사를 읊조리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소쇄원으로 발길을 돌려 제월당 정자로 가는 길에 대나무 숲이 반긴다. 대숲 소리와 계곡 물소리가 선비들의 입에서 저절로 시구(詩句)가 터졌겠구나 싶은 소쇄원이다.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인조 정원이 아닌 자연그대로를 살린 소쇄원은 한국정원의 아름다움의 백미 그 자체다. 빛이 더해져 품위 있게 낡은 정자와 어울린 풍경은 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흰 눈이 소복하면 그런대로 사계절 운치가 있다.

초여름에 찾아간 소쇄원의 안채 격인 ‘제월당’과 사랑채 격인 ‘광풍각’이 있는 소쇄원 풍광은 연둣빛과 어울려 아름다움을 더한다. 소쇄원 담벼락 아래로 흐르는 시냇물과 새소리는 세상의 잡음에 탁해진 귀를 씻어준다. 정자는 아늑함과 청아함을 준다.

소쇄원을 거닐고 현대의 맛을 즐기고 싶으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아기자기한 유럽풍 마을 ‘메타 프로방스’로 발길을 돌려도 좋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1972년 담양군청~금성면 원율 삼거리 5㎞ 구간에 1300여 그루를 식재해 조성한 길이다. 우람하고 이국적인 가로수 길을 걷다 보면 영화 촬영지의 주인공 같은 착각이 드는 길이다. 자전거를 타면 더 멋진 그림이 된다.
유럽풍 건물이 소복하게 모여 있는 메타 프로방스는 노천에서 브런치를 먹기에도 좋다. 예쁜 숙소와 카페가 있어서 차 한 잔과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평일에 가면 한적함을 즐길 수 있다.

▲ 죽녹원<사진/담양군청 제공>

죽녹원에서 즐기는
색다른 ‘죽림욕’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이 있듯 대나무는 번식력이 강하다. 담양에 대나무가 많은 이유는 연평균 기온과 강수량이 대나무 성장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군자를 배울 때 제일 먼저 그려보는 것이 대나무가 아닐까? 대나무의 수명은 70~150년 이라는데 대나무는 100년 사이에 한번 꽃을 피운다고 하니 꽃을 보면 행운이 온다고 한다.

죽녹원은 죽림욕을 즐기기에 좋은데 2.2㎞ 길을 따라 8개의 짧은 코스로 조성돼 있다. 대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우리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가 2~4배에 달한다고 한다. 숲 속을 걸으며 쑥쑥 올라오는 죽순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죽녹원 바로 앞 관방천에는 국숫집이 늘어선 국수 골목이 있다. 관방제림은 담양군 남산리에서 강의리까지 6㎞에 달하는 길이다. 그중 2㎞에 걸쳐 거대한 풍치림을 이루고 있는데 이 풍치림을 관방제림이라고 한다. 관방천 둑 위에는 300~400년 오래된 수목이 울창해서 한 폭의 그림 같다. 개서어나무, 곰의말채, 푸조나무, 팽나무 등이 약 420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된 구역이다.

담양의 신록을 따라 걷다 보면 옛 선비들의 멋에 취하고 녹색과 초록의 신선함이 어느새 가슴에 가득 찬다. 날씨가 점차 더워진다. 대나무와 메타세쿼이아 그늘이 손짓하는 담양으로 떠나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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